[사설] 의대 정원 늘리되 필수 분야·지역의료 회생안 같이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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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등 선진국은 고령화 대응에 정원 대폭 늘려
수술수가·전공의 지원하고 국립대병원 키워 가길
정부와 의료계가 오늘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어 의과대학 정원 문제 논의를 본격화한다. 정부는 증원을 기정사실로 하지만 의사협회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렇게 입장 차이로 맞설 만큼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응급실을 전전하다 숨지는 환자가 속출하고, 소아청소년과는 문 열기 전 줄을 서는 ‘오픈 런’이 일상화됐다. 지방 병원은 4억~10억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 기본적인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한국 의료가 치료기술·접근성 세계 최고라고 자랑한들 공허하게만 들릴 뿐이다.
응급실 사고의 원인은 병실 부족에다 필수의사 부족 때문이다. 대구 여고생, 용인 70대 노인,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의 경우 수술 의사 부족이 주요 원인이었다. 지난 18년간 3058명으로 묶인 의대 정원의 여파가 나타난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고난도·고위험의 필수의료에 정부가 제대로 투자하지 않은 탓도 있다. 여기에다 초고령화, 젊은 의사들의 워라밸 중시 풍조 등이 겹쳤다.
2030년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75세 초고령 노인이 될 시대다. 이때부터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과 암, 뇌·심장 질환, 치매 등의 큰 병이 급증한다. 병원 의사도, 재택의료 의사도 더 필요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추계한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20년 앞선 일본은 최근 10년여간 의대 정원을 9330명으로 1705명 늘렸다. 미국은 20년간 38%, 영국은 두 배로 늘렸고, 독일은 50% 늘리는 중이다.
정부는 2025년 신입생부터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의협은 “의사를 늘린다고 필수 분야나 지방에 근무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은퇴 의사 활용으로 풀자”고 한다. 이를 보면 접점이 없는 게 아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되 필수 분야와 지방 의사를 늘리는 정책을 병행하면 될 일이다. 수술·소아·응급 수가를 파격적으로 올리고, 전공의 수련 과정을 개편하고 수련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지역 출신 의대생 선발을 더 늘리고, 경제적 유인책에다 주거 지원까지 동원해 지역에 머무르게 유도해야 한다.
다만 정원을 늘리되 공공의대 설립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교수와 실습용 대형병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자칫 실패한 서남대 의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정원 50명 미만 대학과 10곳의 국립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 의약분업 이전 정원(351명 증원)만큼 우선 늘리자는 주장이 있는데, 찔끔 늘려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본처럼 의사회·의대교수·지자체·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의사 수급 논의 기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또 부산대·전남대 등의 국립대병원이 명실상부하게 해당 권역의 의료를 총괄하도록 키워야 한다. 한국 의료의 기본 틀을 다시 짜야 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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