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찾아간 오만 사절단 “그린수소 기술 배우러 왔다”
“우리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친환경 수소를 사용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 측면에서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왔습니다.”
지난달 25일 부산 기후산업국제박람회장에서 만난 모신 알 하드라미 오만 에너지광물부 차관은 한국을 찾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감축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녹색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동 산유국인 오만도 그중 하나다. 오만은 탈(脫)석유와 수소로 에너지 전환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와 기업, 학계 인사 등 19명으로 구성된 오만 수소사절단은 이날 박람회를 둘러보고 다음 날 곧장 울산으로 이동했다. 한국 기업들의 수소 기술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오만은 현재 그린수소 플랜트를 구축하는 67억 달러(약 8조74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 중이다.
사절단은 국내 유통되는 산업용 수소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어프로티움 공장과 수소 사업을 추진 중인 포스코의 포항제철소를 방문했다. 울산의 어프로티움 공장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긴 60㎞의 배관망을 통해 수소를 공급한다. 장이재 환경부 녹색산업 해외진출지원단장은 “오만이 오래전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다루다 보니까 사고에 민감하다”며 “수소 배관망의 안전 관리와 센서 기술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수소환원제철로 전환을 추진 중인 포항제철소는 앞으로 막대한 양의 수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오만이 생산하는 그린수소의 최대 수요처가 될 수 있다. 모신 차관은 “수소 에너지가 지속가능하려면 그린수소 생산뿐 아니라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공급망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런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들도 한국의 물·폐기물 처리 기술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박람회장을 찾은 방글라데시 환경산림기후변화부 장관, 라오스 천연자원환경부 장관 등은 부산 생곡매립장을 방문했고, 환경부와 양자 회담을 통해 녹색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박람회에서 녹색기술 수출과 프로젝트 수주 관련해 총 22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환경부는 이를 계기로 개도국에도 수주지원단을 파견하는 등 녹색 수출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부산=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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