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메타버스…XR과 결합 땐 날개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6. 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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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3차원 가상 세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 IT업계를 강타했던 메타버스 시장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메타버스 이용률이 뚝 떨어지면서 단기간 내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한편에서는 메타버스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얼마든지 먹거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동안 전 세계 IT업계를 강타했던 메타버스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 (SK텔레콤 제공)
국내 메타버스 이용률 4.2% 그쳐

글로벌 기업도 메타버스 서비스 손 떼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같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세계다.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사이버 세상을 의미한다.

장밋빛 전망 속에 최근 몇 년 동안 기업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제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메타버스 이용률은 4.2%에 그쳤다. 설문조사 응답자 9941명 중 417명만 메타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6~10세 미만(20.1%), 10대(19.1%)를 제외하면 나머지 연령대는 이용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다. 20대(8.2%), 30대(3.1%), 40대(2.5%) 등 연령이 높을수록 이용률이 떨어진다. 이마저도 대부분 ‘동물의 숲’ 26.9%, ‘제페토’ 26.6%, ‘마인크래프트’ 19.9%, ‘로블록스’ 16.2% 등 게임 기반 플랫폼을 이용했다. ‘메타폴리스(3.7%)’ ‘게더타운(1.2%)’ 등 가상 오피스 관련 플랫폼은 이용률이 저조했다.

이뿐 아니다. 국내에서 구글을 통한 ‘메타버스’ 검색 빈도는 지난 3월 평균 30에 그쳤다. 2021년 11월(97)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검색 빈도가 100에 가까울수록 관심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 통신사들이 야심 차게 내놓은 메타버스 플랫폼도 성장세가 더디다. SK텔레콤의 ‘이프랜드’는 지난 2월 8일 30만7810명이었던 하루 사용자 수가 올해 5월 7일 18만4216명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메타버스 사업에서 점차 손을 떼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지난 3월 메타버스 개발 부서를 아예 없앴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메타버스 서비스 ‘알트스페이스’의 VR(가상현실) 서비스를 종료했다. 메타(옛 페이스북) 역시 메타버스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마크 주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출연해 메타버스 관련 아무런 언급 없이 “대부분 시간을 인공지능(AI)에 쏟고 있다”고만 밝혔다.

메타버스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인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가운데 메타버스 관련 사업이 기업 실적에 반영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신·게임사 “메타버스 중요”

XR과 연계해 꾸준히 커질 듯

향후 전망도 암울할까. 국내 기업 움직임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듯싶다. IT, 게임업체들은 여전히 전망을 밝게 보며 메타버스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네이버 계열사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2018년 서비스 시작 후 누적 이용자만 4억명을 넘는다. 제페토 누적 이용자의 95% 이상이 해외 이용자다. 제페토는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고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구찌, 자라 등 주요 패션 브랜드와 제휴를 맺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중이다.

통신사들도 끊임없이 메타버스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SK텔레콤은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이용자가 직접 공간을 꾸미고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개인 공간 서비스 ‘이프홈’을 선보였다. 이용자가 4가지 지형과 6개 건축물 가운데 각각 하나를 선택해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는 기능이다. 마치 ‘메타버스 시대 싸이월드’ 같은 개념이다. 향후 이용자 간 공간 꾸미기 등 3D 콘텐츠 거래, 이프랜드 내 노래방 이용권·강연 입장권 등 프리미엄 기능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메타버스 열기가 식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메타버스가 영원히 안 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서비스를 더욱 키우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KT는 자체 개발 초거대 인공지능 ‘믿음(Mi:dm)’을 메타버스 ‘지니버스’에 적용한다. 이용자별 맞춤형 대화가 가능한 AI NPC(Non-Player Character)를 선보이는 등 지니버스를 생성형 AI ‘킬러앱’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LG유플러스는 세대·직업별 맞춤 메타버스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게임업체들도 여전히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에 열심이다. 게임업계가 공략하는 젊은 연령층이 메타버스 주 이용층이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등 주요 도시의 실제 모습을 구현한 부동산 보드게임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를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메타버스 안에서 토지를 소유하고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넥슨도 지난해 게임 ‘메이플스토리’ 팬들을 겨냥한 메타버스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 서비스를 내놨다. 수익화 기능도 추가해 이용자들은 의상, 아이템을 만들어 다른 이용자에게 팔고 받은 코인을 현금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미래 주역인 10대 관심이 뜨거운 분야인 만큼 시장이 계속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옷 같은 아이템을 만들어 팔거나, 영상을 올려 돈을 버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라는 신종 직업까지 등장했다.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만 300만명이 넘는다. 메타버스가 가상현실을 넘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경제 생태계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확장현실(XR) 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마다 XR 시장 공략에 나선 만큼 XR과 연계된 메타버스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다.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용어다. 스마트안경 같은 XR 기기를 착용하면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3차원 가상공간 등에서 회의를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XR 시장 규모가 2022년 139억달러(약 18조원)에서 2026년 509억달러(약 67조원)로 4배가량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메타버스 산업이 기업 매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VR, AR 등 XR 시장이 열리면 다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2호 (2023.06.07~2023.06.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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