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아프리카에 빛 선물… 20년간 39국 18만여명 진료

박성희 2023. 6. 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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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케어’ 설립 김동해 명동성모안과 대표원장
김동해 원장이 현지 의료진과 함께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김동해(59) 대표원장은 1999년 서울 명동에 명동성모안과를 개업했다. 그리고 그때 생각했다.

‘하나님께서 나를 안과의사로 사용하시려고 내가 안과의사가 된 것이 아닌가! 준비가 되면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하실 것이다.’ 그러던 차 2001년 9·11 테러를 경험하며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슬람인들을 무서움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나의 달란트로 이슬람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야겠다!’ 그렇게 김 원장의 안과 의료선교 이야기는 2001년 시작됐다.

지금까지 39개국에서 18만명을 진료하고, 3만명의 백내장 환자들에게 시력을 되찾아 준 김 원장을 지난 2일 병원에서 만났다.

2002년 첫 안과 의료선교 현장은 파키스탄이었다. 현지 선교사로부터 기독교병원이 비어있다는 이야기와 열악한 장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 원장은 곧바로 전략적으로 팀을 꾸리기 시작했고, 큰돈을 들여 최신장비를 마련했다. 당시 김 원장은 지혜와 돈만 있으면 현지 의료선교에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준비한 의료장비를 한 달 전부터 미리 허가를 받아 파키스탄으로 보냈다. 그런데 보낸 의료장비가 모두 현지 공항에 묶이고 말았다. 김 원장은 수소문해 파키스탄 전직대사, 현직 외교부관계자 등을 만나며 파키스탄 정부와 연락을 취했지만 원하는 답이 오지 않았다. 의료팀이 파키스탄으로 출발하는 날까지도 연락이 없자 김 원장은 기도가 절로 나왔다.

파키스탄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이었다. 장비가 현지 병원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김 원장은 그때 깨달았다. ‘선교는 전략과 돈이 있어도 기도가 없으면 안된다. 하나님은 똑똑한 사람이나 부자가 아닌 순종하는 사람을 사용하신다.’

그렇게 파키스탄 카라치의 기독교병원에서 ‘무료백내장수술캠프’를 열었다. 백내장 수술은 20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수술이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첫날 찾아온 환자가 시력을 회복하고 마을로 돌아가니 이튿날부터 총 70명의 환자가 몰려왔다.

현지 선교사는 그동안 기독교병원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수술실도 김 원장이 처음 사용한다고 했다. 또 그동안 현지인들의 손을 붙잡고 기도해주고 싶었지만 몇 년 동안 기회가 없었는데, 백내장 수술 전 환자에게 1:1로 눈에 안약을 넣어주며 기도해 줄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김 원장은 이듬해도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현지 병원과 선교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한 번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과전문의, 간호사, 안경사, 자원봉사자로 팀을 꾸려 현지 선교사와 협력해 자비량으로 꾸준히 방문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2005년 김 원장은 전 세계 안과 환자들을 더 효과적으로 돕고자 국제실명구호단체 ‘비전케어’를 설립했다. 비전케어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세계실명예방기구(IAPB)와 함께 아프리카 및 개발도상국에서 시각장애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있다.

2007년 비전케어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방문해 ‘비전아이캠프’(무료개안수술캠프)를 진행했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실명률이 높지만 안과의사는 인구 100만명당 약1명뿐이었다. 스와질랜드에는 나라 전체에 안과의사가 단1명뿐이었는데 남아공에서 온 의료선교사였다. 이때 스와질랜드 왕자도 김 원장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모로코 마라케시 의과대학에서 김동해 원장이 백내장 수술 강의 후 찍은 단체사진. 미국에서 자원봉사자로 여러 차례 캠프에 참여한 클라라(앞줄 가운데)씨는 올해 안과전공의가 됐다.


이후 2016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해 스와질랜드, 말라위, 우간다까지 아프리카 동남부 9개국을 2달 동안 종단하는 ‘눈을떠요,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펼치는 등 비전케어는 지금까지 350여회 캠프를 진행했다.

1회 캠프를 통해 평균 80~100명의 사람들이 시력을 회복한다. 캠프는 보통 일주일씩 진행하는데 오가는데 하루씩 총 이틀이 걸리고, 5일 동안 현지 의료진을 교육하며 함께 진료 및 수술을 한다.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는 일절 없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두 눈이 실명 위기인 환자가 오면 한쪽 눈만 먼저 치료해주고 이듬해 치료를 약속하는 형편이다.

비전케어는 2010년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 지부를 세웠다. 이동거리의 한계 및 해외 기독교 한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현재 비전케어는 연 30회 이상 캠프를 진행하며, 김 원장은 연중 최대 16회 참가했다. 국내외 지부를 통해 학연·지연·교회연 없는 기독교 안과의사의 동참 및 250명의 자원봉사자 덕분이었다.

캠프에는 많은 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동행하고 있다. 그동안 현장에서 의사, 간호사, 안경사의 꿈을 키운 학생들이 많았다.

올해는 특별히 미국 지부를 통해 고등학생 때부터 여러 차례 캠프에 참여한 3명의 학생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안과의사로 전공의를 시작했다. 김 원장은 “비전케어를 통해 소명을 발견했다는 학생들의 소식에 감사하다”며 “이들이 앞으로 비전케어를 이끌어 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코로나 기간 김 원장은 비전케어의 열매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 몽골 우간다 등 그동안 10년 이상 꾸준히 방문한 지역에서 현지 의료진을 교육시킨 효과가 톡톡히 나타났다. 현지 의료진이 양성되어 의료수준이 자립할 수준으로 향상됐다.

김 원장은 “한국에 복음을 전한 서양 의료선교사들도 병원을 세운 후 한국인 의사를 양성해 병원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앞으로 비전케어가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되는 국가가 많아지길 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인터뷰 다음 날도 오세아니아 섬나라 바누아트로 ‘빛’을 선물하러 떠났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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