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샘] 한국전쟁… 다시 상기해보는 그 시절

입력 2023. 6. 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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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현충일이 되면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Taking Chance)이 생각난다.

챈스 일병은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했다.

형님은 제주 시내에서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형편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그러나 돌아가신 사유가 전쟁의 상처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증명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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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현충일이 되면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Taking Chance)이 생각난다. 챈스 일병은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했다. 챈스 일병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2009년 기록 영화형식으로 만들었는데 매우 감동적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당한 군인에 대해 미국이 어떠한 예우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적절한 예우가 없으면 ‘보람 있는 비극에 대한 각오’가 약해지고, 나라를 위하여 싸우려는 의지도 약해진다. 이는 국방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된다.

나의 첫째 삼촌 김창근은 한국전쟁에서 치명적인 총상을 입었다. 부산에 있는 임시 군인병원에서 치료받고 상병으로 제대했다. 김창근 삼촌의 형수가 되는 나의 어머니는 제주에서 부산으로 배를 타고 병문안을 여러 차례 다녀오곤 했다. 삼촌은 제대 후에 제주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상처가 완전히 치료되지 않아서 후유증에 시달렸다. 전쟁 통에 이를 치유하기에는 집안 형편이 궁했고 병원시설도 형편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 3년 뒤에 장가도 들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모두가 힘들게 살던 시절이다.

삼촌에 대한 기억은 없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1950년대에는 드물게 음악적 재능이 있어서 기타를 치기도 하고 패션 감각도 있었던 멋쟁이라고 했다. 제대 후 아픈 몸을 나의 아버지인 형님 집에 자주 의탁하곤 했고, 형수를 특히 따랐다고 했다. 형님은 제주 시내에서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형편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삼촌이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이분이 국립묘지에 묻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돌아가신 사유가 전쟁의 상처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증명이 쉽지 않았다. 어머니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을 서류로 증빙하기 어려웠다. 기록들이 부실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담당자가 바뀌고 또 바뀌니 증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어머니는 이를 못내 아쉬워하면서 정부에 탄원하기를 무려 65년이 흘렀다. 어머니는 학교를 제대로 다녀보지 못했다. 글을 읽는 정도이다. 8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는 다른 여인과 혼인했다. 외할머니에 의탁하여 자랐다. 이런 분이 스스로 탄원서를 또박또박 작성하면서 끈질기게 매달렸다. 나에게도 부탁하곤 했지만 해외를 오가는 내가 이 일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증빙서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2019년 어머니의 간절함 때문인지 아니면 정부가 관대해졌는지, 삼촌이 사망하고 65년이 지난 후 드디어 김창근 상병 국립제주호국원 안장이 결정됐다. 전장에서 부상을 당해 제대한 후에 젊은 나이에 희생된 삼촌이 나라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제주도 호국원 묘지에 이장하는 날 어머니는 주위의 예상과 달리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기쁘고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홀가분해 보였다.

“이제 자네도 편안하게 쉬시게.” 그 한마디뿐이었다. 그 한마디에 내 마음에 눈물이 고였다. 그동안 어머니의 힘든 여정에 동참하지 못한 자책이 슬픔이 되었다. 그리고 1년 뒤에 어머니도 영면하셨다.

모든 것을 이룬 듯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이제 편안하시기를 기도한다. 한국전쟁의 상처는 이렇게 오래 지속됐다.

김봉현 전 호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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