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피맛골에 내려온 남산의 토끼

한장희 2023. 6. 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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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골은 처음부터 평민들의 공간이었다.< p>

조선 시대 종로는 궁궐과 관가가 가까워, 가마나 말을 탄 고관대작의 행차가 잦은 큰길이었다.

큰길을 가다 고관대작을 만나면 하급 관리와 평민들은 엎드려 예의를 표해야 했으니, 이것이 싫었던 사람들은 뒤쪽의 좁은 골목을 이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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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골은 처음부터 평민들의 공간이었다. 조선 시대 종로는 궁궐과 관가가 가까워, 가마나 말을 탄 고관대작의 행차가 잦은 큰길이었다. 큰길을 가다 고관대작을 만나면 하급 관리와 평민들은 엎드려 예의를 표해야 했으니, 이것이 싫었던 사람들은 뒤쪽의 좁은 골목을 이용하게 되었다. 이 골목에 ‘말을 피하는 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연이다.>(36쪽 ‘피맛골의 사연-피맛골’ 중에서)

'피맛골에 내려온 남산의 토끼'는 1971년에 한국의 곳곳을 촬영한 옛 사진과 그 사진 속 장소를 찾아가 같은 구도로 찍은 현재의 사진, 이 두 장의 사진을 두고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변화한 우리 사회상을 이야기한다. 50년 전과 현재의 광화문, 이대앞, 피맛골, 해운대 등의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현대사를 읽는 동시에 가깝고 익숙한 장소들의 알지 못했던 낯선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사진들은 1971년 당시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시대상을 기록한 조성봉이라는 사진가의 작품이다. 그는 당시 찍은 귀한 사진들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셀수스협동조합에 기증했다. 셀수스협동조합은 2015년 김형진·김찬휘가 중심이 되어 결성한 카피레프트 운동단체다. 카피레프트는 저작권을 뜻하는 카피라이트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콘텐츠를 무상으로 공유하자는 운동을 말한다.

이 책의 지은이 김찬휘, 김형진, 정치영 세 사람은 1981년 봄 서울 정동에 있던 배재고등학교 1학년 9반 교실에서 처음 만났다. 덕수궁 돌담길을 누비며 고교 3년 동안 늘 붙어 다닌 셋은 그 후 40여 년 동안 꽤 다른 길을 걸어 왔다. 한결같은 우정은 여전한 채로 말이다. 강남구에서 20여 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며 일타강사로 활약한 김찬휘는 지금 녹색당 대표로 활동하며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적 전환을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 김형진은 30여 년 동안 KBS PD로 어린이프로그램 등을 연출했고, 현재는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정치영은 과거의 경관과 지리적 상황을 복원하는 역사지리학자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다. 각기 다른 일을 하며 살던 세 사람은 셀수스협동조합을 계기로 다시 의기투합했다. 정치영은 지금까지 셀수스협동조합에 가장 많은 사진을 기증한 후원자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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