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기업‧조직화 되는 티켓 리셀시장, 강력한 법적 규제 필요”

박정선 입력 2023. 6. 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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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연계에서는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더기로 표를 확보한 뒤 비싸게 되파는 수법이 수년째 지적되고 있지만, 온라인 암표 거래를 처벌하는 법적 규제가 없다 보니 암표 거래가 갈수록 대범해지고 있다. 이에 업계는 티켓 거래 부정행위에 대한 빠른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이하 음공협) 이종현 회장은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암표 및 부정거래 대책 강구 및 공연업계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공연시장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던 암표, 부정거래가 케이팝 시장의 확대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며 “이제 이 문제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현재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암표와 부정거래를 통한 피해를 막기 위한 세미나 등의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공연기획사 40여개가 모인 비영리단체인 음공협 역시 올해를 ‘암표 근절의 해’를 목표로 앞서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른 현황 파악과 세미나 등을 개최해왔다. 이날 세미나 역시 이 캠페인의 일환이다.


기존 법안에는 입장권 또는 관람권 등의 부정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의무가 규정됐으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판매를 금지하는 명시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동안 티켓 부정판매자는 형법 제314조에 따른 ‘업무방해죄’ 또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2항에 따른 ‘암표매매’ 등에 해당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현장 판매의 경우에만 적용이 됐고, 업무방해죄 역시 포털이나 파워링크 광고주 등으로 특정되었던 것이 현실이다. 즉 온라인에서 티켓을 되파는 행위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 셈이다.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백세희 변호사는 “매크로를 이용하거나 암표를 판매해서 기획사나 판매처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을 일으킬 때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만 이를 증명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며 “매크로와 암표상을 연결지어 생각한 건 불과 5~6년가량 전 프로야구 경기를 통해서였다. 현재는 드물지만 이와 관련한 유죄 판결도 나오고 있다. 다만 경찰은 수사의 단서를 공급자의 고소, 고발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 자체로 암표상을 억제할 수 있는 효력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법적으로 매크로를 통한 암표 거래 행위가 금지되는 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부정판매 금지 등에 관한 제4조의2제에 ‘정보통신망에 주문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공연법 개정안은 내년 3월 시행된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얼마 전 유명 트로트 가수의 공연 티켓이 정가보다 10배 이상 높게 팔려서 논란이 됐다. 현재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티켓을 부정하게 싹쓸이하면 관객들이 기회와 가격 측면에서 큰 피해를 입게 되고, 나아가 대중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멀게 만든다. 결국 나라와 사회의 문화예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한 차례 같은 내용을 발의했지만 처리가 되지 않았다. 국회가 게으르거나, 시급한 현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처사”라고 꼬집으면서 “보편화된 공연 질서와 규범은 그 나라와 국민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고 곧 국격의 단면이 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바람직한 문화생활을 위한 질서와 규범을 공론화해야 한다. 추후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개정안은 부정한 예매, 즉 매크로를 사용한 경우에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를 적발해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티켓 플랫폼 인터파크 콘서트컨설팅 매니지먼트팀 강수현 씨는 매크로와 인터파크의 관계를 ‘창과 방패’에 비유했다. 강씨는 “안심예매 서비스, 보안문자 입력 단계 추가를 비롯해 예매 창 진입 후 결제까지 제한시간을 설정해 매크로의 과도한 진입과 좌석 호출을 제재하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다. 불법거래 정황이 발견된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티켓을 취소하기도 한다”면서도 “매크로는 인터파크의 오랜 숙제이자 싸워나가야 하는 주요 타깃이다. 100% 막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처럼 매크로 업자들도 규제 정책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2차 판매 이슈는 물론이고 트래픽 이슈와도 연관이 있어서 꾸준히 대응하고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해리 스타일스를 비롯해 최근 브루노마스까지 부정거래가 확인된 티켓을 대거 취소시키면서 주목을 받은 주관사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김형일 대표는 암표로 인한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대부분 명품을 재판매하듯이 티켓을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해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해외처럼 티켓 리셀 시장이 점점 기업화, 조직화 되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아티스트와 팬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미국의 티켓플랫폼 티켓마스터처럼 암표 리셀을 인터파크와 같은 플랫폼에서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 음지에 있는 리셀 시장을 양지로 끌어오면서 사기 티켓은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터파크 관계자는 “2차 티켓 시장을 불법화해서 처벌 대상으로 규정을 하거나, 이를 공정하고 안전한 환경으로 개선을 시키거나 여러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이라며 “다만 현재까지는 국내 소비자, 즉 팬들 입장에서 2차 티켓 시장 거래에 대해 거부감이 큰 상태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개정안과 별개로 국회에는 티켓에 대한 상습 또는 영업 리셀을 통해 구입가보다 높이 재판매, 알선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걸 의무화하는 방향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발의 이후 현재까지 상임위 소위 단계 논의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날 세미나의 모더레이터로 나선 음공협 고기호 부회장은 “무엇보다 티켓 거래에 있어 부정행위를 불법화해줄 수 있는 입법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역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공연시장의 성장을 위해서 건전한 공연문화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음공협이 진행 중인 캠페인이 이러한 인식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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