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송승헌, ‘택배기사’로 꺼내보인 ‘서늘한’ 얼굴
10년, 20년 연기 생활 하며 쌓은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을 깨는 시도 해보고 싶다.”
배우 송승헌이 ‘택배기사’를 통해 악역의 서늘함을 선보였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섬뜩한 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도 송승헌에게는 낯선 일이었지만, 그간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할 수 있어 만족하며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송승헌은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에서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천명그룹의 대표 류석을 연기했다.

첫 악역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서늘한 얼굴을 드러내면서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마냥 섬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선과 악의 경계에서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면서 ‘택배기사’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선과 악으로 구분을 하면 악이긴 하지만, 이 친구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영화 ‘조커’를 비롯해 다른 작품들을 봐도 그렇지 않나. 그들의 입장에선 이유가 있다. 구분을 짓는 것이 맞는 것인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렇다고 류석이 옳다는 건 아니다.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려고 했다.”
이렇듯 류석의 입체적인 면모를 조금 더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택배기사 5-8과 사월의 활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류석의 전사들이 다소 생략되기도 했던 것. 그러나 영화 ‘일단 뛰어’ 이후 오랜만에 재회한 류의석 감독 비롯해 동료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나가며 아쉬움을 달랬다.
“원래 류석의 과거 이야기들이 좀 있었다. 지구에 날아오는 행성을 막는가 하면, 가정사도 있었던 인물이다. 그런 것들이 흥미로웠는데 한정된 시간과 시리즈라 담기지 못해 류석 입장에선 아쉬움이 있다. 한국 팬들은 회당 기승전결, 캐릭터의 의미에 집중을 할 수 있어 좋아하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그 선택이 아쉽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한 작품이라 촬영 내내 즐거웠다.”

‘택배기사’는 물론, 최근 드라마 ‘보이스4’, 영화 ‘대장 김창수’ 등 장르물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주며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송승헌이다. 멜로 드라마 속 젠틀한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조금 색다른 행보였지만, 그래서 더욱 즐겁게 연기 중이다.
“안 했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재미가 있다. 10년, 20년 연기 생활을 하면서 쌓은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을 깨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 개봉은 안 했지만, 앞으로 선보일 작품에서도 보셨을 때 파격적인 캐릭터들이 나오기도 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 ‘내가 알던 송승헌이 아니네’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캐릭터들이 재밌는 것 같다.”
물론 송승헌의 ‘멜로 이미지’를 원하는 팬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송승헌 또한 “악역을 굳이 해야 하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색다른 캐릭터를 함께 구축해 나가며 느낀 즐거움이 컸기에, 앞으로도 새 시도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주변에서도 멜로를 많이들 권해 주신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런 장르를 많이 해보기도 했고,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었던 게 컸다. 자유롭게 연기를 하고, 소통도 많이 하고. 내 의견도 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어렸을 땐 짜인 대로 했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영화‘인간중독’을 하면서 시작이 됐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게 불륜인데, 그런 작품들을 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이 재밌다는 걸 느낀 것 같다. 2, 30대 때는 연기가 ‘직업이구나’, ‘밥을 먹고살게 하는 일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는 경험 역시 새로웠다. 원조 한류 스타로 일본 등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송승헌이지만, 이렇듯 전 세계 시청자들을 단번에 만나는 경험은 그에게도 뿌듯한 일이었다.
“넷플릭스는 한국 작품을 전 세계로 나가게 하는 역할을 하지 않나. 이정재 선배님을 ‘오징어 게임’ 대박 이후 만났는데, ‘어리둥절하다’고 하시더라. 싸이,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그 전에 물론 한류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것은 다르다. 배우들도 그렇고 관계자들도 행운아라는 생각을 한다.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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