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사 앞에서 일주일 농성, 단 한 명도 못 만났다"

조혜지 2023. 6. 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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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 앞 '특별법 제정 촉구' 농성 시작... 용산구청장 석방에 한숨 쉰 이태원 유가족들

[조혜지, 남소연 기자]

▲ 윤 대통령 공식 사과 요구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7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갓 정비를 시작한 텐트 한 동. 검정 그늘막 천 한 장이 국회의사당 건물 앞으로 펄럭이고 있었다. 마실 물과 간이 의자 몇 개가 차례로 들어왔다. 국회 앞 농성을 시작한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의 공간이었다.

"오늘 나온다고요?"

농성장을 채비하는 분주한 틈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등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 됐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보석 인용 사실이 전해졌다. 박 구청장 외에도 이태원참사 은폐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된 경찰, 지자체 혐의자들도 줄줄이 보석이 청구된 상황. 일부 유가족들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이미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재판부의 늑장 (재판)진행으로 구속된 피고인들이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들이 석방될 경우 대외적으로 이들에게 죄가 없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가족들은 더디기만 한 참사 책임 규명을 위해서라도 신속한 특별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원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본청 계단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꼬리자르기 수사 이후 피의자들은 한결 같은 본인들의 잘못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159명이 사망했는데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안전은 지나친 게 낫다던 오세훈, 이태원 참사 때는?"
 
▲ 야4당도 함께한 이태원참사 유가족 농성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의당 이정미, 진보당 윤희숙,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 등 야4당 지도부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대통령 공식 사과 등을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 남소연
 
유가족들은 이날 발표한 호소문에서 "지난 4월 20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발의됐고, 21대 국회 최다 의원인 183명이 공동 발의했지만 숙려 기간 20일을 한참 지난 오늘까지도 관련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안건조차 상정 되지 않았다"면서 "농성기간 유가족들은 매일 국회를 찾아 행안위 위원들을 비롯한 여야의원들을 만나 특별법이 왜 필요한지 알리고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직무대행은 특별법 반대 기조를 내세운 정부와 여당에 반대 근거를 되물었다. 이 직무대행은 "특수본과 국정조사를 통해 모든 것이 밝혀졌으니 특별법이 필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며 물어본다. 특수본과 국조를 통해 밝혀진 게 도대체 무엇인가"라면서 "(지난 5월 31일 서울시 오발령 재난문자 논란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전은 지나친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낫다고 했는데, 10월 29일 그날의 안전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다. 왜 그때그때 인식이 다른가"라고 말했다.

이 직무대행은 이어 "우리 유가족들의 삶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모두 바쳤음을 밝힌다"면서 "6월 국회는 결코 우리 가족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리라 굳게 믿는다. 부다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특별법 공동 발의에 참여한 야4당의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법안 통과 의지를 재확인했다. 각당 대표들의 발언들은 모두 법안 반대 진영인 국민의힘을 향해 있었다.

이재명 "정부, 이렇게 가혹할 수가"... 오준호 "특조위 필요없다? 행안부는?"
 
▲ 이태원참사 유가족 농성에 함께한 야4당 지도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앞줄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진보당 윤희숙 대표와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 등 야4당 지도부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정부 여당의 태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가혹할 수가, 비정할 수가 있나"라면서 "지금처럼 시간이 약이라는 태도로 뭉개지 말고, (정부 여당이) 특별법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주시길 간곡하게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참으로 못난 정부다"라면서 "지금까지도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내던진 책무를 국회가 안아야 한다. 야4당과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진상규명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또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 "국민의힘은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특별법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행정안전부의 특별법 반대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 공동대표는 "(행안부는) 진상조사를 이미 경찰과 검찰, 국정조사로 이미 했거나 하고 있으므로 비(특조위는)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라면서 "그렇다면 치안 업무는 경찰청이, 재난관리는 소방청과 각 지자체가 알아서 하는데 행안부는 왜 필요한가. 그 존재도 비효율이고 중복 아닌가"라고 물었다.

오 공동대표는 이어 "행안부의 업무가 관할 기관들을 총괄 조정하는 일이라면, 특조위 역시 각 조사기관이 보지 못했거나 정부 눈치를 보느라 덮은 진실들을 확인하는 역할이 있는 것"이라면서 "재난통신망 기록을 행안부가 폐기하고, 경찰이 112신고기록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것만 봐도 독립적 진상 조사기구 설치 필요성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농성을 시작한 7일부터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나 특별법 제정을 호소할 계획이다. 유가족들은 이날 호소문에서 "지난 5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일주일간 농성하는 동안 우리는 단 한 명의 국민의힘 의원도 만나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만나고 싶다. 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지, 법 제정을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는지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대통령은 공식사과!' 피켓 든 유가족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하라', '대통령은 공식 사과!' 등을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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