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콜레스테롤’ 낮아도 심혈관질환 더 잘 생긴다?

민태원 2023. 6. 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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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LDL 낮으면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기존 학설과 다른 ‘역설 현상’ 첫 규명
LDL 낮은 사람도 ‘혈중 염증 수치’ 관리해야
게티이미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이 더 잘 생길 수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규명됐다.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도 ‘혈중 염증 활성도’가 높으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DL 콜레스테롤의 정상 수치는 100㎎/㎗ 미만이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양한모 교수·박찬순 임상강사와 숭실대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30~75세 약 243만명을 대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의 상관관계를 약 9년간 추적 관찰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다학제 연구 분야 국제 학술지(Journal of Advanced Research) 최신호에 발표됐다.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붙으면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유발된다. 따라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수록 좋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다.
실제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은 고지혈증약을 복용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치료를 받는다.

연구팀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2차 예방군이 아닌, 병력이 없는 ‘1차 예방군’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의 임상적 의미에 주목했다.
국가건강검진 결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고 고지혈증약도 먹고 있지 않은 1차 예방군 성인 240여만명을 대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른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 위험에 대한 장기간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80~90㎎/㎗ 이하로 정상 보다도 낮은 경우,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J자형 커브’가 관찰됐다.

추가로 연구팀은 이런 역설적 현상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코호트(동일집단·2812명) 및 국민건강영양조사 코호트(1만7056명)를 분석했다.
그러자 두 코호트에서 공통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 및 염증 정도를 나타내는 ‘hs-CRP(고민감도 C-반응성 단백질)’ 수치 사이의 J자형 상관관계가 관찰됐다.

두 코호트에서 LDL 콜레스테롤 ‘70㎎/㎗ 미만’ 그룹은 ‘70㎎/㎗ 이상 130㎎/㎗ 미만’ 그룹에 비해 평균 hs-CRP 수치가 높고, hs-CRP 수치가 높은 사람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컸다.
혈중 염증 활성도가 증가하면 심혈관질환 위험도도 높아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질환 사이의 J자형 상관관계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집단에서 증가된 염증 활성도 때문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추가로 고지혈증약을 복용해왔던 사람 및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고 고지혈증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향후 10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미국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 속하는 사람은 기존 학설과 마찬가지로 LDL 콜레스테롤이 낮아질수록 심혈관질환 위험도 줄어드는 선형적인 관계가 나타났다.

이런 사람들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기존의 치료 방식이 심혈관질환 예방 및 치료에 도움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약을 복용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심혈관질환이 증가될 것을 우려할 수 있겠지만, 스타틴 복용군 분석 시 LDL 콜레스테롤 수치 및 심혈관질환 위험도 사이에 J자형 커브는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연구팀은 부연했다.

양한모 교수는 “이번 결과가 기존 학설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만큼 교란 변수나 통계적 오류가 없는지 다각도에서 분석했으나 결과는 동일했으며, 특히 LDL 콜레스테롤이 낮으면서 심혈관질환이 잘 생기는 특정 다른 질환자군들까지 고려해 분석했으나 마찬가지였다”며 “이전 연구들과 다르게 심혈관질환 병력 유무에 따라 대상을 1·2차 예방군으로 명확히 구별하고, 대규모 인원을 장기간 추적 관찰했기에 J커브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주목할 것은 심혈관질환 발생에 있어 다양한 위험인자를 고려해 잠재적 환자군을 명확히 하고 추적과 관리를 실시해야 한다는것”이라며 “특히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도 염증 활성도 수치가 높은 사람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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