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논란' 반구대암각화…이번엔 '징검다리' 구설, 무슨 일? [이슈추적]

김윤호 입력 2023. 6. 7. 10:42 수정 2023. 6. 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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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 인근에 있는 징검다리.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이 다리는 울산시가 최근 설치한 것이다. 환경단체는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울산환경운동연합

침수·훼손이 되풀이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가 이번엔 '징검다리' 구설에 올랐다. 최근 울산시가 반구대암각화 인근에 설치한 보행용 징검다리를 환경단체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방해가 되는 시설로 규정, 철거를 요구하면서다. 반구대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측은 7일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 인근에 설치한 징검다리를 철거하고 반구대를 원상회복하라"고 요구했다.

반구대암각화 인근에 설치된 징검다리. 네이버 지도 캡쳐

징검다리는 지난달 초 반구대암각화 앞을 가로질러 흐르는 대곡천에 등장했다. 길이 20m, 폭 1.2m로 암각화와는 약 700m 떨어진 곳에 있다. 울산시가 반구대암각화 인근에 있는 '반구서원 유허비'로 가는 탐방로 조성 사업을 하면서 설치했다. 주민이나 관광객이 대곡천을 건널 때 밟고 가는 용도다. 주변에 공룡 발자국 화석이 많아 문화재청 심의까지 별도로 받았다고 울산시는 전했다.

"징검다리 철거하라" VS "아무 문제 없다"

물 밖으로 나온 반구대암각화. 연합뉴스

이를 두고 환경단체 측은 징검다리 설치 위치가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해당 인공시설이어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환경단체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곡천 물길이 180도 휘돌아 나가는 곳에 징검다리가 설치됐는데, 이곳은 급류로 토사가 쌓이고 유실되기를 반복하는 곳"이라며 "비가 많이 오는 등 홍수가 나면 징검다리가 통째로 떠내려가거나 토사에 묻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공적으로 설치한) 징검다리가 물길을 막기 때문에 (반구대암각화가 있는) 대곡천 상류와 하류 간 물고기 이동이 단절돼 자연 생태계 균형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징검다리 때문에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물길이 단절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 반구대암각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절차 진행 상황을 다 알고 있는데 왜 징검다리 설치를 허락했겠는가. 화강암으로 만든 징검다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성공, 식수원도 보호"

물에 완전히 잠긴 반구대암각화. 연합뉴스

연평균 두달 물에 잠겨
1971년 발견된 반구대암각화는 가로 8m, 세로 4m 정도의 평평한 바위 표면에 그렸다. 귀신고래 등 300여 점이 새겨져 있다. 2010년 유네스코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2021년 세계유산 우선 목록에 선정됐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진행 중이지만 발견 6년 전 지어진 대곡천 내 사연댐 저수 구역 안에 있어 수시로 침수된다. 수위가 53m를 넘으면 물에 잠긴다. 연평균 두 달 정도 물에 잠기는 바람에 그림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사연댐 수문 설치안 '중단'
반구대암각화 침수와 훼손을 막기 위해 지난해 4월 울산시와 환경부·문화재청·한국수자원공사는 수문 설치 카드를 꺼냈다. 사연댐에 수문 3개를 설치, 수위를 조절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무작정 사연댐에 수문을 달아 물을 빼내 수위를 낮추면 울산시민 식수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기존 대구 식수원인 청도 운문댐 물을 가져다 쓰는 방법이 거론됐다. 그러나 대구·구미 간 취수원 관련 협약 해지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청도 운문댐 물 가져오거나 사연댐 수문 설치 방안 논의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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