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한동훈 과잉수사', 분풀이용 만은 아니다

이충재 입력 2023. 6. 7. 06:48 수정 2023. 6. 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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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등 개각 앞두고 인사검증 약화 포석...국회·언론, 합동-교차 검증 무력화

<이충재의 인사이트>(https://chungjae.com)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충재 기자는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이충재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5일 오전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최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수사가 언론, 야당으로 확대되면서 과잉수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야당 국회의원이 인사청문회 자료 유출 혐의로 압수수색당한 것은 초유의 일입니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 배경으로 윤석열 정부 실세인 한 장관 눈치보기설과 보복수사설 등이 설득력있게 거론됩니다. 정치권에선 이에 더해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비롯해 조만간 있을 '윤석열 정부 2기 내각' 인사청문회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야당과 언론의 검증 기능을 약화시켜 낙마 사태를 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겁니다.

취임 1주년 개각 불발과 높은 인사청문회 벽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개각 불발입니다. 지난달 초 대통령실 주변에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개각이 단행될 거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총선 출마 수요 인사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개각 대신 일부 차관급 인사로 대체됐는데, 대안을 찾기 어려워서라는 뒷말이 나왔습니다. 당시 여권에선 "대상자 찾기가 힘든데다 인사청문회 벽이 너무 높아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현재 대통령실에선 집권 2년차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개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이 언제든 가능하도록 실무적인 준비를 해놓으라고 지시했다는 말도 돕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가장 걱정하는 건 검증 과정에서 도덕성 문제가 불거져 지명을 철회하는 경우입니다. 지난해 잇단 장관 후보자 낙마 사태로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악몽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로선 국회 인사청문회를 별 문제없이 통과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권에선 이런 와중에 돌출된 한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호재로 여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경찰은 한 장관 인사청문 자료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거쳐 MBC기자를 거쳐 전 열린공감TV 서아무개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를 위해 국회에 제출된 한 장관과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을 언론에 넘긴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게 경찰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과 언론의 협업이 관행화했다는 점에서 검증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 자료는 공직자 검증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자료로 그간 여야를 떠나 공익적 목적에서 언론과 공유해왔습니다. 자료가 사적 용도로 활용됐다면 모르겠지만 이번 한 장관 자료도 인사검증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개인정보보호법을 엄밀하게 적용하면 자료 공유가 어려워 결과적으로 검증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야권의 주장입니다.

일각에선 한 장관 자료 유출 수사가 조만간 진행될 이동관 특보의 인사청문회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 특보 아들의 하나고 학교폭력 의혹이 검증의 쟁점이 될 게 뻔한 상황에서 사전에 야당과 언론의 공조체제를 차단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지적입니다. 이 특보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이 파악한 의혹이나 입수한 자료를 언론에 넘겨 보도되는 것을 막자는 속내가 경찰의 과도한 수사로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법조계에서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칠 혐의에 대한 수사 치고는 과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취지는 정부와 기업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개인이 자기 정보를 통제할 수 있도록 약자인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 장관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경찰이 대대적으로 강제수사를 하는 것이어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사 대상인 최 의원과 한 장관이 '채널A사건'으로 악연이 있고, MBC기자도 윤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보도로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상태라는 점이 보복수사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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