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같은 지자체조차 '고무줄'…재개발 조합원 '복불복 세금폭탄'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3구역 재개발 승계조합원 200여명 중 절반이상이 이달 초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등 과세가 부당하다며 동작구청에 단체로 경정청구(과다 납부 세금을 바로잡아 달라는 요청)를 냈다. 흑석3구역은 흑석리버파크자이 아파트로 재개발돼 지난 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승계조합원은 기존 조합원의 권리를 승계받아 조합원이 된 경우를 의미한다. 현행법상 재개발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 후 조합원 입주권을 매수할 경우 조합원 지위 승계 시점과 입주 시, 두 차례 취득세 등을 내야 한다. 조합원 입주권의 가격은 토지에 대한 가격과 프리미엄(웃돈)을 더해 결정된다. 조합원 지위 승계 당시에는 이 입주권 매매 가격에 4%의 세율을 곱해 취득세가 결정된다.
입주 시에는 신축 아파트를 새롭게 취득한 것에 대해 과세한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서는 “환지계획 등에 따른 취득부동산의 과세표준에서 환지 이전의 부동산의 과세표준을 뺀 금액을 초과액으로 산정한다”고 규정한다. 다시 말해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최초 입주권 매입 가격보다 높을 경우에 한해 입주 시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흑석3구역 승계조합원 이모씨 등에 따르면 이들은 입주 시 내는 취득세 과세 기준이 잘못됐다며 동작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동작구청은 지난 4월 말 신축 아파트 분양가에 프리미엄을 더한 뒤 이미 낸 입주권 매입 가격을 빼고 과세표준을 정한 뒤 흑석3구역 승계조합원들에게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등을 부과했다.
하지만 흑석3구역 승계조합원들은 분양가에 프리미엄을 더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조합원 지위 승계 시점에서 이미 프리미엄에 대한 과세가 이뤄졌는데, 이후 재차 프리미엄을 합산해 취득세를 매기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흑석3구역 승계조합원 이모씨는 “이미 입주권 매입 시 프리미엄에 대한 취득세를 냈는데, 입주 후 프리미엄에 대해 또 다시 과세하는 건 ‘이중과세’”라며 “입주권 매수 가격과 시점에 따라 승계조합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내지 않아도 될 취득세 1000만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동작구청은 2019년 6월 행정안전부가 낸 자료를 참고해 과세표준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행안부는 “취득세 과세표준에는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한 일체의 직‧간접 비용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종전부터 분양권 프리미엄은 취득세 과세 대상이었고, 2015년 유권해석을 통해 이를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할 때 분양가격에 프리미엄을 포함하더라도 종전 부동산 취득가격에 프리미엄이 포함돼 과표에서 다시 공제되기때문에 이중으로 과세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입주 시 취득세 과세표준을 두고 양측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일선 세무전문가들은 “법 조항이 애매하다”고 지적한다. 김종필 세무사는 “관련 법에서는 승계조합원 입주 시 분양가에 프리미엄을 더해 취득 부동산의 합계액을 산출하라는 내용 자체가 없다”며 “충분히 경정청구를 해볼 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세무그룹 온세의 양경섭 세무사 역시 “법문대로만 해석하면 입주시 프리미엄은 과세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재개발 승계조합원 취득세 과세 방식이 지방자치단체별로 달랐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입주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M아파트의 경우 입주 시 취득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흑석3구역 승계조합원들의 주장처럼 프리미엄을 제외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행안부의 별도 지침이 있었던 게 아니어서 자체적인 법령 해석에 따라 과세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동작구청은 행안부가 재차 유권해석을 내린 이후인 2019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동작구 흑석동의 A아파트 승계조합원에게 프리미엄을 뺀 과세표준을 적용했다.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이에 대해 동작구청 담당자는 “현재 경정청구 내용을 검토 중이라 자세한 설명은 어렵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취재가 시작된 이후 행안부는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실태 파악에 나섰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취합된 바에 따르면 지자체별로 입주 시 내는 취득세에 프리미엄을 넣어 과세표준을 계산한 곳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정확한 실태 파악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과세 기준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례가 일부 있다면 이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법제해석심의위원회 등을 통해서 일관성 있는 해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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