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투어·사우디 LIV 골프 전격 합병

성호준 입력 2023. 6. 7. 03:57 수정 2023. 6. 7.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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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골프 대회에 달린 로고. AP=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 월드투어(구 유러피언투어), 사우디아라비아 후원을 받는 LIV 골프가 6일(현지시간) 합병을 선언했다. 지난해 6월 LIV는 대회당 PGA 투어 대회의 4배가 넘는 막대한 상금을 걸고 출범했다. 엘리트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는 LIV 골프와 강하게 반목했다.

PGA 투어와의 합병 발표는 2022년 6월 LIV의 첫 대회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PGA 투어와 LIV는 “공동 소유의 영리 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으며 골프 산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합병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세부사항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PGA 투어와 DP 월드 투어가 별도 법인으로 운영될지, 국제투어로 바뀔지, 선수들이 LIV와 PGA 투어를 병행할 수 있을지, TV 중계권은 어떻게 될지는 미정이다. 그러나 올해 투어는 그대로 진행된다.

PGA 투어는 이사회의 과반수를 임명하고 새로운 법인에 대해 과반수의 의결권을 갖는다. 새 법인의 이사회는 야시르 알루마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가 회장을 맡고 PGA 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가 CEO에 임명된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지난해 6월 LIV 골프를 세웠다. 막대한 상금에 필 미켈슨과 브룩스 켑카 등 엘리트 선수들이 LIV 골프로 이적했다. LIV 골프가 성공하면 PGA 투어는 2부 투어로 전락하게 된다. PGA 투어는 LIV 골프 이적 선수를 제명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고 이와 관련 선수들이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LIV는 기대했던 스폰서십을 받지 못해 지속가능성이 문제가 됐다. PGA 투어는 LIV에 대항에 상금을 대거 올렸으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PGA 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가 지난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LIV골프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합병 이후 LIV 골프 소속 선수들이 미국과 유럽 골프 투어 회원자격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계류 중인 모든 소송도 합의로 종료한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PGA투어와 LIV 골프의 공동 운영 법인의 독점 투자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계에서는 이번 합병은 전반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로 본다. 사우디는 LIV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건 골프 리그를 만들어 PGA 투어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고 결국 성공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PIF는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대한 거부권이 있어 앞으로 권한이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뉴욕 타임스는 “세계 스포츠에서 역할을 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 중 가장 큰 성공이다. PGA 투어와 합병함으로써 석유가 풍부한 왕국은 골프의 파괴자가 아니라 파트너의 형태로 정당성을 부여받았고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골프위크는 “서류상으로는 사우디의 적대적 인수합병처럼 보인다”고 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소유했다. 사우디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는 세이비게임즈 그룹은 사우디를 스포츠 글로벌 허브로 만들기 위해 378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 투자 기금을 받는 LIV 골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을 세탁하는 이른바 ‘스포츠 워싱’으로 비판받았다.

PGA 투어 모나한 총재는 지난해 “선수들은 여성, 동성애자, 언론인을 대하는 사우디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고 이적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나한은 이날 “우리는 LIV와 PIF의 세계적 수준의 투자 경험에 발맞추어 앞으로 나아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PIF의 비전과 협력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접근 방식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LIV로 이적한 필 미켈슨 등 일부 선수들은 이를 반겼다. 반면 PGA 투어 일부 선수들은 “사악한 집단이라고 한 LIV 골프와의 합병을 누가 동의했느냐”며 반발했다. 세계랭킹 67위 매켄지 휴즈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투어와 합병한다는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됐다”고 푸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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