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리·사상·사회의 경계를 넘어… 선교의 뉴노멀을 세우자

2023. 6. 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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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선교 미래지도 3.0 (하)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관계자들이 지난달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KWMA 세미나실에서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를 위해 준비 모임을 하고 있다. KWMA 제공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상은 새로운 표준(뉴노멀)을 말하고 있다. 선교에도 몇 가지 이유로 새로운 표준이 필요하게 됐다. 첫 번째 이유는 세계 기독교의 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세계교회와 선교는 서구 교회에 의해 주도됐다. 특히 개신교 선교 운동이 활발해진 17세기 이후 더욱 그렇다. 서구 교회의 헌신으로 복음은 전 세계로 확장됐다. 그 결과 과거 선교지였던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교회들이 성장해 오늘날 세계 교회의 중심이 됐고 나아가 선교하는 교회로 바뀌고 있다.

이제까지 선교 중심이었던 서구교회는 점차 약화하는 추세다. 세속화 및 세계화 속에서 인구 감소로 인한 인구 이동으로 다문화·다종교 사회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선교지로 전락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선교사를 보낸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교회들이 성장해 선교하는 나라가 된 상황에서 한국교회 선교 방식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둘째 한국교회 상황이 바뀌고 있다. 한국교회는 안타깝게도 2010년 이후 정체 혹은 약화하고 있다. 한국교회 침체가 한국 선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2030년까지 10만명 선교사를 보내자’는 구호가 그렇게 낯설게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한국 선교사 숫자는 정체 상황이며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정체와 더불어 인구 절벽 현상은 이런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엔코위·National Consultation on World Evangelization)에서는 이런 변화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국 선교의 새로운 표준을 모색하려고 한다.

먼저 선교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확장해야 한다. 선교는 단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다. 선교는 문화 경계를 넘어 복음을 전하는 일이다. 선교가 지리적 측면으로만 이해된 것은 서구 기독교 국가 개념 때문이다. 17세기 이후 서구교회의 선교는 식민지 열강 세력이 비서구 지역을 지리적으로 정복했고 그 길을 따라 선교사를 파송하면서 확장됐다.

물론 선교에 참여한 선교사들은 희생과 고난을 감당해야 했지만 서구 선교는 힘에 의한 선교였다고 할 수 있다. 근대에는 그것이 열강의 세력이었고 현대에는 자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선교를 주도할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교회들은 힘과 돈을 가진 교회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그들과 함께 선교하기 위해서는 힘이 아닌 예수님의 성육신적 본을 따라서 그들의 친구가 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또한 복음은 지리·문화·사상·사회적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이제 선교는 다중심적이고 전 방향을 향하며 통합·총체적 성격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 가는 자(파송 선교사) 중심에서 내부자(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선교 개념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선교 방식을 요구한다.

셋째 선교를 선교사에게만 맡기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선교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부르심이며 선물이다. 오늘날 복음화되지 않은 많은 지역은 선교사 비자를 주지 않는 나라나 기독교에 대한 저항이 강력한 힌두교·이슬람·불교권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선교사들이 선교사 비자를 얻지 못한 채 선교지 국가의 법을 어기며 거주하고 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선교지 법을 어기는 것은 비논리적이고 성경적이지도 않다. 세계화 시대에 선교지 문화나 법을 어기지 않고 삶 속에서 선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계화로 인해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전 세계를 여행하고 유학하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전 세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선교적 삶을 살아낼 수 있다.

선교사로 해외에 가지 않아도 국내에 있는 220만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난민, 이주민들에게 얼마든지 복음을 전할 수 있다. 한국 선교의 미래는 더 많은 선교사가 파송되는 것을 넘어 모든 성도가 선교인으로 거듭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그럴 때 한국교회는 진정한 선교적 교회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번 8차 엔코위는 섣부른 구호나 목표를 세우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선교 본질을 되돌아보고 변화된 선교 환경 속에서 한국선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 말씀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다시 부흥과 선교의 은혜를 주시기를 겸손히 소망하며 기대해보자.

한철호 선교사
미션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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