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병석 (7) 언젠가 다가올 엄마와의 이별 생각에 눈물이 ‘글썽글썽’

최경식 2023. 6.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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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봄 소풍.

늘 설렘으로 밤잠도 설치다가 이른 새벽 시간에 눈을 부비고 간만에 일찍 일어난다.

소풍의 기억들과 가방을 가득 채운 선물, 상품들로 인해 기분도 한껏 '업'이 돼 걸어오던 그 길 위에서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 거리다 엉엉 울게 됐다.

엄마와의 이별도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온통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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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소풍 마치고 쉬어가던 중
지나가는 연로한 마을 할머님들과
어머니가 오버랩 되는 환상 본 후
갑자기 밀려온 아쉬움과 서운함에…
그룹 여행스케치의 리더 조병석 씨의 어머니 박주자 여사.


초등학교 6학년 봄 소풍. 늘 설렘으로 밤잠도 설치다가 이른 새벽 시간에 눈을 부비고 간만에 일찍 일어난다. 그리고나서 어머니 옆에 앉아 열심히 잔소리를 해가며 함께 김밥도 싸고 좋아하는 음료와 과자도 미리 준비하고 기다렸던 시간.

지금의 올림픽 공원 쪽 백제 시대의 유적지로 잘 알려진 몽촌토성으로 소풍을 가게 됐고, 같은 학급 친구들과 함께 정말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편의점에 늘 상시로 있는 흔한 메뉴가 됐지만, 그 시절엔 1년에 몇 차례만 먹을 수 있었던 귀한 특식인 김밥과 병에 담긴 사이다를 맛나게 먹었다. 조별 대항으로 여러 가지 게임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고 언제나 마무리는 항상 설렘 반 기대 반이었던 보물찾기로 끝났다. 돌아오는 길에 홀쭉했어야 할 소풍 가방은 보물찾기로 받은 상품까지 넣었기에 더욱 두툼해졌다.

여러 추억들로 더 행복해진 오후의 끝자락. 등에 차오른 땀을 좀 식히기 위해 마을의 물탱크가 있던 언덕 위에 잠시 앉았다. 다소곳이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평온한 마음으로 기지개도 펴보고 앉아 있었는데 눈앞을 지나가는 마을의 할머니들이 있었다.

지금은 유모차를 미시거나 전동 휠체어나 단거리를 오고 가는 소형 스쿠터가 있다지만, 눈 앞에 계시던 연로하신 할머니들이 보행 보조 장치로는 오직 지팡이 하나가 전부였다.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을 깊이 파고드는 생각이 있었다.

매년 새 해를 맞이하고 또 그 해를 묵은해로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 열두 달 365일을 살다보면, 동네엔 몇 번의 장례식이 늘 있었기에 인간이 겪고 있는 ‘생로병사’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어머니가 그 할머니의 모습으로 오버랩되는 환상이 보였다.

소풍의 기억들과 가방을 가득 채운 선물, 상품들로 인해 기분도 한껏 ‘업’이 돼 걸어오던 그 길 위에서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 거리다 엉엉 울게 됐다. 엄마와의 이별도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온통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무리 마음을 가다듬고 또 가다듬어도 만능 슈퍼맨, 원더우먼이 돼 주시는 엄마와의 이별, 사별을 언젠가는 맞이해야 한다는 현실.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는 날이 온다는 현실을 믿을 수도 없었고, 믿어지지도 않았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마을의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있던 물탱크를 뒤로 한 채 단칸방이었던 집으로 투벅 투벅 걸어가는 내내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언제나 따뜻했던 엄마의 손을 부여잡고 실컷 더 울었다. 믿기 어려운 그 순간의 서운함과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이야기 했던 그 아이. 그 때부터 감성쟁이가 되는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소풍의 백미이자 기분 좋은 마무리가 ‘보물찾기’였다면 지금까지 뮤지션으로 200여 곡의 작사·작곡을 하게 된 결정적인 감정선의 보물찾기는 바로 소풍날의 마무리를 울림으로 역사하신 ‘하나님의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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