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학의 경영산책] 최고경영자의 거짓말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3. 6. 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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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유명인들의 거짓말이 수차례 화제가 됐다. 정치인, 대법원장, 검사, 공직자, 언론인, 교수, 골프 선수 등 주인공은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거짓말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경영자의 ‘integrity’(진실성, 신뢰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CEO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로 1위 창조성(creativity), 2위 진실성이 뽑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속성은 서로 반대라서, 창조성이 높은 CEO가 진실성은 낮다는 것이다.

「 창조성과 진실성은 반대 속성
진실성이 CEO의 첫번째 덕목
거짓말 많을수록 성과도 나빠
직원들도 거짓말 문화에 젖어

이와 관련하여 세계 최고의 투자자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CEO를 뽑을 때 진실성, 지능, 그리고 에너지(energy)의 세 가지 자질을 본다. 만약 진실성이 없다면 지능과 에너지가 당신을 망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진실성이 없다면 아무리 다른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기업을 망칠 수 있으니 진실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삼성전자의 권오현 전 회장도 『초격차』라는 책에서 CEO가 갖추어야 할 덕목의 첫 번째로 진실성을 꼽았다.

워런 버핏 “진실성이 으뜸 자질”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 피 몇 방울로 수백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사기극으로 거액의 투자금을 빼돌려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받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수감됐다. 올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연방법원에 출두할 때의 모습. [AP=연합뉴스]

거짓말을 잘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유명한 CEO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다. 모험적인 사업들이 성공한 결과 그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사례는 창조성이 높은 CEO가 진실성이 낮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성희롱이나 불륜 등으로 화제를 뿌렸기도 했지만, 진실하지 못한 경영자로 알려진 결정적 이유는 다음 사건 때문이다. 그는 2018년 테슬라의 주식을 모두 매수하여 상장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그 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자 주가는 처음보다 더 하락했다. 그러자 주주들은 머스크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주식 살 돈도 없으면서 거짓말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렸다.

또한 그는 도지코인을 적극적으로 띄워주는 발언도 자주 했다. 도지코인은 개발자들이 인터넷 밈 소재로 인기를 끌던 일본 시바견을 모델로 장난삼아 만든 것이다. 가치가 거의 없던 이런 코인을 띄워놓고는 방송에 출연해서 “코인은 도박”이라고 발언해서 도지코인이 폭락했고, 그 결과 투자자들은 엄청난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22년 들어 발생한 트위터 인수 전 및 인수 후의 행동도 논란거리다.

머스크 외에도 거짓말쟁이로서 논란거리가 됐던 CEO들이 있다.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는 피 한 방울이면 250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자’나 ‘여자 스티브 잡스’라고 불릴 정도로 사교계의 명사로 떠올랐었지만, 사기라는 것이 드러나 현재 감옥에 갇혀 있다. ‘코인계의 워런 버핏’이라고 추앙받으면서 신앙심 깊은 종교인 행세를 하던 샘 뱅크먼-프리드 FTX CEO도 2022년 FTX가 파산하자 비슷한 처지가 됐다.

인과관계 설명 많을수록 의심해야

위의 이야기는 몇몇 개인의 사례일 뿐이라서 일반화하기가 곤란하지만, 학계에는 진실성이 없는 CEO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학술적으로 연구한 논문들이 있다. 경영자의 진실성 정도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개인이 사용한 언어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분석해서 점수화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 때 내용상 잘 연결이 안 되는 말을 길게 늘이고, 객관적인 수치보다는 미사여구를 사용하며, 또 왜 그런지를 설명하려다 보니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단어들(‘그 이유는’, ‘왜냐하면’, ‘그 결과’ 등)을 많이 사용하는 것에 착안해서, CEO의 말이나 글을 분석해 점수를 측정한 것이다.

이렇게 측정된 점수는 실제 해당 기업의 직원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하여 평가한 CEO의 진실성 점수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즉 이 점수가 믿을 만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인공지능(AI) 면접을 통해 지원자들의 직무역량이나 성품을 파악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자동으로 사람의 특성을 측정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수를 사용해서 분석한 결과 진실성이 낮은 CEO가 경영하는 기업일수록 미래의 경영성과가 나빴다. 또한 이들은 스톡옵션 부여 날짜를 실제 부여 시점보다 주가가 더 낮았던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소급하여 적용함으로써, 옵션을 행사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편법적인 일(‘옵션 백데이팅·Option Backdating’이라고 한다)도 자주 했다.

거짓말 대수롭잖게 여기는 문화

이런 회사는 직원들 사이의 ‘진실성 문화’도 낮았다. CEO가 진실하지 않게 행동하면 직원도 그런 문화에 젖는다는 것이다. 이런 회사의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도 ‘혹시나’하는 마음에서 더 자세히 자료를 살펴보기 때문에 감사보수가 상승한다. 이 점수가 널리 이용 가능해진다면 외부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하는 데 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발견을 보니 정치인이 하는 말도 컴퓨터로 분석해서 진실성 점수를 계산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상식적 이야기지만, 진실한 정치인을 뽑아야 나라의 미래가 밝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가장 심한 욕이 ‘거짓말쟁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지도층 인사 중 거짓말쟁이가 너무 많으니 안타깝다. 거짓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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