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문의 휴먼 & 펫] 인간과 동물이 보는 법
흰 눈이 내린 날이면 밖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강아지가 흰색과 검은색만 보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흰색이 가득한 눈밭을 보며 기뻐 뛰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눈 망막에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가 있다. 간상세포는 명암을, 원추세포는 색깔을 구분한다. 동물은 사람보다 간상세포가 많고 발달해 빛이 어두워도 더 잘 본다. 망막에 빛 반사판이 있어 더 그렇다. 밤에 동물 눈에서 빛이 나온다고 느끼는 것은 이 반사판 때문이다. 야간에 로드킬이 많은 이유도 자동차 불빛이 빛 반사판을 강하게 자극해 동물이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기 때문이다.
사람은 원추세포가 세 개의 광수용체로 구성돼 있어서 가시광선을 모두 볼 수 있다. 하지만 강아지는 두 개의 광수용체만 있어 빨간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적록 색맹이다. 같은 물체라도 사람과 동물이 보는 색깔이 다르다. 새는 4~5개의 광수용체가 있어 사람이 볼 수 없는 색도 감별할 수 있다. 하늘 높은 곳에서도 작은 먹잇감을 찾아낸다. 조물주가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볼 수 있는 정도를 달리해 놓은 것일까.
사람도 광수용체의 밀도에 따라 보이는 색감이 다소 다를 수 있다. SNS에 올라온 옷이나 신발의 색깔을 친구나 식구끼리 다르게 보인다고 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이처럼 우리가 보는 것의 일부는 허상일 수 있다. 자기 기준에서 보는 것일 뿐 실체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눈의 개수도 동물마다 다르다.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어떤 괴물은 눈이 하나, 어떤 괴물은 여러 개다. 상상의 동물을 표현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눈이 여러 개인 동물이 있다. 성게는 한 개, 거미는 8개, 가리비는 수십 개다. 인간의 기준으로만 동물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차이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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