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이 3만선 돌파…지금 들어가도 될까 [money]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6. 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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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체재로 부상…실적 좋지만 단기 급등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투자에 나섰던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를 올해 전부 팔아치웠다. 버핏의 투자 스타일상 매우 이례적인 ‘단타’다. 그는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지만 회사 위치가 문제”라며 美·中 간 긴장 관계를 우려했다. 그는 “나를 믿어라. 현금은 쓰레기가 아니다(Believe me. Cash is not trash)”라는 말과 함께 TSMC를 판 자금을 주로 현금으로 남겨뒀다.

단, 버핏 회장이 ‘러브콜’을 보낸 곳이 있다. 일본이다. 그는 지난 4월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일본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심지어 “일본 종합상사는 앞으로 100년 동안, 아니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의 주문이 통했는지, 일본 증시는 순풍에 돛 단 듯 우상향곡선을 그렸다. 5월 30일 기준 니케이225지수는 3만1328이었다. 2021년 9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3만선을 넘었다. 버블 붕괴 당시인 1990년 7월 이후 33년 만의 최고치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토픽스지수도 거품 경제 때의 주가를 넘어섰다.

엔화 약세·리오프닝 효과 톡톡

내수 탄탄하고 글로벌 자금 몰려

일본 불황은 깊었다. 글로벌 자금도 외면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언론 사이에서는 주요 기업 성장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아 이제야 ‘잃어버린 30년에서 빠져나왔다’는 환호가 들린다.

일본 증시를 끌어올린 요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실적이 괜찮다. SMBC닛코증권은 일본 주요 상장 기업의 2022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순이익이 과거 역대 최대였던 2021년 34조엔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상장사 1308곳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39조1000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늘어났다.

실적 상승 이유는 엔저와 리오프닝이다. 지난해 엔달러 환율이 150엔 선을 넘어서며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이 엔화 환산으로 불어났다.

최근 엔화가 10% 정도 가치가 상승했다 해도, 코로나 이전 100~110엔 선을 오갔던 점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또한 은행 등 비제조업 분야는 리오프닝 효과로 순이익이 34% 상승했다.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대폭 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일본 방문 관광객 수는 지난해 2월 1만6000명에서 지난 3월 180만명까지 폭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은 고전하지만 탄탄한 내수가 일본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41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4월 일본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3.4%를 기록했다. 특히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4.1%로 42년 만에 최고였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제조업 부문 실적이 크게 올라 주가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며 “일본 경제가 30년간의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며 경제가 드디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며 일본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개 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4% 증가했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부문에서 여행, 외식 등이 살아났다. 이 같은 추세가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연간 환산(연율) 성장률은 1.6%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5% 성장을 전망한 한국 경제를 능가한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올해 춘계 임금 협상에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임금 상승률을 보이며 소비 개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중앙은행(BOJ)의 초금융 완화 정책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전임자인 구로다 하루히코의 돈 풀기 정책을 그대로 계승했다.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를 거의 0%로 묶어두는 정책이나, 기준금리 마이너스 0.1%도 이어받았다. 아베노믹스 집행관이었던 구로다가 떠나면 초금융 완화가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증시 우려를 해소했다는 평가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주주 환원 정책이나 주주 행동주의 확산이 일본 주가 상승 요인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일본 상장사 2022 회계연도 자사주 매입은 9조7000억엔(약 92조원)에 달했다. 역사상 최고치다. 상장 기업이 배당을 늘리며 니케이 배당지수 역시 같은 기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도쿄 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들에 적극적인 주가 부양을 독려했다. 버블 붕괴 이후 오랫동안 저평가돼온 일본 주식 제값 찾기에 거래소가 본격 개입한 것이다.

한 남성이 일본 도쿄에서 일본 니케이지수가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
디플레 벗어난 물가 상승률

통화 긴축 때도 주가 오를까

금융 완화나 엔저는 일본 경제에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 대체재’라는 점을 일본 증시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설명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버핏이 대만을 떠나 일본을 택한 이유와 같다. 중국에 직접 투자하는 리스크는 떠안지 않으면서도 중국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정학적인 안전 투자처가 된 셈이다. 특히 포트폴리오에서 아시아를 외면할 수 없는 글로벌 투자자에게 일본은 최적의 중국 대체재다. 중국은 일본 수출과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많은 일본 기업이 수출입 거래를 통해 중국 경제 성과에 노출돼 있다. 중국 정부가 해외에 자국 경제 정보를 차단하는 정책을 펴면서 이탈해 갈 곳 잃은 외국인 유동자금이 일본 시장으로 쏠렸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증시가 경기 회복 둔화, 위안화 약세, 미국과의 긴장으로 인해 매수할 이유가 거의 없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지금 투자해도 괜찮은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단기 급등한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작지 않다. 최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니케이지수 연동 상장지수펀드(ETF)에 폭발적인 매수세가 몰렸다는 점은 일본 증시가 중국 대체재로 떠올라 단기간 자금이 몰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과 중국은 2019년 ETF 교차상장을 시행, 일본 니케이지수·토픽스지수에 연동하는 ETF 4종과 중국의 상하이지수에 연동하는 ETF 2종이 양국에 각각 상장됐다. 자본 시장 규제가 엄격한 중국 본토에서 개인 투자자가 일본 주식을 직접 매수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 간접 투자 수단인 ETF가 주목받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를 두고 “중국인의 일본주 투자가 과열 양상”이라고 짚었다. 또한 긴축 국면에 들어서면 엔저 효과를 누리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증시의 단기 급등은 전술적으로 비중 축소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올해 3분기 통화 정책 변화와 GDP 성장률을 통한 경제 성장의 연속성을 확인하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는 쪽도 있다. 이익 추정치가 높아져 단기 상승에 따른 주가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긴축의 파급 효과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일본의 탄탄한 고용 시장(2%대 실업률)과 민간 소비를 감안하면 추가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2호 (2023.06.07~2023.06.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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