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급매 없다?…평균 낙찰가율 100.1%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3. 6. 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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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다소 늘어난 꼬마빌딩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연면적 554㎡, 2층 규모 근린상가, 이른바 꼬마빌딩이다. 1층은 편의점, 2층은 주택이 들어서 있는 이 물건이 지난 3월 경매로 나왔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과 도보 5분 거리 이내에 위치했다. 감정가 약 72억5000만원에 낙찰 금액은 105억1만원.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무려 145%다.

경매 시장에서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4.7%. 반면 감정가 75억원 이하 꼬마빌딩(근린상가) 평균 낙찰가율은 100.1%를 기록했다. 여러 부동산 중 가장 안전자산이라 불렸던 서울 아파트보다 높은 낙찰가율이다. 꼬마빌딩 시장이 지난해부터 침체됐다고 하지만 역세권이나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은 경매에 나오면 응찰자가 수십 명씩 몰리기도 한다.

금리 인상 여파로 한동안 시들했던 서울 꼬마빌딩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몇 년 동안 꼬마빌딩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매매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률 하락 등의 영향으로 잠시 시들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서울 각지에서 거래가 살아나며 거래량이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격이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점에서 대세 상승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으며 비수기인 여름이 지나야 시장 회복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업무지구. 최근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 거래가 활발한 지역 중 하나다. (윤관식 기자)
서울 꼬마빌딩 회복 조짐?

2개월 연속 거래량 증가해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기준 서울시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 거래량은 104건으로 2월 대비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침체와 함께 고금리 기조 등 영향으로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은 한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2월부터 거래량이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3월에도 2개월 연속 거래량이 늘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래량 증가에도 거래 금액은 감소했던 2월과 달리 3월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 거래 금액은 8393억원으로 2월 대비 54% 늘어났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거래량은 61.5%, 거래 금액은 62.8% 감소한 만큼 예년 수준까지 회복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GBD(강남권역)가 거래량 19건, 거래 금액 2674억원으로 서울 3대 업무지구(강남권역, 도심권역, 여의도권역) 중 거래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CBD(도심권역) 거래량이 16건, YBD(여의도권역)는 14건을 기록했다. 거래 금액은 CBD 653억원, YBD 598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3대 주요 권역을 제외한 그 외 지역에서는 총 55건의 거래와 4468억원의 거래 금액이 발생했다.

YBD의 경우 거래량과 거래 금액 모두 주요 권역 대비 낮았으나 2월 대비 증가율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YBD 거래량은 2월 대비 40% 증가한 반면 GBD와 CBD는 각각 9.5%, 36% 하락했다. 3월 거래 금액 역시 YBD는 2월과 비교해 105.2%의 증가폭을 보였지만 GBD는 29.4% 상승에 그쳤고 CBD는 12.4% 떨어졌다.

3월 들며 서울 주요 업무지구 빌딩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시장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거래량은 50~70% 감소했으며 거래 금액 역시 약 47~88% 줄었다.

금액대별로 보면 50억원 미만 빌딩 거래가 70건을 기록해 전체 거래 67.3%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300억원 이상 빌딩 거래는 강남구 2건, 용산구 1건, 강동구에서 1건이 발생하는 등 단 4건에 불과했다. 빌딩 거래가 대부분 꼬마빌딩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가격 상승 여전히 제한적

예년 수준 회복하려면 시간 필요

꼬마빌딩 가격 상승 또한 제한적인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밸류맵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분기 서울 연면적 330~2000㎡ 이내 상업업무시설의 3.3㎡당 가격은 9649만원으로 지난해 평균인 9444만원보다 약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국 평균은 3.3㎡당 2145만원으로 지난해 2498만원과 비교해 오히려 큰 폭(약 14%) 하락했다.

경기 위축과 기준금리 변동 가능성 등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꼬마빌딩 시장에 대한 전망 역시 엇갈린다.

일단 긍정적으로 보이는 신호는 여럿 있다.

꼬마빌딩과 어느 정도 연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오피스 임대차 시장은 완연한 회복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오피스 공실률은 9.5%로 전년 동기(10.4%) 대비 0.9%포인트 감소했다. 오피스 공실률은 2013년 4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줄곧 10%대를 기록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서울 3대 권역 오피스의 경우 자연 공실률이라 불리는 ‘5%’ 미만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1분기 서울 도심과 강남, 여의도의 A급 오피스(연면적 3만3000㎡ 이상) 공실률은 1.1%였다. 전분기에 비해 0.67% 떨어진 수치로, 8분기 연속 하락세다. 임대료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도심 오피스의 3.3㎡당 임대료(10만2905원)는 1년 새 6.7% 올라 10만원을 돌파했다.

3대 권역 외에도 성동구 성수동이나 강서구 마곡지구 등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은 공급 부족으로 임차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규모 IT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늘면서 중소형 오피스 수요가 커진 만큼 꼬마빌딩 임차 수요 역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꼬마빌딩이 증여 수단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법원에서는 꼬마빌딩 증여와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국세청이 증여세 약 27억원을 더 부과한 조치에 불복해 꼬마빌딩 소유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빌딩 소유자들은 2019년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꼬마빌딩을 증여받았다. 그 후 당시 공시가격(92억7000만원)을 바탕으로 증여세 약 26억5000만원을 신고해 납부했다. 그런데 2020년 4월 국세청이 외부 감정평가를 의뢰해 이 건물을 시가(155억2000만원)로 평가하면서 증여세가 53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원고들은 이 같은 처분에 반발해 곧바로 행정소송을 냈고 승소했다. 또 다른 소송에서는 이와 비슷한 이유로 꼬마빌딩 상속자가 상속세 추가 부과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법원은 과세당국의 추후 감정평가를 통한 상속·증여세 납부 방식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만을 기준으로 상속·증여세 납부가 이뤄지면 자산가들의 상속·증여 용도로 꼬마빌딩이 다시 한 번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수익형 부동산인 꼬마빌딩은 금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올해 2~3월 연속 거래량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이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금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더 이상 급매가 나오기는 힘들다는 판단에 일부 자산가들이 꼬마빌딩을 간헐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면서도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지난 것은 맞지만 대부분 급매나 거래 성사가 쉬운 소형 물건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꼬마빌딩을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2호 (2023.06.07~2023.06.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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