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이촌동 토지·높이 규제 완화…고층 주상복합 가능 [재건축 임장노트] (21)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3. 6. 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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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 북단과 동작대교 북단 사이에 자리한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남쪽으로는 한강, 북쪽으로는 남산 자락과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가족공원에 둘러싸여 배산임수 지형의 표본으로 손꼽힌다. 한강 조망권을 갖춘 데다 주거 환경이 좋아 1970년대부터 전통 부촌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10평 안팎 아파트가 더 흔했던 시절, 27~57평 초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된 ‘한강맨션’ 같은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꽤 오랜 기간 강 건너편 반포·압구정지구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부자 동네였다.

하지만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법. 하수관에 수시로 문제가 생기는 등 주택 노후도가 심각해졌다. 재건축이 절실했지만 상가가 포함된 3개동 때문에 사업 추진이 쉽지 않았다가 최근 몇 년 새 조금씩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일대 노후 아파트 재건축이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서빙고아파트지구(이촌동·서빙고동)로 묶여 있던 이곳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바꾸는 안건이 서울시 심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곳에서는 건영한가람·코오롱이촌·강촌·한강대우·이촌우성 등이 리모델링을, 한강맨션·한강삼익·왕궁맨션 등이 재건축을 추진 중이었는데 토지 용도·높이 규제가 완화된 덕분에 보다 편하게 재건축 정비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서울 용산구 이촌 왕궁맨션아파트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중이다. (윤관식 기자)
아파트지구 → 지구단위계획

신동아 일대는 통합 개발 유도

지난 5월 24일 서울시는 제8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서빙고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정 가결했다.

‘아파트지구’는 1970~1980년대 도입된 도시 관리 기법이다. 국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 인구가 서울로 몰리고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빠르게 짓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주택 공급에만 너무 초점을 맞춘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가 드러났다. 우선 주택 용지에는 주택 외 상가를 짓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주상복합 같은 다양한 건물이 들어설 수 없어 지역이 평면적으로 관리됐다. 재건축 과정에서도 현대의 정비계획과 아파트지구에서 정한 내용이 잘 연계되지 않는 상황이 생겼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립하는 ‘개발 밑그림’ 격이다. 지구단위계획이 새롭게 수립되며 주거 기능만 담당할 수 있었던 주거 용지에 상업 용도, 비주거 용도 도입이 가능해진다. 높이 규제도 완화된다. 이번에 이촌동·서빙고동 일대에 도입된 지구단위계획에도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아파트지구에서 상업 기능을 담당하던 ‘중심시설용지’에는 앞으로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주상복합단지가 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신 주거시설이 도입되면 땅값이 오르는 만큼 공공 기여를 받겠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높이도 기존 5층 이하 제한을 풀어 여건에 따라 40m까지 완화할 계획이다. 층수를 기준으로 하면 약 12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는 높이다.

또 서울시는 대규모 주택단지의 경우 정비계획을 짤 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특별계획구역은 정비계획수립 때 가이드라인이 되는 지침이다. 한강변과 가까운 단지가 많은 만큼 혁신적인 디자인을 도입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 시는 역세권 주변 과소필지로 구성된 이촌종합시장과 무허가 토지·맹지로 이뤄진 신동아아파트 북동쪽 개발 잔여지 일대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신동아아파트 서쪽으로는 용산공원에서 한강으로 남북 녹지 축이 이어지도록 공원 위치 지정을 계획했다. 신동아아파트 일대에 대해 통합 개발을 유도해 개발 규모를 키우려는 복안이다.

서울시는 6월 주민 열람 공고를 시작해 올 하반기에 서빙고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을 최종 결정 고시할 예정이다.

이촌·서빙고 재건축 단지 4+1곳

한강맨션·왕궁·삼익·신동아·반도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계획 수립으로 이촌동·서빙고동 일대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이촌동·서빙고동 대상지에는 아파트 단지가 30곳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은 한강맨션, 왕궁맨션, 한강삼익아파트, 신동아아파트 등 총 4곳이다.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긴 아파트 단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한강과 맞붙어 있는 ‘한강맨션’은 동부이촌동에서도 대장 아파트로 꼽힌다. 1971년에 지어져 올해 52년 된 주택 단지 한강맨션은 공급면적 88~180㎡ 중대형 아파트 660가구로 조성돼 있다.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진 편이다. 2017년 조합이 설립됐고 2년 뒤 재건축 계획이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2021년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해 지난해 1월에는 GS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조합이 설립된 지 5년 만에 관리처분계획인가도 받아냈다. 계획대로라면 한강맨션은 2024년 1월 착공해 3년 뒤 지상 35층 15개동, 총 1441가구로 탈바꿈한다. 최근에는 용산구청에 최고 층수를 68층으로 설계한 정비계획변경안을 신청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강맨션 재건축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건 높은 사업성 덕분이다. 지어진 지 45년도 넘었지만 한강을 남쪽으로 조망하는, 대지지분 높은 저층 단지다. 건물은 낡았지만 한강에 접한 토지 가격만 쳐도 인근 단지보다 재건축 수익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한강맨션 전용 103㎡의 대지지분은 74.58㎡(22.6평)다. 무상지분율(가구당 대지지분에 무상으로 덧붙여주는 비율)이 160%라고 가정한다면 재건축 후 받을 수 있는 면적이 약 120㎡(36평)로, 이는 추가부담금이 없을 경우 수억원의 이익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신동아아파트는 2021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이다. 신동아아파트는 기존 1326가구에서 재건축을 통해 1620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왕궁맨션의 경우 서울시 층수 규제 완화 이후 현재 정비계획 변경을 준비 중이다. 현재 서울시가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해 계획안을 마련 중이다. 한강삼익아파트는 당초 계획하던 30층에서 최근에는 35층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조합원의 한강 조망권 확보를 위해 기존 사업시행계획인가 내용에서 설계를 변경하고 건축심의 단계로 다시 돌아간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최근에는 준공 46년 차 ‘반도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에 도전하며 이촌동 재건축 대열에 합류했다. 1977년 이촌 한강변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최고 12층, 2개동, 199가구 소규모 단지인 데다 용적률(214%)만 200%가 넘는 점이 단점이었지만 아파트 ‘35층 높이 제한’이 폐지되면서 재건축 길이 열렸다. 바로 옆 단지인 렉스아파트(1974년 준공)가 이미 1 대 1 재건축을 통해 한강변 최고층 아파트 ‘래미안첼리투스(56층)’로 탈바꿈했다.

이촌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한강맨션이 68층으로 설계 변경을 추진한다는 소문에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생각이 달라지는 듯하다”며 “다만 대지지분이 적은 단지의 경우 한강맨션처럼 큰 폭의 변화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 재건축 단지 사업성은 어떨까.

한강맨션보다는 훨씬 떨어지지만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사업성도 나쁘진 않다. 신동아의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85.14㎡(25.8평)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다윈중개가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기존 신동아 31평 소유주는 1억원가량 추가분담금만 내면 비슷한 평형(32평)을 분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계산은 지구단위계획 종 상향 없이 제3종주거지역 기본 용적률(270%)을 적용받을 경우를 가정한 만큼 용도지역이 상향된다면 사업성은 더욱 높아지는 구조다.

왕궁맨션의 경우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이 69.96㎡(21.2평)로 신동아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기존 용적률(148%)이 낮은 덕분에 사업성은 신동아보다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현재 가구 수가 250가구로 적고, 대지면적도 1만7622㎡로 신동아(11만3142㎡)에 비해 한참 작은 편이라 재건축 후에도 단지 규모가 작을 전망이다.

한강삼익 재건축 사업성은 신동아와 왕궁맨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된다. 가구당 대지지분은 67.98㎡(20.6평)에, 현재 용적률은 178%다. 단지 규모(252가구)는 왕궁맨션과 비슷하지만 용적률이 높은 탓에 일반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을 전망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최고 35층으로 재건축하려던 기존 계획을 바꿔 최고 층수를 68층으로 설계한 정비계획변경안을 용산구에 신청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윤관식 기자)
리모델링 단지, 재건축 선회할까

이미 300% 넘는 용적률 탓 쉽지 않아

한편 지구단위계획으로 동부이촌동 일대 노후 단지 아파트 리모델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이촌동·서빙고동 지구단위계획 대상지 내에는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도 여럿이다. 건영한가람, 코오롱이촌, 강촌, 이촌우성, 현대맨숀 등 재건축 연한 30년을 아직 못 채웠거나 용적률이 이미 높아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던 단지들이다.

동부이촌동 일대 아파트는 3종일반주거지 법정 최대 용적률인 300% 이상으로 지어졌다. 서울시 조례상으로는 250%까지 제한받기 때문에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았다. 하지만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이 되면 400%(법 상한 500%)까지 용적률을 올릴 수 있다. 재건축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볼 조합원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이미 리모델링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 조합원 간 갈등으로 불거질 우려도 있다. 리모델링 단지들은 대부분 단지 시공사 선정을 끝내고 마지막 단계인 사업시행계획 제출을 준비 중이다. ‘이촌르엘’로 탈바꿈하는 현대맨숀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기존 653가구가 750가구로 늘어난다. 준공은 2025~2026년께로 예상된다.

나머지 단지도 시공사 선정을 완료하고 사업시행계획을 짜고 있다. 이촌코오롱(834가구 → 959가구·래미안이스트빌리지), 강촌(1001가구 → 1114가구·디에이치아베뉴이촌), 건영한가람아파트(2023가구 → 2341가구·이촌펜타스텔라) 등이다. 이촌우성(243가구 → 272가구)은 최근 시공사로 SK에코플랜트를 선정했다. 마지막 주자 한강대우도 834가구 → 959가구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촌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동부이촌동에선 오랫동안 ‘재건축’과 ‘리모델링’ 선택지를 두고 조합원들이 의견을 모으지 못하다가 최근 몇 년 새 리모델링으로 정리되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리모델링을 철회하자는 입주민이 늘어난다면 기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재건축, 리모델링 등 이촌동 일대 정비사업이 마무리된다면 노후했던 일대 환경은 말끔히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2호 (2023.06.07~2023.06.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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