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무덤 우려 기후클럽, 윤 대통령은 왜 가입했을까?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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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출]
▲ 지난 5월 23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 대통령실 |
기후위기에 가장 책임이 큰 선진 산업국들은 책임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구촌 걱정보다 자국이 살아남을 무역 장벽부터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구상이 기후클럽(Climate Club)으로 드러나고 있다.
5월 19일부터 사흘 동안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일본 히로시마에 모였다. 대한민국, 인도, 우크라이나 등 9개국 정상들도 초청했다. 히로시마에서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기후위기 행동 계획을 다뤘다. 기후위기에 관해 'G7 청정에너지 경제행동 계획'이라는 공동결정문도 발표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G7 청정에너지 경제행동 계획은 첫 번째 과제로 아예 기후클럽을 상정한다. "기후클럽의 창립 멤버로서 G7은 경제를 탈탄소화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기후클럽을 만들 책무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G7이 띄우는 기후클럽은 무엇이고, 무엇을 추구할까?
기후클럽은 2022년 1월 당시 G7 의장이었던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의하면서 시작되었다. 숄츠는 "더 이상 미온적인 국가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고, 기후정책을 기후클럽에서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해 6월 독일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는 기후클럽을 만들기로 합의했고, 12월 기후클럽 지침도 신속하게 결정했다. 이 지침이 밝힌 최우선 과제는 산업부문의 대담하고 신속한 탈탄소 전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0일 히로시마에서 "글로벌 탈탄소 협력에 한국이 함께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의 기후클럽 참여를 공식화했다.
한국은 왜 기후클럽에 참여했을까? 우리나라가 얻을 게 있다고 본 것이다. 윤 대통령이 말했듯 "기후클럽과 함께 기술혁신과 공유 그리고 재원 마련"을 통한 경제적 돌파구를 생각했을 수 있다. 기후클럽 멤버가 되면 유럽연합 탄소국경세를 면제받을 거라는 계산도 했을 수 있다. 기후클럽으로 다양한 기회가 생긴다고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윤 대통령의 생각대로 될까? 문제는 한국의 기후클럽 가입으로 생길 후폭풍이다.
기후클럽의 실체는 무엇일까? 작년 12월 독일 경제기후 보호부 장관 로베르트 하벡은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기후 친화적인 상품, 가령 녹색철강을 시장에서 더 빠르게 확산시키기 위해" 기후클럽을 만들고 있다고 솔직히 밝혔다.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저탄소 제품(녹색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녹색화학 등)의 공동시장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진짜 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부문의 탈탄소화'부터 제동이 걸린다. 회원국의 우선 책무가 산업의 탈탄소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 3월 결정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2030년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14.5%에서 11.4%로 줄였다. 이것은 유럽연합이 올해 4월 탄소국경세 관련 법들을 결정하면서 산업부문의 유상 할당을 2030년 48.5%, 2034년 100%로 대담하게 높인 것과 대비된다.
▲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정부의 환경 보호 노력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미국 행정부는 대부분의 발전소가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까지 감축하도록 하는 환경보호청의 새로운 기후 규칙을 발표했다. |
ⓒ 연합뉴스 |
한국 정부가 산업부문의 탈탄소화에 이렇게 소홀한데 어떻게 기후클럽 회원국의 책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까? 이런 지경인데 녹색제품, 녹색시장을 기후클럽 안에서 과연 주도할 수 있을까?
작년 12월 7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연합에 녹색철강 클럽(Green Steel Club)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G7의 기후클럽 지침 결정에 임박해서 미국은 "온실가스를 줄인 철강에 대해 탄소국경세를 면제하고, 그렇지 않은 철강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기후클럽에 가입한다고 저절로 탄소국경세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명백해진 것이다.
기후클럽에 가입하면 주요 선진국들이 요구하는 제조업 시장을 개방해야만 한다. 녹색제품이 급속하게 확산되면 온실가스 덩어리인 우리나라의 철강과 금속, 화학 소재와 제품들은 국내외 어디서도 팔 수 없을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등 다른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녹색제품을 만들어 온 몇몇 기업들이야 살아남겠지만 그게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생명줄로 생각했던 기후클럽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무덤이 될 수 있다.
살길은 없을까? 답은 기후클럽 자체에 있다. 기후클럽 회원의 책무인 산업부문에서 탈탄소 이행을 하는 것이 답이다. 기왕 기후클럽에 가입하기로 했다면 책무를 이행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2030년 11.5%로 낮춘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럽연합 기준에 맞춰 대담하게 높여야 한다. 둘째, 2030년 전력부문에서 21.6%로 줄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한 일본 수준(33~36%)이라도 올려야 한다. 셋째, 탈탄소 전환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볼 노동자와 가족들, 지역 공동체, 중소기업들에 대해 제도적인 보호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 피해와 기후클럽 공세가 뻔히 보이는데 대담한 전환 없이 산업을 지킬 수 있을까? 미국 디트로이트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후폭풍을 준비하지 못해 제조업이 무너졌다. 탈탄소 전환에 소홀한 우리나라가 그런 꼴이 될까 걱정이다.
▲ 오기출 / 푸른아시아 상임이사(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 오기출 |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겸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7년부터 기후위기 현장에서 기후난민들의 자립을 지원해온 기후운동가입니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유엔사막화방지협약 CSO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관심영역은 ▲ 무역에 온실가스가 포함되면서 구성되는 세계질서 변화 ▲ 기후위기와 인권, 식량, 전쟁, 테러의 상호 관계 ▲ 기후위기로 땅, 공동체가 붕괴된 마을 공동체의 자립과 생태복원입니다. 주요 저서로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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