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칠승 "천안함장 낯짝" 고민정 "피해호소인"…일 키우는 '민주당 입'

위문희 2023. 6. 6. 16: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겨냥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막말 파장을 계기로 과거 고비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민주당 대변인의 아픈 기억이 재소환되고 있다.

권 대변인은 지난 5일 최 전 함장이 ‘천안함 자폭’ 게시글로 논란에 휩싸인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직 해촉을 촉구하자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지….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래경 이사장이 위원장 내정 9시간 만에 스스로 물러났지만 6일 여권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설화를 일으킨 권 대변인의 대변인직 사퇴와 징계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대변인은 전날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1시간여 만에 “민주당 당직 인선과 관련해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주변엔 “공식적인 브리핑이 아니라 백브리핑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에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내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지낸 재선 의원이 현충일을 앞두고 최 전 함장을 직격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 전 함장은 권 대변인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예고한 상태다.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권 대변인은 지난 3월 당직 개편 때 이 대표가 탕평 차원에서 수석대변인에 발탁했다.

민주당엔 위기 국면마다 대변인 발언이 오히려 논란을 키워 대변인직 사퇴로 이어진 아픈 역사가 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홍익표 의원이 대구·경북 지역에 대해 ‘봉쇄 조치’라는 표현을 썼다가 수석대변인에서 사퇴한 일이 대표적이다. 홍 의원은 당시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며 “대구·경북에 대한 최대한의 봉쇄조치”라고 언급했다가 ‘중국 우한 봉쇄’를 연상시킨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다음날 사퇴했다. 당시 민주당 대구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김부겸 전 총리는 “오해받을 수 있는 배려 없는 언행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도 구설을 피해가진 못했다. 2021년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고 의원은 ‘피해호소인’ 표현에 동의했다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치러지게 됐는데도 박 전 시장과 연루된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불러 2차 가해 논란을 빚었다. 피해자가 직접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고 의원은 다음날 “어떻게 해야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해 드릴 수 있을까 지난 몇 개월 동안 끊임없이 고민해왔다”며 캠프 대변인에서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장에서 추념식이 끝난 뒤 최원일 전 천안함장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민주당 대변인을 역임한 중진 의원은 “상대방을 무조건 때리고 꼬집는 게 대변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본분을 잊은 얘기”라며 “대변인이 서로 공방을 벌이면서 정쟁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입’으로 불리는 대변인일수록 위기 국면에선 겸손하게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이 본인의 사과와 권 대변인의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최원일 전 함장은 추념식 현장에서 이 대표를 만나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고개만 끄덕였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