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살해·시신 소각까지…필리핀 경찰 잔혹범행, 6년만 단죄

조민영 2023. 6. 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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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한인 사업가 지모씨(당시 53세)를 납치해 살해한 필리핀 전직 경찰과 정보원에게 무기 징역이 선고됐다.

이들은 2016년 10월 18일 오후 2시쯤 피해자 지씨가 루손 섬 앙헬레스에 있는 집에서 가정부와 함께 납치돼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인질강도·살인 및 차량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당시 이 사건은 경찰이 직접 납치·살해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필리핀 한인사회뿐 아니라 많은 현지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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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살해된 한인 사업가 지모씨 사건
이듬해 1월 경찰 범인 드러난지 6년여만에 단죄
피해자 부인 최모씨 “아직도 범행 이유 등 밝혀지지 않아”
한인 사업가를 살해한 전직 경찰관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필리핀 앙헬레스 지방법원. 연합뉴스

2016년 10월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한인 사업가 지모씨(당시 53세)를 납치해 살해한 필리핀 전직 경찰과 정보원에게 무기 징역이 선고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이 넘게 흘러서야 단죄가 이뤄진 것이다.

필리핀 앙헬레스 법원은 6일(현지시간) 경찰청 마약단속국(PNP AIDG) 소속 전 경찰관인 산타 이사벨과 국가수사청(NBI) 정보원을 지낸 제리 옴랑에게 각각 이같이 선고했다.

법원은 그러나 이사벨의 상관이자 마약단속국 팀장을 지낸 라파엘 둠라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10월 18일 오후 2시쯤 피해자 지씨가 루손 섬 앙헬레스에 있는 집에서 가정부와 함께 납치돼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인질강도·살인 및 차량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당시 납치범들로부터 돈을 요구받아 지급한 지씨 가족들은 필리핀 경찰에 수사를 요구했으나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유가족이 한국에 들어와 도움을 요청하고 한국 정부가 필리핀에 항의하기도 했다.

당초 지씨 시신을 찾지 못해 수사는 난항을 겪다가 사건 3개월 후인 2017년 1월 화장장 소유주인 산티아고의 사무실에서 지씨 소유의 골프채가 발견되면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범인은 현직 경찰로, 자신의 차량에 지씨를 강제로 태워 납치한 뒤 경찰청 마약단속국 주차장으로 데리고 가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이다. 지씨가 납취된 뒤 유족들은 몸값 요구를 받고 500만 페소(1억1600만원)를 지급했지만, 이때는 이미 지씨가 숨진 후였던 것이다.

더욱이 범인은 살해 다음 날 인근 칼로오칸시의 한 화장장에서 지씨 시신을 소각하고 유해를 화장실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NBI 부청장 등 고위 간부들과 장례식장 직원들도 대거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최종 기소된 건 이날 판결을 받은 세명을 포함한 5명에 그쳤다.

함께 기소됐던 마약단속국 팀원인 로이 빌레가스는 국가 증인으로 채택돼 2019년 1월에 석방됐다. 필리핀 법원규칙 제9장 119조에 따르면 피고 중 일부의 증언이 기소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다른 직접증거가 없을 경우 검찰은 법원의 승인을 받아 혐의가 가장 가벼운 자를 면책하고 대신 증인으로 세울 수 있다.

또 다른 한명은 시신을 유기했던 화장장의 소유주인 헤라르도 산티아고지만, 그는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2017년 5월 31일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검사·판사들에 대한 기피 신청이 이어지고 검사·변호사, 증인들의 불출석 때문에 재판 진행이 계속 지연돼왔다.

당시 이 사건은 경찰이 직접 납치·살해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필리핀 한인사회뿐 아니라 많은 현지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논란이 커지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필리핀 대통령은 지씨의 부인인 최경진씨를 만나 “깊은 유감과 함께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매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충분한 배상을 약속했다.

또한 매년 지씨가 살해된 날 피살 장소인 경찰청 주차장에서 한인과 현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진행해 왔다.

부인 최씨는 이날 판결에 대해 “남편이 살해된 지 6년이 지나서 범인들에 대한 단죄가 이뤄졌다”면서도 “그러나 범행 이유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와 필리핀 당국이 실체 규명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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