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울푸드 떡볶이, '학습된 맛있는 맛'이라고?
하지만 ‘관능적인 맛과 사회적인 맛’을 구분하는 것은 감각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히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맛’뿐 아니라 모든 감각 정보는 우리 뇌에서 해석될 때 두 가지 측면의 정보가 고려된다. 하나는 자극이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정보다. 떡볶이의 맛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떡볶이를 먹고 우리의 혀에 있는 5가지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수용기가 전해주는 정보로, 일명 상향적(bottom-up) 정보라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자극이 아닌 내 머리 속에 있는 정보다. 떡볶이와 관련된 추억, 믿음, 지식처럼 떡볶이를 먹을 때 내 머리 속에서 떠올라 영향을 미치는 정보로, 하향적(top-down) 정보라고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감각 결과는 이 두 가지 정보를 모두 고려하여 얻어진다. 그리고 맛이라는 감각은 하향적 정보에 유난히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또 다른 대표적인 ‘학습된 맛있는 맛’이 매운맛이다. 사실 매운맛은 통각 수용기를 통해서 지각된다. 과거 서양권에서 칠리고추는 스키를 탈 때 부츠 안에 넣는 발열제나 동물들의 접근을 막는 울타리 기능으로 사용되었다. 즉, 음식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오늘날 이렇게 통증을 유발하는 맛을 좋아하게 된 것은 역시 학습의 결과로 이해된다.
서양권에서도 떡볶이 논쟁과 유사한 논쟁이 있는데, 주로 와인과 관련된 것이다. 와인의 맛은 혀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사실 모든 맛은 뇌에서 결정된다. 혀에 있는 맛 수용기의 정보가 해석되어 맛을 지각하는 것은 뇌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문학적인 표현으로 이해하기로 하자.) 실제로 한 연구에서 동일한 와인에 대해 높은 가격이라고 알려주면 더 맛이 있다고 지각되었다고 하니, 와인의 맛은 혀가 아닌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떡볶이의 맛있음이 학습된 결과, 세뇌된 결과라는 주장이 그럴싸하게 보이긴 한다. 하지만 맛있음을 느낄 때 사회문화적인 영향이 있다고 해서, 그 음식이 맛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커피나 와인의 맛있음도 학습의 결과이지만, 그 누구도 커피와 와인이 맛없는 음식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실제 와인과 상관없이 높은 가격대의 와인이라고 믿게 되면 우리의 뇌에서는 기쁨과 관련된 뇌 영역인 내측 안와전두피질(medial orbitofrontal cortex, mOFC)의 활성화 정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즉, 학습된 맛있음도 나를 충분히 기쁘게 만드는 즐거운 맛이라는 의미가 된다.
나는 떡볶이가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내 혀가 전문가처럼 예민하지 않아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령 떡볶이가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고 해도 어떤가? 과거에 많이 먹었던 기억, 친구들과 가족들과 행복하게 먹었던 추억 때문에 맛있게 느껴지는 것뿐이라고 해도 좀 어떤가? 추억도 충분히 맛이 있다. 오늘 저녁은 떡볶이를 먹어야 할 것 같다.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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