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대 위기 선관위,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2023. 6. 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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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창설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새로운 삶의 주기를 시작하는 해에 환부를 도려내는 내부 혁신으로 거듭나거나 외부 압력에 의해 ‘창조적 파괴’를 당할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선관위는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가 촉발한 4·19 혁명 직후 행정부로부터 분리돼 고도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헌법기관으로 출범했다. 2020년 총선까지는 절반 안팎의 유권자가 ‘정치적 중립성 유지와 직무수행 공정성’에 대해 긍정 평가했을 정도로 선관위는 어느 정도 존립 근거에 충실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역사적 연원을 무색하게 하고 존재 정당성의 근거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이며 이 같은 위기가 반복되는 것을 근절할 개혁 방안은 무엇인가.

작금의 위기는 2022년 ‘선관위 상임위원 꼼수 연임’ 시도와 대선 관리의 총체적 실패의 상징이 된 ‘소쿠리 투표’ 사건으로부터 수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해 최근 불거진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본격화된 것이다. 지금까지 현직 4명, 전직 포함 11명이 연루된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만으로도 공정에 대한 높은 수준의 국민적 요구를 정면으로 무시한 선관위의 도덕적 불감증은 가히 공분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러나 채용 관련 전수조사를 직계비속은 물론이고 형제자매 방계까지 확대해 철저하게 시행했을 때 그 여파가 2900여명 선관위 직원 중 과연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지나치지 않을 만큼 현재로서는 고위 간부를 중심으로 한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가 매우 심각해 보인다. 무엇보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자 정치적 독립기관이라는 명분 아래 국가기관 중 거의 예외적으로 오랫동안 적절한 통제와 견제를 받지 않는 특권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개혁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뼈를 깎는 내부 조직 혁신이다. 이는 불공정 채용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경력직 채용 절차를 투명한 완전 공채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선관위 사무총장과 관례상 차기 사무총장으로 승계해 온 사무차장 인선에 개방형 경쟁 모델을 도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경력직 채용에 있어서는 공무원이나 수요가 있는 특정 지역에만 공고하지 말고 민간인과 전 지역에 알려야 하며, 면접위원 제척사유를 명시해 엄격하게 적용하는 동시에 외부 면접위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선관위 일상 업무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최고위 상근직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을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고, 장관급인 사무총장 인선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세밀한 검증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향후 개방형 직위는 여타 정부 기관에 준해 늘려야 한다. 아울러 법관이 관행적으로 겸임하며 선거범죄를 고발하는 주체가 돼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을 정면으로 거스를 뿐 아니라, 법관 업무도 과중한데 비상근의 명목적 책임자임에도 실제 권한보다 과도한 책임을 떠맡게 하는 중앙을 포함한 각급 선관위 위원장 선임 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

둘째, 외적 감시를 제도적으로 대폭 보강해야 한다. 선관위는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명문화돼 있으므로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나 국가정보원 등의 감사 혹은 점검은 정치적 오해를 살 여지가 다분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정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가, 구체적으로는 선관위를 소관 부처로 두고 있는 행정안전위원회의 감시 역할을 강화해 선관위의 구성 및 운영을 심도 있게 감시해야 한다.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 요구를 바로 수용해야 하며, 광범위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채용 의혹자 모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정치 양극화 해소가 난망해 보이는 만큼 아직은 헌법기관으로서 선관위의 자정 능력을 믿고 싶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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