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총선, ‘한 방’만 노리는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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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있어 부인보다 중요한 것이 '정적'이다.
깔끔한 적을 만나는 것은 큰 복이다.
반면 이 대표 측에서는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로 올가미를 씌워놓고 회동조차 거부하는 것은 옹졸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여야 모두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으로 총선을 준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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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있어 부인보다 중요한 것이 ‘정적’이다. 깔끔한 적을 만나는 것은 큰 복이다. 선거 때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가짜뉴스를 음성적으로 뿌리고, 승패가 결정된 뒤에도 각종 소송으로 앞길을 막는 ‘진상’을 만나는 것은 고역이다.
최악의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에도 거대한 벽이 존재한다. 검사로 26년을 지낸 윤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대표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용산 대통령실의 변하지 않는 기류다.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진의와 다른 발언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도 대통령실의 걱정거리다. 반면 이 대표 측에서는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로 올가미를 씌워놓고 회동조차 거부하는 것은 옹졸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본질적으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는 좋게 지낼 수 없는 관계다. 이들이 멋진 정치를 연출하는 것은 ‘미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는 이 대표의 사법적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여기에다 거대 변수가 웅크리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이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판을 바꿔버리겠다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로 의회 권력까지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윤 대통령을 ‘조기 레임덕’ 상태에 빠뜨리겠다는 전의를 감추지 않고 있다. 여야 모두 ‘한 방’의 꿈에 젖어 상대방과의 피곤한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어 보인다. 총선이 실시되는 내년 4월 10일까지 정국 대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여야의 내부 사정이 갑갑하기는 ‘도긴개긴’이다. 국민의힘은 외견상 친윤(친윤석열)계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공천 시점이 다가오면 어떤 상황이 터질지 장담하기 힘들다. 민주당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가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이른바 ‘태극기 세력’ 등 여당의 강성 지지층은 당 외부에 있지만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은 야당 내부에 있어 민주당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내년 총선의 투표함이 열리면 ‘극과 극’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도 내년 총선에 달려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으로 총선을 준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야가 ‘누가 덜 잘못하나’ 경쟁을 펼치니 민심도 오리무중이다. 지난 2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그 증표다. 정당 지지도는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 35%, 민주당 32%로 각각 조사됐다. 내년 총선 결과를 전망하는 질문에는 ‘야당 다수 당선’(49%)이 ‘여당 다수 당선’(37%)에 앞섰다. 야당 승리를 예상하는 유권자가 더 많은 것이다.
롤러코스터처럼 변화무쌍한 한국 정치에서 10개월 뒤를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예측 지표들은 있다. 서민과 저소득층, 소상공인, 농어민, 취업 고민이 깊은 청년층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공약을 내는 정당이 승리에 근접할 것이다. 또 각종 비리 의혹이나 말실수 등 ‘사건·사고’가 적은 정당이 다수당이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꽉 막힌 정국 속에서,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에 손을 먼저 내미는 정당 쪽으로 국민은 기울 것이다. 총선의 승부수를 쥐고 있는 중도층은 대화와 협치에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인 정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은 여야의 극단적 대결이 미치는 해악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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