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MZ라는 허상에 대하여
언제부턴가 ‘MZ’라는 단어가 많이 들린다.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1981~1996년생을 의미하는데, 그런 기준이라면 ‘이런 얼굴’로 사는 나 역시 MZ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조금 더 세심하게 정의해 보면 MZ란 작금의 주류 문화를 창출하고 소비하는 현재의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세대를 의미한다고 갈음할 수 있다.
생각보다 이 단어를 더 자주 마주한다. 한국교회에 MZ가 사라지고 있는 반면, 내가 사역하는 목회지의 성도들이 거의 MZ에 속하다 보니 그 이유에 대해 질문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다만 언제부턴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전 세대들이 MZ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이어서 반문한다. “과연 MZ들은 ‘젊은 교회’를 원하는 것일까. ‘교회’를 원하는 것일까.”
MZ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키워드는 ‘나 자신’이다. 지금까지의 한국사회를 지배하던 ‘집단주의’라는 담론을 거부하고, 오직 ‘나 자신’에게만 관심을 두려는 이들. 그런 이들을 굳이 한통속으로 묶어 규정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비존재의 존재화’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정작 그들 자신은 MZ라고 불리는 것에 아무 관심이 없다. 그리고 MZ라는 단어를 더 많이 입에 올리는 이들은 사실 MZ가 아닌 그들을 마주한 어른들이다.
주류 문화를 창출하는 것은 젊은세대지만 사회 전반의 담론을 규정하는 것은 50, 60대 즉 기득권층이다. 그들이 MZ라는 용어를 탄생시켰고 유통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태생적 모순을 지닌 말이 거듭 회자될수록 남는 것은 결국 ‘부르는 자’와 ‘불리는 자’ 간 분리의 가속화뿐이다.
그래도 MZ를 알고 싶다면, MZ가 무엇인지보다 차라리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동그란 삼각형’이란 표현처럼 존재적 모순을 이해할 방법은 없다. 그들이 아무리 특수해도 결국 인간됨의 보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음은 사실이기에 ‘인간’에 관해 묻는 게 더 낫다.
MZ에 대한 공포가 세대에 대한 무지가 아닌 인간을 그저 집단적 인간상으로만 해석해 오다 보니 적체된 ‘인간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MZ를 묻지 말고 인간을 물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는 이미 인간을 안다. 인간은 ‘사랑’에 대한 욕망 아래 산다는 것과 ‘정의’ 즉 타인과 공평한 잣대 아래 살고 싶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표현만 다를 뿐 이미 유치원 때 넉넉히 배웠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즉 당신은 이미 MZ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이미 다 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뿐. 고로 묻는 이들의 공포는 정보의 부재가 아닌 그저 허상이다.
물론 MZ는 독특하다. 인류 역사 가운데 당연하게 기대되던 삶의 보편적 양태들이 밑바닥에서부터 꽤 많이 달라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보편적 지혜로 그들을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선 특정 세대의 출현은 언제나 그 이전 세대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때문에 그들을 알고 싶다면 그들이 아닌, 차라리 이전 세대에게서 답을 찾는 게 더 낫다. 묻기 전에 거울을 마주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이다. 또한 사람을 알고 싶다면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상대를 타자의 자리에 두고 분석하려 하지 말고, 또한 그들을 분석한 책을 가지고 이해하려 하지 말자.
인간이란 본래 텍스트에 붙잡히지 않지만 특히 집단으로 규정 불가한 MZ는 더욱 그렇다. 그들이 잠근 게 아닌 당신이 잠근 문을 열고 나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괴물은 언제나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졌었다. 다시 말하지만 MZ는 괴물이 아니다. 그저 나와 당신과 같은 인간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MZ가 도대체 왜 궁금할까. 수용하기 위해? 아니면 이용하기 위해? 후자라면 어차피 그들은 영원히 괴물로 남을 것이다.
손성찬 목사(이음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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