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피렌체는 꽃피는 나무와 같이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는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 나오는 잔니 스키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잔니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는 도나티 가문의 청년 리누치오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하지만 도나티 가문 사람들은 리누치오가 라우레타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녀의 아버지 잔니 스키키가 피렌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디서 근본도 모르는 타향 출신의 농부 딸을 데려왔냐며 리누치오를 심하게 나무란다.
그런데 사실 『신곡』의 작가 단테 역시 지역과 계급에 대한 편견이 심한 사람이었다. 피렌체의 순수혈통인 겔프 가문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던 단테는 피렌체 출신이 아닌 사람이나 농부와 같이 미천한 신분의 사람들을 혐오했다. 이런 단테의 생각은 ‘지옥’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지옥에서 세 명의 피렌체 귀족들을 만난 그는 자기 고향에 대해 궁금해 하는 그들에게 피렌체가 벼락부자들의 소굴이 되었다고 한탄한다. 벼락부자란 신분은 미천하지만 장사와 같은 일로 돈을 번 사람들을 말한다. 단테는 이런 사람들을 경멸했는데, 잔니 스키키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도나티 가문의 젊은이 리누치오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그런 속 좁은 편견을 버리라고 하면서 ‘피렌체는 꽃피는 나무와 같죠’를 부른다. 여기서 리누치오는 산타 크로체 성당과 피렌체 대성당, 베키오 궁전을 설계한 아르놀포와, 두오모 광장에 있는 종탑을 설계한 지오토 디 본도네 그리고 유명한 예술 후원가문인 메디치를 찬양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본래 피렌체 사람이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인데, 피렌체로 와서 문화와 예술의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푸치니가 이 노래를 작곡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단테 선생. 제발 그런 속 좁은 편견은 버리쇼. 혹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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