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이번 생에 책읽기는 글렀다고 느껴질 때
30대 직장인 수연씨는 창가 미니 책장에 오종종히 꽂힌 책들을 쏘아보고 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벌써 몇 번째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생에 책 읽기는 글렀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끝이 없다. 시험공부, 발표준비, 데이트, 효도…. 틈이 안 보인다.
‘세바시’나 TED 등 강연 프로그램을 봐도, 자기 계발 성공세미나에 가도, 재테크 돈 공부를 좀 해볼까 해도, 모두 독서를 하란다. 수연씨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수연씨는 한글을 안다. 정규 교육도 마쳤다. 하지만 눈에 난시가 있나? 난독증인가? 혹시 주의력결핍장애(ADHD)? 수북한 참고서도 업무 매뉴얼도 분명 스스로 봐냈건만, 수연씨는 왜 ‘책 못 읽는 사람’이 된 걸까. 가독자와 불가독자는 진화의 어디에서 갈라진 걸까. 아, 수험 공부와 학원살이가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인 게 틀림없다. 그때부터다. 단행본 책을 보면 논다고 혼나고, 참고서를 펴면 위세가 되던 시절. 그때부터 수연씨는 책 안 읽기를 선택했다.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책 좀 읽은 듯 티 내는 인간들이 좀 재수 없다. 맞는 소리인지 헛소리인지 알 수 없을 땐, 셜록 홈스가 되고 싶다.
두 친구가 있다. 팔굽혀펴기를 매일 100번씩 한다는 한 친구의 허벅지만 한 팔뚝 앞에 다른 한 친구의 가냘픈 팔뚝이 수줍다. 그렇다. 책 읽기를 팔굽혀펴기처럼 하자. 오늘부터 한 번, 내일 두 번, 모레 세 번…. 그렇게 백일 되는 날, 우리는 팔굽혀펴기를 하루 백 번 하는 황금 팔뚝이 될 수 있다. 하루 한 페이지씩 늘려 딱 100일이다. 1차 목표는 하루 30쪽까지 늘려가는 30일 작전이다.
누구는 읽기 싫어 안 읽는 줄 아는가. 못 읽을 것 같아 그랬던 거다. 읽는 것이 ‘기술’인지 몰랐다. 스포츠 배우기처럼 시간과 코치가 필요할 뿐이다. 만화, SF, 하이틴 로맨스, 시드니 셀던 등. 모두 훌륭한 팔굽혀펴기 도구들이다. 오늘부터 1일 하자.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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