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혼선…국회 입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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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 여부 확인 어려워 환자 절반이 거절당해
멈춰선 입법 논의…합의로 의료 접근성 높여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행 초기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신청하면 절반가량이 거절되거나 취소된다고 한다.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 환자가 초진인지, 재진인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보건복지부는 원칙적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재진 환자로 제한하고 초진 환자는 예외적으로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만일 의료기관이 초진 환자인지 모르고 비대면으로 진료한다면 법적 처벌이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는 3개월간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했지만 의료기관으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비대면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만나는 부분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나 보호자도 적지 않다. 소아과는 야간이나 휴일에 한해 초진 환자에게 비대면 상담을 허용한다. 이때는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는다. 그나마 이 시간에 비대면으로 환자를 보는 소아과가 드물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동안 이해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한시적으로 허용됐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수많은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비대면 진료를 활용했다.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 수는 1419만 명에 이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일 코로나19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했다. 동시에 감염병예방법에 의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도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의료법 예외조항을 활용해 비대면 진료를 계속하게 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초진인지, 재진인지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 지난 1일 시범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해결책을 마련했어야 했던 사안이다.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재진 환자인데도 의료기관의 확인 문제로 진료를 못 받는 불편을 감수하게 해선 안 된다.
국회의 비대면 진료 입법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나란히 제출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런데 비대면 진료의 허용 범위 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며 법안 처리가 사실상 멈춰 있다. 오진이나 의료사고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시범사업 기간에 드러난 성과와 문제점을 점검하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 건강권과 직결되는 의료 현안인 만큼 여야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대승적 합의를 이루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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