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입 연 첸백시 “SM이 가스라이팅…엑소 위해 재계약”

이은호 2023. 6. 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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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그룹 엑소 멤버 첸, 백현, 시우민(왼쪽부터). SM엔터테인먼트

“위축되고 체념한 마음으로 재계약서에 사인했다” “엑소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계약이었다” “가스라이팅(심리 지배)과 무관치 않은 상황이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그룹 엑소 멤버 첸·백현·시우민(이하 첸백시)이 털어놓은 얘기다. 이들은 5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걱정스러운 소식으로 어지럽고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계실 팬 분들께, 세 멤버가 그간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재계약 당시 계약서가 부당해 8번에 걸쳐 조율을 요청했으나 SM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날인에 이르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지속적인 회유와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재계약에 응하지 않으면 나머지 팀원이나 팀 전체에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를 접해왔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백현은 군 복무 도중 재계약을 협의하면서 소속사 관계자로부터 ‘네가 계약해야 다른 멤버들이 이 정도 계약금을 받을 수 있다’ ‘재계약이 발동하기 전이니 언제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등의 압박과 회유를 받았다고 했다.

첸백시는 “계약서에 사인한 것은 오로지 엑소 멤버들과 의리를 지키고 엑소를 지키겠다는 생각에서 한 일이다. 계약 내용은 거의 포기하다시피하고 사인했다”며 “그와 동시에 의문투성이인 이 계약서에 사인한 것이 정녕 엑소와 엑소 멤버들을 지키는 일인지 스스로 수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질문 끝에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한 번이라도 좋으니 노력해보자’는 생각에 다다랐다”고 털어놨다.

세 사람은 재계약 이후 회사로부터 계약서를 즉시 받지 못했으며, 며칠 뒤 멤버들 측 요청으로 계약서를 받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계약금 역시 ‘계약 체결일 이후 1년 뒤 지급한다’는 조항 때문에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SM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관해 “주주 이익에 앞서 아티스트와 스태프들 이익 역시 크게 침해됐다”며 “정산서에 쓰였을 수익 중 상당수 이익이 프로듀서비나 로열티 등 합리적이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전 총괄이 차린 라이크기획에) 빠져 나갔을 거로 충분히 짐작된다”고도 주장했다.

첸백시 법률대리인인 이재학 변호사는 SM이 앞서 강조한 “대법원으로부터 유효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은 계약서”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대법원 판결은 데뷔 때부터 해외 활동이 확실하던 중국인 멤버 황쯔타오(당시 활동명 타오)의 계약서에 관한 것이므로, 한국인인 첸백시와 상황이 다르다는 논리다.

이 변호사는 “해외 활동 여부가 정해지지도 않은 연습생(첸백시)을 상대로 (해외 활동을 전제로) 계약기간을 3년 연장해서 체결한 불공정행위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SM이 연습생 및 아티스트들과 체결한 전속계약에 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SM이 요구한 비밀유지서약서를 제공했는데도 회사 쪽에서 정산자료를 제공해주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첸백시는 팬들을 향해 “우리는 그 무엇보다 엑소 멤버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 인생의 절반을 멤버들과 동고동락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우리가 그런 멤버들을 배신하는 행위는 절대 없을 것이며 어떤 상황에도 엑소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엑소. 쿠키뉴스 자료사진

다음은 첸·백현·시우민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 전문이다.

저희들로 하여금 행복한 소식이 아닌 걱정스러운 소식으로 어지럽고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계실 엑소 팬 분들께 백현, 시우민, 첸이 그간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가. 지속적인 회유와 분위기 조장

지난 2010년 6월, 2011년 5월 각각 SM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저희들은 12~13년이 도래하기 1년여전인 지난해 12월 경 기존 계약에 5년을 연장해 총 17~18년간에 해당하는 전속계약 재계약서를 SM으로부터 받은 바 있습니다.

우선 재계약 과정에서 저희 멤버들은 변호사를 선임해서 검토했고, 당시에도 계약서가 부당해 8번에 걸쳐 조율을 요청했지만 SM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SM 측으로부터 계약서상 아무 것도 바꾸어 주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만을 봤습니다. 결국 저희가 요청한 사항은 거의 반영된 것이 없었습니다.

부당하다 여겼지만 저희가 부득이 날인에 이르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은 지속적인 회유와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 조장 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재계약에 응하지 않으면 나머지 팀원이나 팀 전체에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들을 접해왔습니다.

당시 SM은 멤버들의 재계약에 관한 선택은 모두가 함께였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백현에게 “백현이 네가 계약해야 다른 멤버들이 이 정도 계약금을 받을 수 있다”라는 말로 압박하고 회유하며 재계약을 요구했습니다. 아직 재계약이 발동하기 전이니 언제든 이 계약은 취소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습니다. 당시 백현은 군복무 중인 상태였습니다.

백현은 SM의 모순되는 태도와 각기 달랐던 멤버들의 계약 종료 시기 속에 변함없이 원만한 엑소의 활동을 유지하고자, 전속계약 종료까지 1년가량 남은 시점이었지만 위축되고 체념한 마음으로 재계약서에 사인을 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8번에 걸쳐 조율을 요청했지만 조율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도 민망한 과정이었고, 요청한 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재계약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은 오로지 우리 엑소 멤버들과의 의리를 지키고 엑소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것이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사인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들의 무기력했던 당시의 일은, 오래된 SM 특유의 폐쇄적이고 단체적인 분위기, 나아가 근래 언론지상을 채우고 있는 ‘가스라이팅’과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나. 공정치 못했던 내용을 넘어, 부당했던 과정

계약서의 내용뿐 아니라 과정 역시 부당했습니다.

당시 계약서는 체결 즉시 교부가 이뤄져야함에도 불구하고 SM은 해당 계약서를 회수해갔고, 저희들에게 교부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수일 뒤에나 저희의 요청으로 해당 계약서는교부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계약금 역시 체결일 이후 1년 뒤 지급한다는 문구로 인해 아직까지도 저희 멤버들은 계약금 일체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재계약 기간을 1년여나 앞둔 시점에 갑작스럽고도 서둘러 재계약이 이뤄진 점 역시 의아합니다.

저희들과의 계약을 전광석화 같이 끝낸 뒤 언론에는 SM을 둘러싼 인수전에 대한 여러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아 그래서 1년 가량이나 남은 계약을 당겨서 사인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저희들은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의문투성이인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이 정녕 엑소와 엑소 멤버들을 지키는 행위인 것인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질문 끝에 다다른 생각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한 번이라도 좋으니 노력해보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다. 회사의 중대한 변화에 대한 무설명

회사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SM은 저희 아티스트들에게 어떠한 이해도, 말도, 설명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마치 회사의 외부인인 것처럼, 보도된 기사를 통해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야만 했습니다. 그저 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수 과정에서 느낀 생각은 회사는 저희를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저 부속품이었고, 저희는 그저 회사 측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대상일 뿐이라는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라. 아티스트들이 수십년간 겪어온 수익 침해

라이크 기획 등의 이슈가 언론지상을 떠들썩하게 채워나갈 때, SM이라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만이 오래토록 침해된 것만으로 묘사됐지만, 사실 그 보다 앞서 SM과 함께 수익 활동을 일궈내는 저희 아티스트들과 스태프들의 이익 역시 크게 침해됐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2~13년간 저희들의 정산서에 쓰여 있을 수익 중 상당수의 이익이 그것이 프로듀서비든, 로열티든 어떤 명목으로든 합리적이지 않고, 납득될 수 없는 방식으로 빠져나갔음은 충분히 짐작됩니다.

SM은 “이제부터는 과거처럼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과거가 실제로 어땠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저희 아티스트들과 팬, 대중, 주주 등에게 설명하는 과정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거기서부터 새로운 출발은 가능하다고 여깁니다.

회사가 어수선할 때, 그 보다 더 어수선했던 것은 아티스트들이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누구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저희들이었습니다.

마. 7차례에 걸친 정산자료 제공 요청

저희는 회사로부터 정산자료를 제공받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결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정산자료를 제공받는 것은 아티스트들의 기본 권리입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함께 해왔고 열심히 해왔음에도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릴 수 없는 것인가.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의구심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숫자를 확인해 보고 회계사나 변호사의 도움도 받아 보겠다는 것에 대해, 회사의 입장에서 그렇게나 잘못된 것이라고 여길 줄은 몰랐습니다.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았습니다. 두렵지만 오직 진실을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용기내여 한 걸음 앞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분명하게 자료 제공이라고 계약서에 기술돼 있지만, 그것이 열람권만을 의미한다고 주장해온 이 몰염치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공정위는 물론이거니와 법원은 과연 계약서 상의 자료 제공이 단순 열람권일 뿐이라는 SM의 궁색한 주장을 과연 받아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요?

정산 자료는 적어도 당사자인 저희들에게 있어서 만큼은 비밀자료가 되어서는 아니된다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자문을 구한 모든 전문가가 한결같이 제공과 열람권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아왔습니다.

오로지 SM과 친분이 있는 몇몇의 미디어, 그리고 유튜버만이 그것이 열람권일 뿐이라는 주장에 동조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공정위와 사법 당국이 과연 열람권일 뿐이라는 SM의 기존 옹색한 주장을 받아줄 것이라 여기는 것입니까?

바. 엑소 팬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만일 멤버들과 팬분들이 11년동안 함께 한 추억, 사랑, 청춘, 노력, 열정을 이용해 누군가가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면 이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제발 공정했기를 바라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조금이나마 고쳐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SM 공동체’가 아티스트들에게 그간의 부당함을 묵인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라면, 저희는 그 강요에 조금이나마 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 무엇보다 엑소 멤버들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저희 인생의 절반을 멤버들과 동고동락하고 희노애락을 함께 해왔습니다. 저희가 그런 멤버들을 배신하는 행위는 절대 없을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엑소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저희가 저희의 권리를 외치는 용기를 내는 것이, 과연 엑소 멤버들을 배신하는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대중분들과 소중한 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저희는, 팬분들이 계신다면 어느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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