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지명 직전에…KBS수신료 분리징수 권고한 용산, 왜

박태인, 조수진 2023. 6. 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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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KBS TV 수신료(월 2500원) 분리 징수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조만간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할 전망이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도입 후 30여년간 유지해온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 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해 분리 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후속 조치 이행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참여 토론 과정에서 방송의 공정성 및 콘텐트 경쟁력,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지적됐고 수신료 폐지 의견이 제기된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도 권고안에 담았다”고 말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제안심사위원회의 KBS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강 수석은 KBS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의 근거로 지난 3월 9일부터 한 달간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국민참여토론을 들었다.

강 수석은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투표 결과 “총투표수 5만 8251표 중 약 97%에 해당하는 5만 6226표가 통합 징수 개선 찬성표로 집계됐다”며 “자유 토론에서는 전체 6만4000여 건의 의견 중 절반 이상인 3만8000여건이 TV 수신료 폐지 의견이었고, 분리 징수는 2만여건으로 31.5%에 달했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징수 유지 의견은 “0.5%인 289건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강 수석은 해당 투표와 국민 의견 참여를 바탕으로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권고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신임방통위원장으론 이동관(사진) 대통령 대외협력 특별보좌관이 유력하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1월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던 이 보좌관의 모습. 박종근 기자

KBS수신료 분리 징수 방안은 법안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TV 수신료는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KBS에서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전기 요금과 함께 징수해 왔다.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에는 ‘지정받은 자(한전)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통령실은 해당 시행령을 개정하면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수신료 분리징수가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994년 이전까지만 해도 KBS수신료는 당연히 분리 징수해왔다”며 “그때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면직 처분한 윤석열 대통령이 곧 신임 방통위원장을 지명할 예정인데, 이날 분리징수 발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공영방송 개편에 착수하는 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분리 징수로 변경될 경우 업계에선 KBS의 연간 수신료 수입은 6800억원에서 2000억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이슈 관련 KBS 기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이 돈줄을 쥐고 공영방송을 협박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수신료를 무기로 공영방송을 길들이겠다는 선포"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공영방송을 대통령의 손아귀가 아닌 국민의 품에 돌려놓겠다”며 지난 3월 본회의에 직회부 한 방송법 개정안 통과도 예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민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 권고안을 낸 것일 뿐”이라며 “방송 장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KBS도 수신료 분리 징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KBS 이사회는 오히려 2021년 6월 수신료를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국회 문턱은 넘지 못한 상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기자 및 PD협회 등은 지난 2일 “수신료 분리 징수가 공영방송의 공적 역할을 축소하고 방송의 상업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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