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중국 ‘반도체 굴기’… 자체개발 CPU 자랑하다 “인텔 지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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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또 다시 체면을 구겼다.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한 중앙처리장치(CPU)가 알고보니 인텔 제품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3년 중국 상하이자오퉁대학의 한 교수는 중국 자체 기술로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반도체인 '한신 1호'를 개발하고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았다.
이번 사건을 두고 산업계에선 인텔, ARM 등의 핵심 반도체 기술 없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어렵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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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또 다시 체면을 구겼다.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한 중앙처리장치(CPU)가 알고보니 인텔 제품으로 드러났다. 인텔, ARM 등이 없으면 스스로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걸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컴퓨터 제조업체 바오더(寶德·파워리더)는 지난달 6일 ‘파워스타 CPU’라는 제품을 공개했다. 파워리더는 이 CPU가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며, 정부·교육·에너지·산업·금융·의료·게임 등의 용도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파워리더 측은 연간 150만대라는 판매 목표도 공개했다.
하지만 곧바로 인텔 CPU를 이름만 바꿔치기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선 제품 외형이 인텔 i3-10105 코멧 레이크 CPU와 동일했다. CPU는 개발하는 회사마다 소켓 크기, 위치 등이 다르기 때문에 외형이 완전히 같은 경우는 드물다. 파워스타 CPU의 이름이 P3-01105인 점도 의심을 샀다. 이름을 교묘히 바꿨다는 지적이다. 파워리더에서 구체적인 기술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논란을 키웠다.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벤치마크사이트인 긱벤치에서 테스트한 결과, 두 제품의 모든 사양과 성능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결국 파워리더는 ‘파워스타 P3-01105’ 제품이 자체 개발 CPU가 아니라는 걸 인정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파워리더 리루이지에 회장은 자신의 개인 웨이보 계정을 통해 “파워스타는 인텔의 지원을 받아 출시한 맞춤형 CPU”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텔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파워리더는 이 사실을 제품 공개 당시부터 밝혔다면서 의도적으로 숨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제2의 한신(漢芯) 반도체 사건’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003년 중국 상하이자오퉁대학의 한 교수는 중국 자체 기술로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반도체인 ‘한신 1호’를 개발하고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2006년에 한 연구원의 내부고발이 터져나왔다. 한신 1호가 미국 모토로라의 ‘프리스케일 56800 칩’을 복제한 것으로 밝혀져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었다.
파워리더의 리 회장은 ‘제2의 한신 사건’이라는 비판에 대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받거나 신청한 적이 없다. 꾸준히 성장해 거대한 인텔의 어깨 위에 서서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7년 설립한 파워리더는 산업용 서버와 개인용 컴퓨터를 생산해왔으나, 반도체를 개발한 이력은 없다.
이번 사건을 두고 산업계에선 인텔, ARM 등의 핵심 반도체 기술 없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어렵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적 반도체 설계기업인 ARM에 지속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다.
장광쥔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은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중국 기업·대학·연구기관 등과의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장 부부장은 “ARM과 같은 첨단 기술기업이 중국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서비스와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RM은 중국 사업부를 완전히 철수하려는 중이다. 미·중 반도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국 고객에게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주된 이유다. 다만 중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1년 이상 미루면서 ARM의 중국 철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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