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없는 조현아

정소진 2023. 6. 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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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에 공감하며 눈물 흘리고, 친구 고민 들어주느라 10시간 통화하는 조현아. 솔직한 그가 숨기는 것은 단 하나, 자신의 고민이다.
퍼프 원피스는 Lee Y. Lee Y. 이어링은 Archive Scene.

Q : 2007년 음악을 시작했을 때 어떤 가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나요

A : 어쿠스틱 R&B 소울 장르를 하고 싶었고, 확신이 있었어요. 어반자카파가 걸어온 길이 예전부터 그리던 모습이에요. 멤버들과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음악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셋이 함께 공연이나 앨범 제작을 꿈꿨죠. 그래서 주택청약을 깼고, 몇십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녹음실을 구해 네 시간 안에 다섯 곡을 녹음했어요. 그렇게 절약하며 만든 앨범이 〈커피를 마시고〉입니다. 타이틀 곡을 BTS가 커버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합니다(웃음).

Q : 음악적으로 얼마나 만족스러운 궤도에 오른 것 같나요 이게 참 부끄러워요. 음악 칭찬만큼 부끄러운 게 없어요. 아마 제게 너무 중요한 일이고, 칭찬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봐요. 지금 충분합니다. 주목받으며 즐겁게 방송하는 이유가 스스로 음악에 만족했기 때문이에요. 스스로 너무 잘해서가 아니라, 가족 같은 멤버들과 15년 가까이 음악을 해냈다는 사실 자체가 만족스럽죠.

A : 자기만족을 끌어내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난 후부터 만족에 중독됐어요. 스스로 인정하고 만족하면 행복해진다는 사실. 현실과 타협하고 빠르게 받아들여야죠.

Q : 계절에 관한 곡이 많아요. ‘봄을 그리다’ ‘Snowing’ ‘코끝에 겨울’ ‘Let it rain’. 계절이라는 소재에 끌리는 이유는

A : 누구든 무언가에 심취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을 거예요. 저는 계절과 시간에 심취하는 편이죠. 각자 감성적인 시간대가 있잖아요. 저는 똑같은 음악이라도 아침과 낮, 밤에 각각 다르게 들려요. 심취하는 순간에 느낀 감정을 곡으로 쓰다 보니 계절이나 시간처럼 주제가 명확한 곡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원피스는 Kika Vargas by Empty. 로퍼는 Charles & Keith. 니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A : 봄! 봄이 오면요, 우리 집 마당 잔디를 새로 깎고 꽃도 예쁘게 심어요. 짧은 봄을 만끽하려고요.

Q : 남양주로 이사했죠. 도심을 벗어난 자연의 삶은 어떤가요

A : 남양주가 생각보다 서울과 가까워요. 청담동까지 20분 걸리죠. 2년 살고 오늘 재계약했어요. 전 도심에 지쳤어요. 아쉬운 건 맥도날드가 없다는 사실. 그래도 자연과 함께하는 지금이 좋아요!

Q : 조현아에게 밤은 어떤 시간인가요

A : 가장 외로우면서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에요. 그때 내 감정을 누릴 수 있거든요. 외로움도, 기쁨도 방해 없이 고스란히 느끼는 시간. 어느 순간 새벽이 찾아오면 내 안의 생각을 정리하죠. 한번 해보세요. 슬프든 기쁘든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건 중요해요. 나를 그대로 느껴보세요.

Q :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참 어려워요

A :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건 어른스럽지 못한 것이지만 연인이나 가족에게는 감정을 드러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밖에서는 얼마나 숨기면서 삽니까. 직장 상사나 후배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 없으니까. 지인이나 가족에게 찡찡거리듯 솔직해지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Q : ‘내가 생각해도 참 애절하다’ 싶은 가사가 있나요

A : 미니앨범 〈이 별〉 수록곡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 엄마 돌아가시고 쓴 곡입니다. 어느 날 누워 있는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천장에 대고 말했어요. 그러다 잠들었죠. 일어나서 갑자기 자기 전을 복기해 15분 만에 썼어요. 엄마가 선물로 준 곡이죠. 그 노래는 아직도 끝까지 부를 수 없어요.

Q : 음악을 하고 무대에 서면서 가장 행복하고 충만했던 때를 꼽는다면

A : 모든 공연이 그렇죠. 어반자카파가 공연을 참 잘해요(웃음). 밴드 세션도 10년 넘게 하다 보니 합이 잘 맞죠. 긴장은 안 해요. 긴장보다 설렘이 더 크거든요. 2~3시간에 서른 곡 가까이 부르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죠.

Q : 서른 곡을 부를 수 있는 체력은 어디서 오나요

A : 체력 관리가 정말 중요해요. 누군가 제 음악을 듣고 웃고 울고 몰입하는 걸 보면 하나도 안 힘들어요. 피로가 사라져요. 그래서 제가 가수를 하나 봐요(웃음).

Q : 목을 관리하는 방법은

A : 말투가 중요해요. 웃거나 말을 해도 비강을 올리면서 말을 해야 목이 안 쉬죠. 아침이면 목소리가 낮잖아요. 그럴 때 아주 높게 말하면 그날 온종일 고음이 잘돼요. 그리고 남자 목소리를 굉장히 잘 냅니다. 그래서 오해받은 적도 많아요. 택시 타기 전에 기사님과 통화하고 택시 타면 “남자분이 전화했는데 왜 여자분이 타냐”고 하면 “그게 저예요”라고 해요.

원피스는 People of the World. 구두는 Charles & Keith. 이어링은 Kvk.

Q : 음악이 지긋지긋한 순간도 있었나요

A : 저는 술자리처럼 대화하는 자리에서 음악을 듣는 걸 안 좋아해요. 방해돼요. 편곡이 들리고 보컬 튜닝 같은 게 자꾸 들리니까. 그때 잠깐 음악이 지긋지긋하죠.

Q : 음악이 가진 힘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믿는 부분이 있다면

A : 느낀 순간이 너무 많아서 특정하기 어려운데, 엄마나 언니가 제 노래를 컬러링으로 지정했을 때? 엄마 컬러링이 ‘거꾸로 걷는다’였거든요. 이 곡을 만든 당시 위로가 된다고 좋아하셨어요. ‘거꾸로 걷는다 거꾸로 걷는다.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다’는 내용이 전부인데. 그때 ‘내가 엄마를 음악으로 위로할 수 있구나’ 싶어 음악의 힘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Q : 솔로 곡을 낼 생각이 있나요

A : 네, 힌트를 드릴게요. 6월에 어마어마한 게 나옵니다. 젖은 옷을 입고 활동하는 남성분과 협업합니다. 춤도 춥니다. 아직 아무도 몰라요(웃음).

Q : 〈놀면 뭐하니?〉 클립 영상 댓글에 ‘조현아, 예능감을 어떻게 숨기고 살았냐’는 말이 많습니다. 장도연, 최예나와 함께 하는 〈걸스나잇아웃〉에서도 솔직 담백한 토크를 선보이고요. ‘예능감’에 대한 반응, 예상했나요

A : 그게 저예요. 요즘은 촬영현장 가면 너무 편해요. 본연의 모습이 나오거든요. 사실 어릴 때 ‘예능상’ 받은 적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7반 시절의 일이죠. 상장에 이렇게 쓰여 있어요. ‘이 사람은 평소에 예능 기질이 뛰어나고 성실하며 자기 발전에 꾸준히 노력한다.’ 어릴 때부터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부심’이 있거든요. ‘나는 웃수저다!’

Q : 〈조현아의 목요일 밤〉의 송민호 편 조회 수는 228만, 수지 편 1회는 358만, 미연 편은 108만 회입니다. 송민호 편이 업로드되고 ‘인급동’에 오를 만큼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기분이 어떻던가요

A : 아무 생각 없었어요. 솔직히 수치에 신경 안 써요. 다만 친구들에게 감사하죠.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됐다면 만족해요. 사람들이 내 친구들을 깊게 알고 이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면 그만큼 충분한 게 없죠.

Q : ‘술 토크 예능’이 많은 가운데 〈조현아의 목요일 밤〉은 어쩐지 술은 뒷전이 된 느낌마저 듭니다. 다른 술 토크 예능과 차이점은

A : 사실 술은 없어도 돼요. 안 마셔도 상관없어요. 토크 중에 즉석으로 곡을 창작한다는 것도 분명한 핵심이고, 또 다른 점은 상대방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말을 끌어내 마주하게 하고, 슬퍼하고 함께 웃는다는 거죠. 송민호나 수지가 어디 가서도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억지로 졸라서 한 게 아니거든요. 잘 경청하는 자세는 처음 본 사람의 진솔한 마음까지 끌어내는 힘인 것 같아요. 그러려면 공감능력과 꾸준한 독서가 필요하죠.

오버핏 재킷과 팬츠는 모두 People of the World. 부츠는 Jimmy Choo. 원석 네크리스는 Mungteong. 체인 네크리스는 Archive Scene.

Q : 게스트의 말 한 마디에 금방 눈물을 흘리죠

A : 저는 사명감을 갖고 사는 사람이에요. 감사한 일을 많이 겪으며 살고 있기 때문에 타인을 남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 일처럼 돕고 더불어 살아가요. 하루는 전화 통화하느라 10시간을 보냈어요. 한 명씩 돌아가며 고민 들어주고 대화하는 게 안 힘들거든요. 모든 사연이 절절하고 기쁘니까. 함께 동화돼 느끼는 거예요. 누군가는 음식을 먹고 세 가지 맛을 느끼지만, 저는 스무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위로하고 공감하며 감정을 나누면 얻는 게 많아요.

Q : 촬영장이 집이면 어떤가요

A : 편해요. 촬영 끝나면 곧바로 집에서 쉬면 되니까. 제가 남양주로 이사한 뒤부터 사람들이 놀러 오는 데 큰 감사를 느껴요. 내 공간에 많은 사람이 와주는 광경을 보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아니, 얼마나 나랑 대화하고 싶으면 여기까지 왔을까?’ 하면서 내가 너무 좋은 거죠.

Q : 게스트에게 ‘준고민 세미고민 미들고민 빅고민 참고민’을 말하라고 합니다. 많은 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조현아의 스몰 고민은

A : 내일 엄마 산소에 가야 해서 오늘 집 가면 요리해야 하고요, 청소도 해야 하죠. 너무 귀찮은데 언니가 삐칠지도 모르니까 해야 된다! 어떻게 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가만히 누워 있을 수 있을까요(웃음).

Q : 한편 빅고민은

A : 자리만 차지하고 일을 똑바로 안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일로 피해 주는 사람들이 싫어요. 이런 마음을 갖는 게 싫지만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리고 감정 관리를 잘하고 싶다는 고민도 해요. 이제 30대 중반인데 스스로 잘 돌봐야겠다.

Q : 이런저런 고민을 누구에게 털어놓나요

A : 안 해요. 혼자 책 읽고 해소해요. 오늘 5월 11일이죠? 사실 어제 아침에도 울었어요. 세 가지 일이 겹쳐서 힘들었는데, 그냥 혼자 울고 책 읽었어요. 〈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라는 책이죠. 뇌과학 연구하시는 분이 쓴 책인데 ‘그래, 그거 필요 없어. 욕이나 하고 그러면 다 풀리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나아지더라고요.

Q : 10시간이나 통화하며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지만 정작 본인의 고민은 누구에게 털어놓지 않는군요

A : 그렇게 살기로 결정한 것 같아요.

니트 베스트와 레더 스커트는 모두 Bocbok. 헤어밴드는 Nibgnus.

Q : 조현아의 평범한 하루가 궁금합니다

A : 아침에 눈뜨면 8~9시예요. 마당 나가서 책 보고 음악 들으며 좀 더 누워 있죠. 스태프들이 얼굴 탄다고 당부하지만 끊을 수 없는 아침 루틴이에요(웃음). 그러다 청담동에 있는 ‘소전서림’에 가요. 거기서 두 시간 동안 책 읽죠. 귀가하면 씻고 누워서 ‘피식 대학’ 유튜브 좀 보다가 잠들어요.

Q : 가장 행복한 순간은

A : 집 도착해서 화장실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을 때. 화장실이 넓어요. 그래서 구석에 의자를 뒀죠. 일단 거기 앉아서 밀키스 제로를 마시면 하루 동안 힘들었던 게 다 풀리죠.

Q : 최근 느낀 행복은

A : 오늘 아침, 밀키스 제로를 마셨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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