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우승을 향하여, 언더독들의 축제 U-20 4강 대진

이준목 2023. 6. 5. 14: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U-20] 한국 대표팀, 나이지리아에 1-0 승리... 사상 최초 2연속 4강행

[이준목 기자]

한국축구가 또다시 위대한 신화를 이뤄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U-20 월드컵 4강은 1983년 멕시코 대회의 박종환호, 2019년 폴란드 대회의 정정용호에 이어 김은중호가 역대 세 번째다. 한국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것은 성인대표팀의 2002년 한일 월드컵, 23세 이하 대표팀의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포함해도 총 5번에 불과할만큼 값진 기록이다.

특히 김은중호는 직전 대회인 2019년에 역대 최고성적인 준우승을 기록한 데 이어, 사상 최초로 2회 연속 4강행이라는 역사를 썼다. FIFA 주관의 모든 연령대 세계 대회를 통틀어서 2회 연속 준결승 진출은 한국축구 역사상 최초이며 종전 기록인 8강 진출조차도 이번 대회의 김은중호가 유일했다.

한국축구는 U-20 대회에서 2009년 이집트 대회부터 최근 7번의 본선 대회 중 6번의 16강 진출, 8강 이상 4회, 4강 이상 3회(준우승 1회 포함)라는 눈부신 성적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하게 아시아를 대표하여 U-20 대회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김은중호 이번 대회 8강전까지 3승 2무를 기록하며 4강에 오른 팀 중 유일한 무패팀이었다. 한국축구 대표팀이 세계 대회에서 5경기를 치를동안 무패를 세운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3승 2무, 승부차기 승리는 무승부 간주) 이후 21년 만이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릴만큼 저평가와 무관심을 극복하고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김은중호에는 4년 전의 이강인(마요르카)이나 6년 전의 이승우(수원FC)-백승호(전북)같은 슈퍼스타가 없었기에 주목도가 덜했다. 김은중호는 K리그에서도 주전급으로 뛰는 선수가 거의 없고, 심지어는 2부리그에서도 소속팀에서 한 경기도 뛰지못한 선수들도 있을 정도였다.

더구나 이 선수들이 한창 경험을 쌓아야할 시기에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의 영향 때문에 바로 전 연령대인 17세 이하의 세계대회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도 악재였다.

사령탑인 김은중 감독 역시 정식 감독경력이 U-20팀과 이번 월드컵이 첫 도전일 정도로 경험이 부족했다. 대표팀은 지난 3월 월드컵 티켓이 걸린 AFC U-20대회에서도 본선행에서는 성공했지만 아쉬운 경기력 끝에 4강에서 우즈벡에게 무릎을 꿇으며 기대감은 더욱 낮아졌다.

김은중호는 설움을 실력과 성과로 당당히 극복했다. 첫 경기부터 우승 경험이 있는 강호 프랑스를 2-1로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온두라스와의 2차전에서는 한때 2골차 열세를 뒤집고 극적인 무승부를 일궈내며 2경기 만에 조기 16강행을 확정했다. 감비아와의 최종전 무승부로 F조를 2위로 통과한 김은중호는, 16강에서는 4년 만에 다시 만난 에콰도르를 3-2로 제압했고, 8강에서는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꺾는 이변을 연출한 나이지리아마저 물리치며 돌풍을 일으켰다.

주장 이승원(강원)은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 최다인 5개의 공격포인트(1골 4도움)를 기록하며 '제2의 이강인'으로 떠올랐다. 이승원은 나이지리와의 8강전에서도 연장 전반 5분 코너킥 키커로 나서서 최석현(단국대)의 결승 골을 어시스트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019년 대회에서 골든볼을 수상했던 이강인(2골 4도움)의 벌써 같은 도움 숫자를 기록하며 공격포인트 1개 차이로 근접했다.

'골넣는 수비수' 최석현은 에콰도르와의 16강전에 이어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도 2경기 연속 결승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최석현은 본업인 수비에서도 프로필 기준 신장 178㎝이라는 단신 센터백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유망주들이 즐비한 강팀들과의 대결에서도 밀리지않고 있다. 온두라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 도중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장면을 제외하면 공수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K리그팀 울산현대 유스 소속으로 성장했지만 단국대 진학 이후 아직까지 프로 데뷔 기회도 잡지 못했던 최석현의 '인생역전급' 반란은 젊은 선수들에게 희망의 귀감이 되고 있다

김은중 감독의 뛰어난 지략과 실리축구도 돋보인다. 선수 시절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지만 대표팀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24년 전 선수로서 참가했던 1999년 U-20 월드컵(당시는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조별리그 탈락에 본인은 주전 공격수로 무득점에 그쳤던 아픔을 감독으로서 200% 만회하고 있다.

김은중호는 이번 대회에서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 전술로 이겨내고 있다. 조별리그 프랑스전, 에콰도르와 16강전 모두 점유율에서 크게 밀리면서도 승리를 따냈다. 나이지리아를 상대로도 슈팅 수 4-22로 절대 열세를 보였고, 유효 슈팅도 1-3이었지만 '단 한 번의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효율 축구의 정점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김은중호가 기록한 8골 중 절반인 4골이 세트피스였고 어시스트는 모두 이승원이 기록했다.

김은중호의 준결승 진출도 4강대진도 모두 완성됐다. 이스라엘-이탈리아-우루과이가 한국과 함께 4강에 올랐다. 한국은 9일(금) 오전 6시에 이탈리아와 격돌하고 우루과이는 이스라엘과 상대한다. 유럽 2팀, 남미와 아시아 1팀이 살아남았다.

독특한 부분은 이번 대회 4강 진출팀 모두 우승경험이 있는 국가가 전무하다는 것. 4년 전 폴란드 대회에서도 한국을 꺾은 우크라이나가 첫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과 에콰도르(3위)는 각각 자국의 최고성적을 경신했다. 4위를 차지했던 이탈리아는 2017년 대회에서 기록한 3위가 U-20 최고성적이었다.

한국과 우루과이는 결승까지는 올라본 경험이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대회에 U-20 월드컵 본선 첫 출전이지만 조별리그에서 일본, 16강에서는 우즈베키스탄, 8강에서는 5회 우승의 브라질까지 격침시키는 이변을 연출하며 4강에 올라왔다.

그동안 U-20 대회에서 우승한 국가는 총 12팀이었고 대륙별로는 남미(11회), 유럽(10회), 아프리카(1회)만이 우승을 경험했다. 남미와 유럽이 아닌 제3 대륙 팀이 우승한 사례는 2009년 이집트 대회의 가나가 유일하다. 특히 2013년 터키 대회부터는 최근 4회 연속(프랑스-세르비아-잉글랜드-우크라이나)으로 유럽팀이 우승했고, 모두 첫 우승팀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언더독 잔치가 된 이번 대회에서 어느 팀이 최종 우승하던 5회 연속으로 새로운 첫 우승팀이 탄생하게 된다. 그 가능성은 김은중호에게도 동일하다.

김은중호는 지난 대회에 이어 아시아 유일이자 최초의 우승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아무도 그들이 여기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김은중호는 '꿈은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이들에게만 현실이 된다'는 진리를 결과로서 증명하고 있다. 젊은 태극전사들의 도전은 여전히 계속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