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선교 전략가 폴 에쉴먼 별세… ‘예수’ 영화와 ‘FTT운동’으로 미전도종족에 다가가다

신상목 2023. 6. 5. 13: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제대학생선교회(CCC·현 CRU)의 ‘예수’ 영화 프로젝트 책임자이자 세계적 선교 전략가인 폴 에쉴먼이 지난달 24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그를 “20세기 최대 규모의 아웃리치 활동 중 하나를 조직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하나님이 그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적어도 한 번은 들을 수 있도록 조직한 전도 전략가”라고 평했다.

5일 CT에 따르면 에쉴먼은 ‘예수’ 영화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워너 브라더스사와 협력, 1979년 영화를 개봉한 이래 전 세계 20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보급했다. 에쉴먼은 한 번도 영화를 본 적이 없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오지 지역 주민을 비롯해 페루 키프로스 레바논 같은 국영 TV 방송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예수 영화가 상영되도록 했다. 예수 영화 관람객은 개봉 23년 만인 2002년 50억명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으며 영화를 통해 5억 명의 사람들이 예수를 구세주로 영접했다고 CRU 측은 전했다.

예수 영화는 국제 CCC 창설자인 빌 브라이트 박사가 예수님의 삶을 성경적으로 정확히 그린 영화를 통해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전 세계의 문맹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교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으로 탄생했다.

1970년대 중반 기독교 단체 및 일반 기관 등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지도자들과 학자 등 500명의 전문가들이 한 팀이 돼 예수님을 가장 정확하게 영화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후 1978년 600만 달러를 들여 예수 영화를 제작했고 그 비용은 주로 국제 CCC의 오랜 후원자들과 사업가들의 헌금으로 조성됐다.

영화의 주연은 영국의 연극배우 브라이언 디컨이 맡았다. 그의 예수님 연기는 뛰어나 청중들은 그의 마지막 대사가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를 보내곤 했다고 한다. 영화는 개봉되기도 전에 제작진들의 삶을 변화시키기도 했다. 개봉 전략 회의에 참석한 워너 브러더스의 한 중역은 이 영화를 보고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한다.

영화 '예수'의 한 장면으로 예수님이 요단강에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후 성령이 비둘기 같이 내려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영화는 누가복음을 토대로 제작됐다. 예수님의 삶을 영화로 제작한 것 가운데 가장 정확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평가들은 ‘벤허’나 ‘십계’처럼 유명 기독 영화는 아니라고 평했지만, 영화는 지역 교회와 단체, 기독교 학교에서 환영을 받았다.

영화는 더 광범위하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배급을 위해 에쉴먼에게 넘겨졌다. 그는 CCC 간사들과 함께 18개월간 영화를 21개 언어로 번역하고 전 세계 선교단체와 연결, 예수의 삶을 본 적이 없는 곳에서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첫 상영 중 10회는 인도에서 열렸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기 위해 3마일(4.8㎞) 이상 걸었다.

에쉴먼의 팀은 1985년까지 영화를 100개 이상의 다른 언어로 번역해 보급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로 더빙 과정을 단순화하고 가속화했으며 예수님을 에스토니아에서 에콰도르까지 배송했다. 영화는 어디에서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고 반응도 놀라웠다. CT는 “로마 군인들이 예수님을 채찍질할 때 어른들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뱀이 예수를 유혹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 실제로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는 당시 관객들의 반응을 전했다.

에쉴먼은 “태어나서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별빛 아래 통나무에 앉아 스크린에 비친 예수님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들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지역 주민들이 예수 영화를 보고 있다. CRU 홈페이지 캡처

에쉴먼팀은 2000년까지 예수 영화를 600개 언어로 번역했다. 기네스북은 예수 영화를 역사상 가장 많이 번역된 영화로 인정했다.

영화의 보급은 또 다른 세계 선교 전략과 만났다. 2000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는 빌리 그레이엄 전도 대회가 열렸고 당시 선교 단체 지도자들은 “세계 복음화 성취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물으며 토의했다.

그중 71번 테이블에는 CCC와 국제예수전도단(YWAM), 위클리프, 예수 영화, 미국남침례교 선교부(IMB) 관계자가 있었는데 이들은 미전도종족 개척 선교를 위해 조건 없이 협력하고 전략적으로 동역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그 후 ‘테이블 71’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4차례씩 만나 사역을 점검하고 미전도종족 선교를 계획했다. 이후 2004년 ‘남은 과업 성취 운동’(FTT·Finishing The Task)이란 이름으로 본격적인 선교운동을 시작했다.

에쉴먼은 “우리의 목표는 세상 모든 사람이 적어도 한 번은 예수님이 그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들을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쉴먼 팀은 전 세계 미전도종족을 추적 조사해 통계를 발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선교단체들은 복음전도와 선교를 집중했다. 예수 영화 역시 이 같은 전략에 따라 보급됐다. FTT에 따르면 지난 2017년까지 전 세계 2000개의 새로운 종족 그룹에 선교사가 접촉했으며 10만1000개의 교회가 개척됐다.

에쉴먼은 1966년 CCC에 가입, 위스콘신대에 진학했다. 당시 미국 대학들은 반전 시위에 많이 참여했다. 에쉴먼은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복음 전도를 위한) 사역에 훌륭한 환경’이라고 인식해, 1년간 72개의 전도 모임을 조직했다. 그는 “모든 혼돈의 한가운데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리스도께 나아왔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브라이트 박사가 구상한 대규모 청소년 집회인 ‘엑스플로’ 준비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해 72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대회를 위해 65개의 지역 호텔 객실을 예약했으며 3시간 동안 음악과 설교가 텔레비전으로 전국에 방송되도록 주선했다. 행사에는 대학생 3만명과 고등학생 3만5000명 등 7만 5000명의 젊은이들이 참석했고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이 전해졌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