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보희, 평온한 일상 풍경으로 '낙원'을 보여주네
반려견 '레오' 연작 등 17점
제주도 작업실 정원과 바다
친밀하고 평화로운 풍경
"레오!" 방금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부른 것 같다. 야자수 나무가 울창한 정원으로 나가는 길에 앉아 있던 검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레오가 고개를 돌려 화면 밖을 쳐다보고 있다. 야자수 등 초록 정원을 배경으로 한 레오의 표정에 평온함과 느긋함이 묻어 있다.
2020년 서울 삼청동 금호미술관에서 4개 층에 걸쳐 대규모 개인전을 열며 큰 인기를 끌었던 김보희(71) 작가가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개인전 ‘Towards’를 열고 있다. 3년 전 팬데믹 시기에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에게 푸른 자연과 평온한 일상이 담긴 화폭으로 위안을 주었던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번에도 전시장엔 제주도 자택의 정원과 서귀포 바다, 작가의 반려견 레오 등 친근한 풍경을 주제로 한 신작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의 반려견을 주인공으로 한 4점의 '레오' 연작이다. 작업실이 있는 자택 정원에서 다양한 포즈로 쉬고 있는 레오의 모습이 4개의 캔버스에 나뉘어 담겼다.
그림 속 레오는 혼자가 아니다. 10년 넘게 함께 살아온 가족이 가까이에 있고, 바다가 멀리 보이고, 풀과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한가운데서 쉬고 있다. 파란 하늘 반, 초록 식물 반으로 균형 잡힌 구도, 동양화 채색 기법으로 캔버스에 부드럽게 번져 있는 생명의 기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풍요'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식물, 정원, 바다 등 작가가 주변에서 영감을 얻어 재구성한 이상향, 낙원의 모습이다. 그림 하나하나가 보통 사람들이 품고 있는 평온한 일상에 대한 열망을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자연, 구상과 추상 사이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사람들은 제 바다 그림을 보고 추상화 같다고 하는데, 자연을 그린 것뿐"이라며 "갈수록 바다 그림에는 하늘과 바다가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엔 'Towards’ 연작 12점과 ‘레오’ 연작 외에 작업의 새로운 변화를 암시하는 신작 'Beyond'도 눈에 띈다. 초저녁 산방산 봉수대에 떠오른 노란빛 보름달을 담은 그림이다. "작업실 부근을 산책하며 늘 내가 경이롭게 보아온 것들을 그려왔다"는 작가는 "이 보름달도 그런 내 생활의 한 조각이다. 앞으로 달 그림을 더 많이, 더 크게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제 감정에 충실할 것"
작가는 "이 모든 일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제 감정에 충실히 작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최선을 다해 표현하는 것이 보답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1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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