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구멍난 필수의료, 갈길 먼 비대면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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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야간과 휴일에도 운영하던 서울 소화아동병원이 지난 주말부터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공휴일 진료를 중단했다.
필수의료과 인력 부족 문제에서 출발한 의대 증원 문제, 지방의료·응급의료 시스템 붕괴, 소아청소년과 대란, 간호법 제정과 진료보조인력(PA) 합법화 논란, 비대면 진료 제도화까지. 그 사이 고열로 시달리던 5세 아이가 입원 병상이 없어 집으로 돌아갔다 사망했고, 추락사고로 크게 다친 10대가 병원을 전전하다 구급차 안에서 숨지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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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다툼에 의료정책 지지부진
국민 건강 위한 결단 시급한 때
평일 야간과 휴일에도 운영하던 서울 소화아동병원이 지난 주말부터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공휴일 진료를 중단했다. 최근 의사 한 명이 퇴사하면서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인근 용산과 마포, 서대문구 등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선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어느 병원을 가야 하나’는 걱정이 쏟아졌다. 인터넷 맘카페에선 동네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열지 않는 날 고열이 나면 어느 종합병원 응급실이 어린아이를 받아주는지, 여의치 않으면 강남까지 건너가야 하는지 정보를 나누느라 이런저런 경험담이 오갔다. 그리고 수십 여개 댓글들의 결론은 ‘아픈 아이 받아주는 병원도 없는데 무슨 출산을 장려하냐’ ‘서울 한복판 어린이병원 현실이 이럴진대 지방은 오죽하겠냐’는 한탄과 한숨으로 이어졌다.
소화아동병원이 휴일 진료를 중단하면서 서울에서 평일 늦은 시간대나 공휴일에 소아 경증환자가 응급실 대신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은 4곳에서 3곳으로 줄었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달빛어린이병원은 이제 37곳에 불과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소아 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소아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달빛어린이병원을 전국 100곳으로 늘리고 달빛어린이병원의 수가 개선과 야간·휴일 진료 운영비 지원 추진 등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 역시 시범사업으로 이어가게 됐지만,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있으나 마나다. 18세 미만 소아청소년과 환자의 경우 야간·휴일에 한해 초진 상담은 허용했지만 정작 약 처방은 금지됐기 때문이다. 약이 필요할 정도로 아프니 병원을 찾고, 문 연 병원이 없으니 비대면 진료라도 받겠다는 건데, 상담만 가능하고 약 처방은 못 받는다면 무슨 소용일까? 더군다나 일반 대면 진료보다 더 비싼, 30%의 추가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의료계에선 영상통화 화면만으론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어렵다며 “비대면 진료로 환자가 얻는 이익보다 오진 피해가 더 막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던 코로나19 ‘심각’ 단계 기간 비대면 진료 3786만건 중 오진 사고는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대를 맞았지만, 우리 의료 현장은 곪을 대로 곪은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지경이 됐다. 필수의료과 인력 부족 문제에서 출발한 의대 증원 문제, 지방의료·응급의료 시스템 붕괴, 소아청소년과 대란, 간호법 제정과 진료보조인력(PA) 합법화 논란, 비대면 진료 제도화까지…. 그 사이 고열로 시달리던 5세 아이가 입원 병상이 없어 집으로 돌아갔다 사망했고, 추락사고로 크게 다친 10대가 병원을 전전하다 구급차 안에서 숨지는 일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우리 사회가 의료진에게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거나, 건강보험 재정과 상관없이 과감한 수가 인상을 결정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의료강국이라 자부하던 우리나라에서 국민 상당수가 의사를 기득권 집단으로 여기고,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이 제때 진료받지 못하는 현실은 그간 의료정책의 방향이 잘못됐고 정부의 역할이 부족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모든 혼란과 갈등을 일시에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이제는 신속하고도 확실한 해결 방안을 찾아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 이미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기 시작했는데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조인경 산업부문 조사팀 차장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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