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365]"삶의 질 떨어뜨리는 당뇨병 신장질환, 기전적으로 접근하는 획기적 신약 나왔다"

한희준 기자 2023. 6. 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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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원규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당뇨병 환자는 여러 합병증을 조심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신장질환은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리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기관인데요. 당뇨병 탓에 혈당이 높아지면 미세한 혈관 덩어리인 신장이 손상되면서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갑니다. 신장질환이 진행되면 점점 더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고,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집니다. 당뇨병을 앓은 지 10여 년이 넘으면, 생활습관을 바꿔 혈압과 혈당을 잘 관리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을 만나 당뇨병 환자의 신장질환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사진=헬스조선DB
-당뇨병 신장질환, 얼마나 문제인가요?
“미국신장환자등록시스템의 2022년도 리포트를 보면,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발병률 변화가 지난 10년간 한국이 가장 컸습니다. 서구화된 생활습관 및 고령화로 앞으로도 당뇨병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신장질환 환자도 늘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022년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약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으로 진단받았습니다. 당뇨병 신장질환은 당뇨병의 미세혈관 합병증 가운데 가장 흔한 질환입니다. 실제로 2형 당뇨병 환자의 40% 이상이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하고 있고, 국내 말기신부전 환자의 50%가량이 원인질환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유독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증가 속도가 빠른 이유는?
“우리나라는 유독 특정 식품을 섭취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환자들이 조심해야 할 건 식품입니다.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무분별하게 주치의와 상의 없이 섭취하다 보면 순식간에 신장이 망가집니다. 진료하는 환자들 중 혈당을 비롯한 여러 수치가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다가 갑자기 신장 기능이 뚝 떨어지는 이들이 있는데,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특정 식품을 달여 먹거나 가루를 내 먹은 게 신장에 무리를 준 케이스입니다. 당뇨병은 그 자체로 신장질환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당뇨병 환자는 신장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죠. 제발 ‘혈당 관리에 탁월하다’고 잘못 알려진 식품을 찾지 마세요. 혈당 조절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당뇨병 환자가 그런 식품을 무분별하게 먹다간 신장이 망가지는 지름길이라는 걸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만약 당뇨병 환자에게 신장질환이 발생하면, 예후는 어떤가요?
“당뇨병은 만성 신장질환을 일으키는 여러 원인 질환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신장 기능을 악화시킵니다. 당뇨병 발병 후 15년 정도가 되면 신장의 여과 기능이 매우 떨어져, 소변으로 단백질까지 빠져나가고, 더욱 진행되면 노폐물이 배설되지 않는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해 몸속에 노폐물이 계속 쌓이고, 투석이나 이식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상황이 됩니다. 부종, 빈혈, 소변량 감소 등의 증상은 이러한 신장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환자가 알아채기는 쉽지 않습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심장도 함께 망가집니다. 그래서 신장질환을 억제하고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을 방지하는 게 당뇨병 치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투석이나 이식으로 이어지면, 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만성 신장질환은 1인당 의료비 단일 상병 1위인 질환입니다. 특히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을 받으면 연평균 진료비는 3013.6만원에 이릅니다(2019년 기준). 이는 신장질환이 없는 환자 의료비의 10배 이상이며, 고혈압 의료비 대비 혈액투석은 87배, 복막투석은 65배가량 높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말기 신부전 환자의 의료비용이 전체 국가 의료비용의 3.2~4.1%를 차지합니다.

의료비뿐 아니라 삶의 질 측면에서도 문제입니다.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다른 원인질환 환자에 비해 신체기능, 신체역할, 통증, 정신건강 등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해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져 혈액투석을 하는 환자의 경우 1주일에 세 번 병원을 방문해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습니다. 따라서 초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말기 신부전으로 가는 시간을 지연하거나,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만성 신장질환을 진단받은 당뇨병 환자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간 당뇨병 신장질환 치료제가 없어 고혈압 및 당뇨병 치료제 가운데 신장 보호 효과가 있는 약을 사용해 간접적으로 치료해왔습니다. 혈당, 혈압 등을 조절하면서 최대한 신장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죠. 당뇨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의 신장 보호 기능이 확인돼 최근에는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나, 고령층에서 빈뇨나 생식기 감염 등의 불편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뇨병 신장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다행히도 최근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막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등장했습니다. 이에 전 세계 많은 의료진들이 이 새로운 치료제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입니다. 피네레논이라는 성분의 약인데요. 이 약은 두 개의 대규모 연구와 한 개의 메타분석 연구에서 만성 신장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고 심혈관질환 사건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eGFR의 40% 이상 지속적 감소 효과를 냈으며, 신장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이 위약 대비 낮았습니다. 만성 신장질환 1~2기 환자가 포함된 연구에서도 심혈관 복합 평가 변수에서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이 신약이 지난해 국내 허가를 받았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의료진은 피네레논을 ‘획기적인 신약’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기존 치료제와는 달리,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하는 기전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실 당뇨병 신장질환 치료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치료제가 제한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2형 당뇨병에서 만성 신장질환으로 진행되는 원인에는 혈역학적 변화, 대사적 이상, 염증, 섬유화 등이 있는데 기존 약제는 혈역학적 변화나 대사적 이상을 타겟으로 하는 치료제였습니다. 염증 및 섬유화를 타겟으로 하는 치료제는 전무한 상황이었죠. 피네레논은 최초의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비스테로이드성 선택적 길항제로 신장 및 심장 등에서 일어나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과활성화를 막아 직접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합니다.

두 번째는 처음부터 기전적으로 신장질환 진행 억제 효과를 밝혔다는 점입니다. 당뇨약인 SGLT-2 억제제는 사용해보니 신장 보호 효과가 확인돼 신장질환 치료에 쓰이고는 있지만, 기전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작용으로 효과가 나타나는지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피네레논은 시작부터 기전적으로 접근해 이론을 확립하고, 임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고 과학적인 당뇨병 신장질환 치료제라 볼 수 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2023 진료지침에서도 피네레논이 새롭게 권고됐다.
“맞습니다. ‘알부민뇨가 있고 추정사구체여과율이 감소돼 있으며 혈중 칼륨이 정상인 2형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 신장질환의 진행 억제를 위해 심혈관 및 신장 이익이 입증된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억제제(피네레논)를 고려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미국에서는 2021년 7월 허가돼 쓰이고 있으며, 미국당뇨병학회와 미국임상내분비학회에서도 이미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에서 피네레논의 신장 및 심혈관계 질환 혜택을 근거로 가이드라인에 권고 대상으로 포함시켰습니다.

현재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돌파한 상황이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피네레논의 등장으로 진료 현장에서 기존 치료제로 충족되지 못한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국내 허가 받은 지 1년이 흘렀지만 보험 급여 전이라서 아직 현장에서 처방은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환자들이 먼저 알고 물어볼 때가 많은데, 이때마다 ‘더 기다려야 된다’는 답변을 드리다 보니 안타깝기도 합니다. 빨리 현장에서 쓸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장 질환을 막기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뇨병 환자들은 식이 관리, 운동, 약물치료 이 세 가지를 꼭 실천해야 합니다. 이 중에서도 앞서 말씀드렸듯 주치의와 상의 없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무분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신장 기능 저하가 시작된 환자들이라면, 최대한 진행을 억제해서 말기 신부전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주치의와 식단, 운동, 약물 등을 상의해 철저히 지키셔야 합니다. 이제 신장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이 나온 만큼,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말기 신부전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신장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신장질환은 비가역적인 질환으로,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석하거나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신약의 빠른 급여를 통해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상황으로 가는 환자들을 줄이는 게 환자 개개인뿐 아니라 국가의 입장에서도 사회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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