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근 구멍 통해 장이 탈출하는 병… 수술 까다로워"

이금숙 기자 2023. 6. 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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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탈장 명의'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
 
장(腸)이 뱃속 제자리를 벗어나 튀어나오는 탈장은 전 인구의 3~4%에서 생길 만큼 흔하다. 선천적으로 남자에게 10배 정도 많이 생긴다. 배를 둘러 싸고 있는 복근이 약해지는 노인에게도 잘 발생한다. 배 근육이 장기 주변을 잘 받쳐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장기가 뱃속의 제자리를 벗어나 돌출되는 탈장이 나타난다. 탈장은 결국 수술 밖에는 치료법이 없지만, 이렇다 할 '똑똑한' 수술법이 없었다. 벌어진 구멍을 그냥 꿰매면 재발 위험이, 플라스틱 망을 덧대어 꿰매면 염증 등 후유증 위험을 안고 있다. 그래서 '탈장 수술은 최대한 미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탈장으로 장에 피가 안돌면 장이 썩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탈장으로 진단됐다면 수술은 빨리 해야 한다.

외과전문병원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은 국내에서 탈장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다. 수술 실력은 해외에도 알려져 지금까지 38개국에서 환자가 찾아와 수술을 받았다. 재발과 후유증 없는 탈장 수술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강리페어 탈장 수술’은 그런 노력의 성과다. 강윤식 원장을 만나 탈장과 탈장 수술에 대해 들었다.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탈장, 어떻게 알아차리나? 
탈장은 복근의 구멍을 통해 장이 탈출하는 것을 말한다. 장이 지방층과 피부까지 뚫을 수 없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살 밑이 볼록하게 솟아오른 것처럼 보인다. 볼록 올라왔다가도 자리에 누우면 솟아올랐던 부분이 다시 없어진다. 솟아오른 부위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이유는 장 자체 무게 때문에 구멍을 통해 장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탈장은 얼마나 자주 생기며, 고위험군은 누구인가?
탈장은 전 인구의 3~4%에서 생긴다. 서양인의 경우는 탈장이 전 인구의15%까지도 생긴다. 탈장 중에서도 서혜부 탈장이 70~80%로 가장 흔하다. 서혜부는 사타구니 바로 위쪽에 있는 팬티라인 부위를 말한다. 탈장은 영유아기, 노년기에 잘 생긴다. 남자는 선천적으로 태아기 때 고환이 서혜부를 뚫고 음낭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고환이 내려간 뒤 서혜부 근육의 틈이 완벽하게 밀착되지 않으면 그 사이로 장이 빠지는 탈장이 나타난다. 남성이 여성보다 10배나 환자가 많은 이유는 이런 신체 구조적인 데 있다.

후천적으로도 생기는데, 근육이 약한 사람들이 고위험군이다.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는 건강 상태가 안 좋아 근육이 약해져 탈장 고위험군이라 할 수 있다. 탈장은 가족력이 있어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 등이 모두 탈장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가족 중에 탈장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갑자기 체중이 빠지는 경우 근육도 같이 빠져서 탈장이 생길 수 있다.

-탈장 종류는?
서혜부 탈장이 70~80%를 차지한다. 허벅지쪽의 대퇴부 탈장, 배꼽 탈장도 있다. 과거 수술 했던 이력이 있는 경우에도 상처 부위를 뚫고 탈장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반흔 탈장이라고 한다. 특히 복강경 수술을 한 경우 복강경 투관침을 삽입했던 자리에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면서 탈장이 생길 수 있다. 

서혜부 탈장/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탈장이 위험한 환경은?
근육이 약한 사람이 복압이 자꾸 올라가는 환경(비만, 변비, 심한 만성기침, 무거운 것을 많이 드는 행동 등)에 노출되면 약한 부위의 근육이 벌어지면서 탈장이 생길 수 있다.

-탈장은 통증이 있나? 병원에 가야할 때는?
통증이 있는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다. 항상 나타나는 증상은 피부가 볼록해진다는 것이다. 장이 밀고 나오다 보니 살 밑이 볼록하게 주먹만 하게 혹은 아기 머리만 하게 올라온다. 그러다 누우면 장이 들어간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얼른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통증이 없을 때도 병원에 가야 한다. 통증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안된다. 장이 근육 틈에서 걸리면 장에 혈액이 안통하면서 괴사(감돈과 교액)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심한 통증이 생긴다. 통증이 미세하거나 뜨끔뜨끔한 느낌이 들 때도 꼭 병원에 가봐야 한다.

-병원에 가면 무엇을 하나?
일단 진찰을 한다. 살이 작게 튀어 나온 경우에는 애매한데, 초음파 검사로 확진을 한다. 누워서 하면 탈장 현상이 잘 안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서서 초음파를 한다. CT로 확진하는 경우도 있는데, CT는 누워서 찍어야 해서 진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방사선 피폭 부담도 있다.

-탈장은 꼭 치료를 해야 하나?
그렇다. 꼭 치료해야 한다. 합병증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갑자기 장이 근육 사이에 끼는 감돈 상태가 돼 빠른 처치를 하지 못하면 장이 썩는 상태까지 갈 수 있다. 이 때는 장을 잘라야 한다. 탈장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장이 고환에 인접해 장의 체온(36.5도)이 고환에 전달, 고환이 약해질 수 있다. 고환은 체온보다 시원한 상태여야 정자가 건강한 데, 온도가 높아져 자칫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탈장 치료는 보통 어떻게 이뤄지나?
수술 외엔 방법이 없다. 장이 나온 부위를 누르는 탈장대를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탈장대를 잘못 착용했다가 장이 눌릴 수도 있다. 근육에 생긴 구멍을 막아야 치료가 된다.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

-탈장에는 어떤 수술법들이 있나?
탈장 수술은 근육의 틈을 막아주는 것이 목적이다. 수술 재료인 플라스틱 망을 이용하는 수술(인공망 수술)과 이용하지 않는 수술(무인공망 수술)로 크게 나뉜다. 탈장 구멍에 망을 대서 봉합하는 수술이 '인공망 탈장 수술'이고, 망 없이 하는 봉합하는 수술이 '무(無)인공망 탈장 수술'이다. 탈장 구멍에 접근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수술법이 나뉜다. 복강경으로 접근하는 수술과 절개로 하는 수술이 있다. 성인 탈장 수술의 경우는 복강경 인공망 수술을 많이 하고 소아의 경우는 복강경, 절개 수술을 반반씩 하고 인공망을 안 쓰는 수술을 많이 한다.

-2001년, 국내 최초 인공망 탈장 수술 센터 개설했다?
인공망 탈장 수술은 1990년 전후로 시작이 됐다. 국내에서는 2001년 최초로 적용됐다. 인공망 수술 전에는 모두 인공망을 사용하지 않고 봉합하는 무인공망 수술을 해왔다. 그런데 무인공망 수술의 재발률이 20~30%에 달했다. 틈을 메우기 위해 조직을 당겨서 꿰매다 보니 장력이 생기고 다시 터지면서 재발을 한 것이다. 장력이 안생기게 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에서 플라스틱(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인공망을 구멍에 덧대어 꿰매는 인공망 수술을 했다. 당시 인공망 탈장 수술은 획기적이었기 때문에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공망 탈장 수술 센터를 국내 처음으로 만들고 적극적으로 수술을 했다.

-그런데 인공망 탈장 수술을 지금은 하지 않고, 새롭게 무인공망 탈장 수술을 하고 있다?
인공망 탈장 수술이 재발률은 확실히 적었지만 후유증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분해가 안되는 플라스틱에 근육이 들러붙고 신경이 끼어들어가는 등 조직들이 엉겨 붙어 만성통증을 유발했다. 인공망 수술 환자의 6분의 1 정도가 통증으로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 인공망이 균에 오염되면 상처가 곪을 수도 있고, 인공망에 쓸려서 장이나 방광에 천공이 생길 수도 있다. 재발도 무인공망 수술(20~30% 재발률)만큼은 아니지만 10%로 꽤 흔하게 발생했다. 의료 현장에서 자잘한 합병증이 있다는 것을 체감할 때쯤 영국 BBC 등의 방송에서 인공망 탈장 수술 합병증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을 봤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2년 어느 대학병원 교수에게 인공망 수술을 했는데,  그 교수가 수술 후 심한 통증을 호소했던 것이었다. 결국 인공망 제거 수술을 했는데, 통증이 좋아진 걸 보고 더이상 인공망 탈장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새로 개발한 '무인공망 탈장 수술 '강리페어'란?
내가 개발한 무인공망 탈장 수술 '강리페어'는 지금까지 술기만 50여 차례 변경해왔다. 20~30%나 되는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도전이었다. 무인공망은 수술 때 조직을 당겨서 꿰매니깐 장력이 심해 터져서 재발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다른 수술도 꿰매는 과정에서 장력이 발생하는데 이 정도로 재발이 잦진 않다. 무언가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가장 흔한 서혜부 탈장의 경우 ‘간접 서혜부 탈장’과 ‘직접 서혜부 탈장’으로 나뉜다. 간접 서혜부 탈장은 고환이 나왔던 틈이 다시 벌어져 장이 빠져나오는 것이고, 직접 서혜부 탈장은 다른 곳보다 근육이 한겹 적어 탈장이 생기는 것이다. 이 둘은 탈장이 생기는 부위가 다른데, 수술할 때는 광범위하게 다 꿰맸다. 필요없는 수술을 해왔고 이 것이 재발을 높이는 한 이유였다. 새롭게 개발된 강리페어 탈장 수술의 핵심은 문제가 있는 부위만 수술을 한다. 수술 범위가 최소한으로 줄고 수술 시간(20분)이 짧아졌으며 고통과 후유증이 줄었다. 3~4cm 상처로 벌어진 근육 틈을 직접 봉합하는 등 수술이 작아지면서 국소마취만 해도 된다.

-수술법이 언제 완성되나?
99%는 완성됐다. 수술법이 한번에 '짠'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인공망 탈장 수술을 개발한 미국 의사 리히틴슈타인은 1963년부터 인공망 수술을 시작해 24년간 조금씩 교정해 가면서 데이터를 모았다. 수술법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수술법 완성이 거의 다 되어가므로 수술 데이터를 조만간 공개해 표준 치료로 자리잡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기쁨병원에서는 모두 강리페어 수술을 하나?
그렇다. 우리병원 탈장 수술팀의 5명 외과의사가 한해 평균 강리페어 수술을 2200~2300건 하고 있다. 현재까지 재발이 300명 당 1명 꼴로 적다. 기쁨병원은 탈장 수술 건수로 국내 1위다. 세계에서는 2위다.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강윤식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외과클리닉 대표원장, 대항병원 대표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기쁨병원 원장이자 강탈장연구소장이다.무인공망 서혜부 탈장 수술법인 강리페어 수술법을 개발했으며, 전세계 인공망 탈장 수술 환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HerniaTalk)에서는 'Great Kang'으로 유명하다. 강리페어(Kang repair) 탈장 수술에 대해 궁금해하는 해외 환자와 전문가들이 많은데, 몇번 답변을 해줬더니 유명인사가 됐다고 한다. 성인 환자의 탈장 수술을 많이 하는 편이며, 최고령 수술 환자의 나이가 무려 103세이다. 최근에는 대장내시경 전 장청소를 위해 마시는 장정결제 ‘원프렙’을 개발했다. 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 대한외과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한미참의료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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