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오래 먹으면 유방암 걸린다고요? [그랬구나]

박선혜 2023. 6. 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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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일상 속 궁금증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피임약 복용해? 그 약 오래 먹으면 안 좋다던데.” 부모나 주변 지인들로부터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 생리를 멈추고 싶거나 임신을 막기 위해, 혹은 정상적인 생리 주기를 만들기 위해 복용하는 경구 피임약. 이 약은 오랜 기간 복용할 경우 ‘살이 찐다’, ‘난임을 일으킨다’, ‘유방암이 걸릴 수 있다’ 등 무서운 ‘부작용 괴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경구 피임약, 정말 위험한 약인 걸까. 

건강한 피임약 복용,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쿠키뉴스가 산부인과 전문의들에게 물어봤다. 이다용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산부인과 교수, 정수영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도움을 줬다.

Q. 경구 피임약은 오랜 기간 복용할 경우 여러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이다용 교수= 경구 피임약의 발전은 피임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에스트로겐 용량을 낮추고, 프로게스틴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1, 2, 3세대를 거쳐 지금 나오는 4세대 경구 피임약은 수분 증가에 의한 부종이나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을 줄인 제제인데요. 난임은 물론 각종 암과의 상관관계도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의 발생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의 발생 확률을 미세하게 높이기는 하지만 해당 암종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예방과 조기 발견이 가능해요.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임약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큽니다. 주기적인 검진을 하면서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시면 됩니다.

정수영 교수= 떠도는 얘기처럼 장기간 복용한다고 해서 난임이 생기지 않습니다. 가임 능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아요. 체중 변화도 거의 없지만 설령 생긴다하더라도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다만 유방암과의 연관성은 떨어뜨릴 수 없어요. 경구 피임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1년마다 유방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장합니다. 더불어 경구 피임제에 들어있는 에스트로겐 성분이 혈전을 일으킬 수 있지만, 발생 위험도가 가장 높은 때는 복용 이후 첫 1년간입니다. 따라서 혈관질환이 있거나 관련 가족력이 있는 경우, 또 당뇨가 있다면 경구 피임약 복용은 권하지 않아요. 

Q. 그렇다면 경구 피임약도 몇 년은 복용하고, 몇 년은 쉬는 ‘휴지기’가 필요한가요?

이다용·정수영 교수= 피임약은 단지 피임을 위한 목적뿐 아니라 월경 주기를 조절하고 월경통, 월경과다, 월경 동반 증상 등을 완화할 때도 씁니다. 자궁내막증이나 자궁선근증 치료 과정에서도 유용한 약제로, 장기간 복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금기 사항에 해당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휴지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Q. 경구 피임약을 안전하게 복용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수영 교수= 경구 피임제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복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주기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 흔히 부정 출혈이 발생하고 피임 확률도 낮아지게 됩니다. 또한 피임제 복용과 함께 흡연을 하면 심근경색 위험도가 높아져요. 따라서 반드시 금연이 필요하고, 35세 이상 흡연 여성은 경구 피임약을 절대 복용하면 안 됩니다. 

이다용 교수= 호르몬제가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간질환이 있는 여성은 복용을 금합니다. 또 금기 사항은 아니지만 음주는 간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약 복용 중에는 절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생리를 미루기 위해 피임약을 복용했는데 생리가 시작되는 경우가 있어요. 왜 그런 거죠?

정수영 교수=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리를 미루려고 피임약을 복용했지만 생리가 시작된 경우 가장 많은 원인은 복용 시기가 맞지 않은 겁니다. 월경 예정일에 앞서 최소 일주일 전 복용하기 시작해야 하며 복용을 쉬지 않아야 생리 미루는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어요. 

Q. 경구제, 콘돔, 자궁루프, 피하이식장치 등 다양한 피임 방법들이 있는데요. 피임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이다용 교수= 요즘 게임에서 티어(TIER)를 언급하듯 피임 방법 간에도 티어, 즉 순위가 존재합니다. 그럼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1년간 피임 방법을 정확히 실행했을 때 100명당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사례, 즉 피임에 실패한 경우를 통해 효과 정도를 구분하게 됩니다. ‘티어1’ 피임법은 1명 미만이 피임에 실패하는 방법입니다. 자궁내장치, 피하이식장치, 정관·난관 결찰술이 이에 속합니다. ‘티어2’ 피임법은 4~7명이 피임에 실패하는 방법으로 경구 피임약, 피하주사제 등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여성·남성 콘돔은 13명 정도가 피임이 안 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효과와 편의성, 부작용 등을 참고해 적합한 피임 방법을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Q. 여전히 피임약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건강한 피임 생활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다용 교수= 피임은 고대 문헌에도 기록돼 있을 만큼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1960년 미국에서 첫 시판 허가된 피임약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고는 합니다. 여성이 스스로 삶을 계획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에 진출하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했기 때문이죠. 초기 피임약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연구가 진행돼 왔습니다. 꾸준히 진보를 거듭했고, 현재의 피임약들은 쉽고 저렴하게 접할 수 있어요. 몇 가지 유의사항만 주의한다면 안전한 사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앞서 설명 드린 피임 방법 간 특성이나 유의 사항을 숙지한다면 피임약은 여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정수영 교수= 경구 피임약은 하루 한 알 복용으로 높은 피임 확률을 갖는 효과적인 약제입니다. 장기 복용 시 여성의 생식 능력이 떨어지면서 난임이나 기형 등이 발생할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경구 피임약의 반감기 자체가 짧아서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금연의 중요성입니다. 최근 여성 흡연율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경구 피임제는 흡연자의 혈전 가능성을 매우 높일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의를 당부 드립니다. 혈전, 유방 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복용하시면서 불편한 증상이 생긴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최고의 발명품 ‘경구 피임약’, 복용법만 잘 지킨다면 장기간 복용해도 부작용 걱정은 없다. 다만 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하는 경우 꼭 상담을 갖고 복용하도록 하자. 건강도 피임도 스스로 얼마나 확인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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