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조용한' 야생마 … 벤츠 AMG, 전기차까지 잘하면 반칙인데?

편은지 2023. 6.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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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AMG스피드웨이 서킷 달려보니
내연기관 AMG는 땅에 붙고, EQ AMG는 하늘 난다
사자 울음소리 없어도 OK … "AMG는 AMG네"
AMG EQE가 서킷 위를 달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으아악!"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차 EQE에 'AMG' 딱지를 붙였더니 고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전기차 시대에 고성능 차는 내연기관만큼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시간을 저항없이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2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3 미디어 AMG EQ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벤츠가 지난해와 올해 출시한 EQE·EQS 전기차 2종의 AMG모델과 내연기관 모델인 AMG GT 2도어 V8 트윈터보(이하 AMG GT)를 타고 서킷을 달려봤다. 서킷은 총 4km 정도의 고속주행, 급회전 코스로 이뤄져 벤츠 AMG 모델들의 가속, 감속 성능을 느끼기 충분했다. 특히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AMG 모델을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난 만큼 차이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AMG GTⓒ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가장 처음 시승한 모델은 벤츠 AMG의 상징적인 모델 중 하나인 AMG GT다. AMG GT는 2009년 SLS AMG에 이어 벤츠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두번째 스포츠카로, 벤츠 AMG의 본질과 가치를 가장 잘 담아낸 상징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명성 높은 모델 답게 차에 올라 시동을 걸 때부터 AMG GT는 잔뜩 화가 난 채 크르릉거렸다.


이게 바로 고성능 내연기관 차를 타는 맛이구나. 차가 잔뜩 막히는 강남 한복판에서 들었던 엔진 소리는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시끄러웠던 것 같은데, 직접 운전석에 앉아보니 어깨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따가운 시선마저 즐겼을 그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는 순간이다.


AMG GT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자 AMG GT는 있는 힘껏 사자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노면과 차가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듯한 느낌이 온몸으로 체감된다. 코너에 진입할 때는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안쪽을 파고들고, 험난한 가혹 주행에도 흔들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고속 주행 코스에서는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자 침이 꿀꺽 삼켜질 정도로 아찔하게 속도를 올려냈다. 밟는 만큼 커지는 엔진 소리는 운전자의 만족도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소다. 달릴 곳 없는 좁은 한국 땅덩이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체감되는 순간이다. '역시는 역시'다.


짜릿했던 AMG GT의 시승을 마치고 AMG EQE에 오르자 아쉬운 마음이 샘솟았다. 시동을 걸자마자 크르릉대는 맹수의 포효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AMG EQE에서는 시동이 걸린지도 모를 정도로 적막만 흘렀다.


AMG EQE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하지만 이런 생각은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깨끗이 사라졌다. 먹이를 발견하고 숨죽이고 다가오는 맹수처럼 조용함 속에 숨겨진 EQE AMG의 성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AMG GT가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달리는 것 같았다면, AMG EQE는 하늘을 나는 듯 했다.


고속 주행 코스에선 안 그래도 밟는대로 쭉쭉 잘나가는 전기차 특성에 AMG만의 고성능 기술이 합쳐지면서 내연기관보다 더 부드럽고 매끈하게, 하지만 더 빠르게 속도를 올려냈다. AMG EQE는 벤츠의 모든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빠른 모델로,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올리는데 고작 3.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특히 벤츠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어센틱' 사운드는 내연기관의 사자울음과 달리 우주선을 타고 있는 듯한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속도를 높일 수록 사운드도 더 커지게 설정돼있는데, 날 것 그대로의 엔진소리와는 또 다른 벤츠 전기차만의 매력 포인트다.


다만 내연기관처럼 단계적으로 속도를 올리지 않고 순식간에 속도를 높이고 줄여내다 보니 다소 메스꺼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200km에 달하는 속도를 회전 구간에 앞서 급감속하자 회생 제동이 더해지면서 전기차 특유의 울컥임이 느껴졌다. 다만, 이 정도의 속도는 써킷에서나 느낄 수 있단 점을 감안하면 도심주행에선 문제 삼지 않아도 될 부분인 듯하다.


AMG EQS 중앙 디스플레이. 차량 무게 중심을 보여주는 화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AMG EQE가 빠른 속도로 날뛰는 어린 치타 같았다면, AMG EQS는 한층 점잖은 엄마 치타 같은 주행감이 느껴졌다. 두 모델 모두 전기차인 만큼 주행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EQS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 짙다. AMG EQE보다 차체가 큰 만큼 배터리가 더 탑재돼 차량 무게가 늘어난 영향인 듯 하다.


덕분에 멀미가 날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했던 AMG EQE와 달리 AMG EQS에서는 안정감이 더해지면서 더욱 부드러운 비단길 주행을 할 수 있었다. 급가속과 급감속에도 울렁이는 느낌이 적고 차체의 흔들림도 적다. 고성능 모델 특유의 풍부한 출력은 기본이다.


AMG를 골고루 즐겨보고 나니 맘껏 내달릴 곳이 좁은 한국 땅에서도 AMG가 꾸준히 사랑받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AMG를 포함한 벤츠의 하이엔드 모델 판매량은 지난 2021년 대비 지난해 40% 더 팔렸다. 내연기관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AMG의 아성은 거대한 울음소리라곤 없는 전기차 시대에서도 여전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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