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숙이다!" 대학생들 열광…54세 그녀의 'N차 전성기'
“나, 누군지 알죠?” “네, 차정숙요!”
드라마의 성공은 데뷔 31년차 엔터테이너의 이름을 바꿔 놨다. 최근 20년 만에 찾은 대학 축제에서 ‘포이즌(Poison)’, ‘페스티벌(Festival)’, ‘디스코(D.I.S.C.O)’ 등 대표곡을 열창한 엄정화가 자신의 이름을 묻자, 객석에선 드라마 속 그의 캐릭터 이름이 터져 나왔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의 소속사에서 만난 엄정화(54)는 “요즘 어디를 가나 ‘차정숙’으로 불러주신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가 6년 만에 주연으로 돌아온 JTBC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초반부터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지난 4월 시청률 4.9%(닐슨, 전국)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4회 만에 10%를 돌파했다.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 지난달 21일 방송된 12회는 18.5%로, 시청률 18%를 넘어섰다. 엄정화는 “드라마 자체는 재밌게 봐 주실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높은 시청률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맡은 주연인 만큼 걱정이 컸다고 한다. 그는 “방송 전 괴로울 만큼 부담감이 컸다”면서 “이 작품이 존재감 없이 끝나면 앞으로의 작품도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배우로서 저에겐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구체적인 이유를 묻자 “코로나19도 있었고, 제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있었고, (들어오는) 작품이 많이 줄다 보니 (작품) 찾기가 어려웠다”며 “촬영장이 너무 좋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시작한 이 드라마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 대로 드라마는 잘 됐고, 더 나아가 배우 엄정화의 재발견이라는 평까지 이어졌다. 드라마 시작 후 그는 5주 연속 출연자 화제성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올랐다.
엄정화가 맡은 주인공 차정숙은 20년 만에 신입 레지던트에 도전하는 46살의 전업주부다. 남편의 불륜 사실에 상처를 받았을 때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눈물을 쏟고, 두 자녀의 엄마로서 힘을 내기로 다짐한 뒤에는 강하고 또 단호해진다.
엄정화는 “남편, 자녀, 친구 등 관계된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차정숙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서 “특히 (차정숙 입장에서) 미운 캐릭터인 남편을 대할 때는 너무 표독스럽게 표현하지 않고, 차정숙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많이 눌러서 표현했다”고 말했다.
50대의 엄정화가 표현하는 40대 차정숙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차정숙을 응원하는 건지 엄정화를 응원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시더라”면서 “저 역시 차정숙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에 크게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없었다”고 말했다.
DM(다이렉트 메시지: SNS를 통해 주고받는 비공개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였는데 용기 내 다시 시작해본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면서 “몇 분이 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영향을 줬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기뻤다”고 했다.
‘N차 전성기’로 불리는 그에게 데뷔 이후 가장 영광스러운 시기를 묻자 주저 없이 “지금인 것 같다”고 답했다. “마트에 가도 눈빛이 다르고, 집앞 경비 분도 볼하트를 날려주신다.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은 학교 축제에서 차정숙을 외쳐 준다”며 “제 모든 시간을 합쳐 응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작품으로 뭐가 주어질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는 예능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tvN)에서 가수로 활동한다. 엄정화는 “과거엔 촬영장, 무대, 녹음실 등에서 (배우와 가수 활동을) 동시간대에 했었는데, 어느 순간 앨범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가수 활동은) 멈춰 있었고 앨범은 간헐적으로 몇 년에 한 번씩 보여드렸었다”면서 “배우 겸 가수로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는 시기가 다시 와서 재밌고 묘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재작년부터 앨범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드라마 등) 촬영 때문에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앨범을 구체화하는 시기”라면서 “때에 구애받는 시기는 지났으니, 올해 또는 내년 초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와 가수, 하나만 하기도 힘든 두 분야를 30년 넘는 세월 동안 찰떡같이 잘 해내는 엄정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촬영과 무대를 너무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것이 전부”라고 답했다.
“너무 사랑하는데 참는 것은 안 하고 싶다. 너무 좋은데 나이 때문에 혹은 어떤 이유로 안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통해 얻은 대중의 응원 덕분일까. 그는 연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오래 오래 좋은 배우, 특히 강렬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잘 해내는 ‘무서운’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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