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보인 채 도망, 큰일 납니다"…지리산 곰 주의보 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개체가 늘고 4~5월 겨울잠에서 깨어나 여름에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다. 앞서 국립공원공단은 지난달 25일 “지리산 일대 반달가슴곰이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며 등산객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겨울 7마리의 새끼곰이 탄생해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총 86마리로 늘었다고 밝혔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포화 상태(최적 60마리, 최대 78마리 생활권)이며, 6월부터 짝짓기 시기가 시작돼 활발히 이동할 것이라는 게 신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백두대간 어디서 만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서너살의 호기심 많은 수컷이 반달가슴곰의 통상 활동 반경(여름철 최대 47.68㎞)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강을 건넌 사례도 있다.
‘오삼이’로 불리는 수컷 KM-53은 3살이 되던 2017년, 경북 김천의 수도산(지리산에서 직선 거리로 80㎞)에서 발견됐다. 위치추적기는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이 수컷은 다시 지리산에 방사됐지만, 2018년 또다시 수도산으로 향하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고 다시 방사됐다.
2021년에는 지리산 남부 지역인 전남 광양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 4살 반달가슴곰도 있었다. RM-68로, 섬진강을 건너 지리산에서 광양의 백운산 자락으로 이동했다. 이 곰은 광양시의 한 외딴 닭장을 습격하다 사람을 보자 사라졌고, 산자락에서 주민 2명과 10분 넘게 조우하는 일도 있었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방사를 시작한 지 20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에 나온 새끼 곰을 모두 추적할 수 없기에 반달가슴곰은 파악된 것보다 많고 서식지도 더 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도 “복원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제 모든 개체에 위치추적기를 달지는 못한다”고 했다.
“등 보인 채 도망가면 안돼”
국립공원공단은 우연히 반달가슴곰을 마주칠 경우 행동 요령도 알렸다. “먹을 것을 주거나 사진을 찍지 말고, 시선을 마주하며 뒷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등을 보이며 도망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등산 시 방울을 달아 반달가슴곰에게 사람의 위치를 알리는 것도 당황스러운 만남을 피할 수 있는 예방법이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반달가슴곰은 백두대간 전역에 서식해오다 일제 시대 해수구제(해로운 맹수를 제거한다) 정책을 시작으로 크게 줄기 시작했다. 조선총독부는 1076마리를 포획했다고 기록했다. 이후에도 반달가슴곰은 한국의 개발정책으로 서식지를 점차 잃었고 1980년대부터 웅담 열풍이 불며 밀렵 대상이 돼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국립공원공단은 한반도 토종 반달가슴곰과 유전적으로 똑같은 아종의 반달가슴곰을 북한, 러시아, 중국 등으로부터 들여와 2004년부터 방사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자체 생존 가능 최소 개체수인 50마리 이상으로 늘린다는 1차 목표는 달성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최종 목표는 백두대간 생태계 전역에 반달가슴곰이 사는 것으로, 이제는 사람과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반달가슴곰을 복원하는 이유는?
「 반달가슴곰은 현재 한국 생태계 최종 포식자인 동시에 식물 생태계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는 종이다. 반달가슴곰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종자와 일반종자를 대상으로 발아실험을 한 결과, 반달가슴곰이 배설한 종자의 발아율이 약 2~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달가슴곰이 이동을 하면서 배설한 종자가 발아하면 식생이 풍부해져 곤충과 다른 동물들에게도 서식처를 제공한다.
」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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