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라면 어떻게 사셨을까’ 고민… 이웃에 재정·마음 나누다

박효진 2023. 6. 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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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그저교회 전인철 목사
전인철(왼쪽 맨 뒷줄 첫번째) 목사와 온세대 성도들이 4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교회 교육관에서 그저교회를 뜻하는 ‘ㄱ’자를 손가락으로 그려 보이며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그저교회 제공


‘그저’라는 단어의 3가지 사전적 의미는 ‘변함없이 이제까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그냥’ ‘별로 신기할 것 없이’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허락하신 방법의 하나기에 ‘그저’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맞는 신실한 공동체가 되는 것, 그것이 담백한 신앙 고백이라 믿는 그저교회 전인철 목사를 지난달 28일 경기도 과천에서 만났다.

‘교회 안의 교회’의 아름다운 연대

어른 24명, 아이 18명이 모이는 그저교회는 예배당이 없다. 전 목사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그저교회는 한두 가정 성도가 늘기 시작하며 상담소와 카페를 임대해 예배를 드렸다. 지난해부터는 같은 노회 소속의 과천교회(주현신 목사)의 교육관을 사용 중이다. ‘교회 안의 교회’로 불리는 그저교회는 과천교회와 함께 미혼모 가정을 위해 함께 반찬을 만들고 서로의 기도 제목을 공유하며 아름다운 연대를 이뤄가고 있다.

전 목사는 “초대교회는 모일 수 있는 모든 장소에서 모임을 가졌다”며 “주중 모임에 대한 필요나 공유에 따른 불편함은 있지만 임대료 부담이 적어 선교와 지역사회 사역에 조금 더 마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저교회는 먼저 다음세대 예배를 함께 드린 뒤 어른 예배를 진행한다. 다음세대 예배에서는 교회에서 제공하는 설교문과 자료로 14명의 부모들이 아빠, 엄마, 이모 삼촌이 돼 아이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 목사는 “아이와 일상을 가장 많이 공유하는 이가 부모이다. 아이가 신앙을 고민하는 때가 올지라도 부모가 아이들에게 신앙의 영향력을 끼치길 원했다”며 “부모가 아이들의 신앙에 직간접적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교회가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요’와 ‘책임’의 공동체

전 목사는 2011년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7년간 부교역자 생활을 하며 조용히 교회를 떠나는 3040세대가 너무나 아쉽게 다가왔다. 당시 한국교회 세대갈등은 앞으로 3040세대와 교회를 이뤄야 하는 그에게는 매우 실존적인 문제였다.

“3040세대에게 신앙적 필요와 책임을 묻고 조금 더 그들의 언어로 신앙생활에 무엇이 필요한지 탐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교회 유지를 위한 합의된 헌금과 서로 책임지는 공동회의, 규칙서 만들기 등 책임공동체로서의 교회를 꿈꾸며 ‘필요’와 ‘책임’ 이 두 단어를 붙잡고 2018년 그저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전인철 목사가 4일 성도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모습. 그저교회 제공


전 목사는 세 가지 목회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첫 번째는 말씀 읽기다. 그저교회를 견인하는 힘은 말씀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매일, 매주 공동체가 함께 말씀을 읽는다. 두 번째는 안식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가 그리고 책임질 수 있는가’를 함께 회의해서 그렇지 않은 것은 내려놓는다. 세 번째는 소외되는 이 없도록 힘쓰기이다. 어린이, 어른, 장애 유무를 떠나 신앙을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 대림절 첫 주일이면 교인 가정마다 10만원씩 교회 재정을 나눠준 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사셨을까?’라는 질문을 갖고 고민하며 실천한다. 성도들은 대림절 기간 동안 교회 재정에 개인 재정까지 더해 이웃 주민, 외국인 노동자, 고아원, 미혼모 단체, 직장 동료 등을 예수님의 마음으로 찾아가 고민한 방법으로 복음을 나눈다. 성탄절에는 다 함께 모여 ‘예수님의 사람들로 살았던 대림절의 기록’을 나누고 서로 축복한다.

사회에서 배우는 ‘일하는 목회자’

전 목사는 ‘일하는 목회자’이기도 하다. 평일에는 기독교콘텐츠를 개발하는 ‘히즈쇼’에서 교회협력팀장을 맡고 있다. 일하는 목회자로서의 고뇌와 어려움은 없을까.

“가정의 생계와 사례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줄이고 교회 사역에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또 회사 생활을 하며 단순히 성도들의 삶의 패턴을 공유하며 공감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에서 배워 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배움이 있습니다. 히즈쇼 콘텐츠를 통해 주일학교 운영에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교회 업무 준비 시간이 부족하고 주중에 교회 사역이 제한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교인 심방은 주말을 이용한다. 꼭 목회자 심방이 아닌 성도끼리의 심방도 이뤄진다. 서로의 신앙생활을 격려하고 도움을 주는 일은 교회 구성원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도들의 육아 부부관계 개인의 심리적 고민은 지역에 신뢰할 만한 연구소를 소개받아 교회와 MOU를 맺어 상담 받을 수 있도록 연계했다.

전 목사는 “현대 사회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특별히 현대인들의 심리적인 고민을 목회자 혼자 상담한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교인 거의 대부분이 연구소의 검사를 통해 개인과 가정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찾게 됐다”고 전했다.

전 목사의 바람은 자신을 비롯해 그저교회 성도 한 명 한 명이 신앙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가 하나님을 갈망하여 필요를 찾아 나서고 그 필요를 채우기 위해 합당한 책임을 다하는 신자가 되었으면 한다. 그 일을 위해 그저교회가 공동체로 존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천=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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