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가장 높은 빌딩까지…낡은 도쿄 갈아엎는 '아자부다이 힐스' [이영희의 나우 인 재팬]

이영희 입력 2023. 6. 5. 00:48 수정 2023. 6. 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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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도쿄 특파원

지난 1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도 미나토(港)구 가미야초(神谷町)역 인근, 거대한 공사 가림막으로 둘러싸인 현장 안에 대형 크레인이 움직이고 있다. 오는 가을(10~11월) 문을 열 예정인 8.1ha 규모의 대형 복합단지 '아자부다이(麻布台) 힐스' 공사 현장이다. 가운데 우뚝 솟은 메인 빌딩은 아자부다이 힐스의 랜드마크가 될 높이 330m(지상 64층, 지하 5층)의 '모리JP타워'로, 완공되면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올해 가을 일본 도쿄에 새롭게 들어서는 '아자부다이 힐스'와 인근 지역 가상도. 오른쪽 우똑 솟은 건물이 330높이의 메인 타워로, 완공되면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사진 모리빌딩


아자부다이 힐스는 도쿄의 풍경을 바꾼 건설 프로젝트인 '롯폰기 힐스'를 계획한 모리빌딩사(社)가 새롭게 개발하는 주거·업무·문화 복합지구다. 롯폰기 인근에 있는 아자부다이 일대에 1400여 세대를 위한 주거 공간과 업무용 오피스, 상점가, 미술관, 호텔, 녹지 광장 등이 들어서 도쿄의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89년 첫 계획을 시작해 현지 거주민들과의 협의 및 계획, 투자, 설계 등에 무려 34년이 걸렸다.


낡은 동네서 '국제 타운' 변신


지난 2003년 열린 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롯폰기 힐스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 시들어가던 도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건설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롯폰기 힐스가 들어서기 이전, 이 지역은 오래된 목조 건물과 연립주택들 옆으로 술집과 클럽 등이 밀집해 있는 낡은 동네였다. 당시에도 롯폰기는 도쿄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었던 만큼, 이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춘 국제 타운으로 만들자는 게 개발 취지였다.
도쿄 상공에서 본 롯폰기힐스. 사진 모리빌딩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도시 거주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주거와 일, 문화생활, 쇼핑과 여가를 모두 인근에서 해결하는 '콤팩트 시티(도시 속의 도시)' 개념을 도입했다. 초고층 건물을 지어 주거지와 사무공간, 상가 등을 배치하고 나머지 공간에 이용자들이 쉴 수 있는 녹지를 충분히 조성하는 '버티컬 가든 시티(Vertical garden city)'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지역에 오랜 기간 터를 잡고 살던 500여 가구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한다. 모리빌딩 홍보부의 야마모토 마사카쓰(山本将克) 과장은 "조합을 만들고, 직원들이 한 집 한 집 방문해 설득하는 데 14년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약 80%인 400여 가구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통 도심 재개발이 개발사가 주민들에게 토지를 사들여 상가·오피스용 빌딩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롯폰기 힐스는 현지 주민들이 계속해서 거주하며 함께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는 상생형 개발 모델로 주목 받았다.

성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롯폰기 힐스가 들어선 후 20년 사이 롯폰기역 방문객은 2.2배 늘었고 미나토구 거주자 수는 1.6배, 외국인 거주자 수도 1.2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하루 약 10만명, 매년 약 4000만 명의 방문객이 롯폰기 힐스를 찾았다. 롯폰기 힐스에 이어 오모테산도힐스, 도쿄 미드타운, 긴자식스, 도라노몬 힐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도교는 초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가진 도시로 탈바꿈했다.

물론 올드타운을 갈아엎고 초고층 빌딩을 올리는 방식의 도시 재개발이 과연 정답인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나오는 중이다. 야마모토 과장은 "도쿄가 가진 매력을 다양하게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나토구는 도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이 몰리는 중심지인 만큼 이 지역의 특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시티 경쟁력, 서울은 7위


모리빌딩은 이를 위해 2008년부터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매년 '글로벌 파워 시티(Global power city)'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경제, 연구·개발, 문화·교류, 거주, 환경, 접근성 등 6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세계 50여개 도시의 경쟁력을 평가한다. 이 순위에서 도쿄는 2015년까지 런던-뉴욕-파리에 이어 4위였다가, 도쿄올림픽 특수가 시작된 2016년부터는 파리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아시아 도시 중에선 2022년 기준 싱가포르가 5위, 서울은 7위, 상하이가 10위로 도쿄의 뒤를 쫓고 있다. 서울은 2017년까지 꾸준히 6위를 지키다가 2018년부터 암스테르담에 밀려 7위가 됐다. 글로벌 시티 랭킹 사업을 총괄하는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의 야마토 노리오(大和則夫) 주임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연구·개발 부분이나 문화 교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취업 환경,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 등은 비교적 평가가 낮다"면서 "런던이나 뉴욕 등에 비해 공항에서의 접근성이 높지 않은 것도 도쿄와 마찬가지로 개선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도시 환경에 대한 객관적 연구는 실제 개발 과정에도 적용된다. 롯폰기 힐스가 기획되던 당시 도쿄는 도시 규모 면에선 압도적이지만 외국인들을 위한 고급 호텔이나 주거 공간, 다양한 문화 시설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폰기 힐스가 메인 건물인 모리 타워의 가장 높은 층에 미술관을 배치하는 파격을 시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어 인근에 도쿄국립신미술관, 산토리미술관 등이 생기면서 현재 롯폰기 지역은 도쿄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지난 1일 도쿄 미나토구에서 '아자부다이 힐스'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영희 특파원


아자부다이 힐스의 경우는 시대 변화를 반영해 '환경과 건강'을 메인 테마로 내세웠다. 약 6000㎡ 규모의 중앙 광장을 비롯해 옥상 정원 등 총 2만 4000㎡의 녹지 공간이 들어선다. 도쿄에 사는 외국인 거주자들의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부지 내에 국제 학교를 유치했고,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내진 기술 등을 적용했다. 3500명이 거주하고 2만 명의 직장인이 일하게 될 거대 주거·업무 지구로,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일본 부동산 경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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