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아름다움이 ‘계산’ 될까

2023. 6. 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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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이 만든 조각상이 스웨덴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미켈란젤로·로댕·케테 콜비츠·다카무라 코타로·오거스타 세비지. 이 다섯 명의 유명한 조각가들의 스타일을 AI에게 학습시켜 그중 가장 바람직한 특징을 복합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한다. 사람 모양의 중성적인 모습을 한 이 조각상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조각했다는 것 외에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앞으로 인류의 미적 감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아메리카 편지

서양 예술사의 근본을 이루는 미의 사상은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된다. 기원전 5세기 중반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는 그의 대표작 ‘도리포로스(Doryphoros, 창을 든 자)’로 그리스 미의 철학을 집대성했다. 그리고 이 동상을 사례로 들어 『카논(Canon)』을 집필했다. 가장 이상적인 남성의 신체 비율을 모든 인체 부위별로 상세하게 적어 놓은 설명서다. 현대 용어로 ‘카논’이라는 말이 ‘규범’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바로 폴리클레이토스가 쓴 이 책에서 비롯됐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남성상, 그 멋진 ‘콘트라포스토(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상체를 살짝 비튼 자세)’로 삐딱하게 서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도 실은 폴리클레이토스의 카논을 따라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렇듯 서양의 미 개념은 극히 수학적이다. 로마 시대의 유명한 의학자이자 철학자인 갈레노스가 설명하기를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는 항상 각 대상의 수학적 평균을 내어 만들어진다고 한다. 플라톤 또한 이데아론에서 아름다운 수학적 비율을 찬양하고 그것을 도덕성과 관련지어 윤리학을 만들었다. 이러한 그리스의 미학적인 바탕이 바로 최근 AI 아트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높이 사는 동양의 심미적 감각에는 결코 위대한 진로가 아닐 것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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