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대중 교역, 이제 남은 건 반도체뿐?”

한우덕 2023. 6. 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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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무역수지가 15개월 내리 적자다. 중국 요인이 크다. 우리 수출의 약 30%를 소화하던 대중 수출이 지난 12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여기저기서 중국발 경보가 울린다.

돌이켜보면, 달콤했다. 지난 30여 년 중국 성장은 우리 경제에 축복이었다. ‘중간재(부품, 반제품) 교역’ 덕택이다. 한국에서 부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 공장은 그걸 조립해 완제품을 만들었다. 완제품은 ‘Made in China’ 마크가 찍혀 싼 값에 미국으로 팔려 나갔다. 한국도, 중국도, 미국도 윈윈이다.

반도체는 대중 무역흑자를 이끌어온 핵심 중간재 품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장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대중 중간재 교역에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렸다. 첫째 GVC(글로벌 밸류 체인)다. 1980년대 말 소련의 붕괴로 세계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리즘(세계화)이 확산됐다. 기업은 최적의 환경을 찾아 생산-유통 네트워크를 깔았고, 촘촘한 GVC가 구축된다. 중국은 그 흐름에 동참했고,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다. ‘세계 공장’ 중국의 탄생이다. 한국은 그 공장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둘째 기술 우위다. 중간재는 완제품보다 기술 수준이 높다. 중국은 이웃에서 고기술 부품을 가져올 수 있었으니 역시 행운이었다. 한국 기업은 중국에서 번 돈을 다시 기술에 투자했고, 산업은 고도화됐다.

그러나 달콤했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두 전제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무역 전쟁으로 GVC는 왜곡되거나 와해하는 중이다. 중국은 모든 생산 과정을 국내에서 완결하는 ‘홍색 공급망’ 구축에 열심이다. 한국 중간재가 파고들 틈은 점점 좁아진다.

기술 우위도 흔들린다. 현대자동차 베이징 공장은 한때 전체 부품의 약 80%를 한국에서 가져갔다. 이젠 모든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한다. 거꾸로 우리가 중국 부품을 수입해야 할 판이다. 업계에서는 “이제 반도체밖에 남지 않았다”라는 말이 나온다.

타개책 역시 GVC와 기술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넘나드는 GVC 확보에 경제외교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경제 없는 안보가 어찌 가능하겠는가. 안으로는 우리 중간재 기술이 다시 중국에 먹힐 수 있도록 기술·산업 정책을 짜야 한다. 중국의 공세에도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반도체 철옹성’을 몇 개 더 쌓아야 한다.

다음 달이라도 무역 적자는 흑자로 반전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중간재 교역’의 메커니즘 변화는 우리에게 10년, 20년을 내다본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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