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시건장치’가 뭐예요?
다음 중 ‘시건장치’가 뜻하는 것은?
㉠ 전자담배 ㉡ 권총 ㉢ 자물쇠
우리 사전에 ‘시건’이란 말은 없다. 따라서 ‘시건장치’라 하면 무슨 뜻인지 와닿지 않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영어 시가(cigar)가 연상돼 ㉠처럼 전자담배인가 추측해 볼 수도 있겠다. 영어 건(gun)이 떠올라 ㉡과 같이 무슨 권총을 뜻하는가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답은 ‘㉢자물쇠’다.
‘시건장치(施鍵裝置)’의 어원은 일본어의 ‘시정장치(施錠裝置)’로 알려져 있다. 원래 한자 ‘정(錠)’에는 자물쇠라는 뜻이 없으나 일본인들이 자체적으로 이 의미를 추가해 ‘시정장치’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정(錠)’이 열쇠나 자물쇠를 뜻하는 ‘건(鍵)’으로 교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서 ‘시건장치’는 일본말이 교묘하게 우리말로 둔갑한 말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이러한 배경이 있어서 그런지 ‘시건장치’는 보통의 언어 감각으론 매우 기이하게 다가오는 낱말이다.
국립국어원도 ‘시건장치’가 일본어투 생활용어라고 해서 ‘잠금장치’ ‘자물쇠 장치’로 바꿔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각 정부기관도 행정용어 순화어로 ‘시건장치’ 대신 ‘잠금장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잠금’이나 ‘장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자물쇠를 ‘잠금장치’ ‘자물쇠 장치’라 하는 것이 더욱 어색하다. 물론 자물쇠 규모가 엄청 크고 복잡하다면 모를까 그런 것은 흔치 않다. ‘시건장치’는 그냥 ‘자물쇠’라고 하면 된다. 좋은 순우리말을 두고 어색한 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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